하나님의 입이 되고자 했던 설교자 칼빈

송광택 목사, 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www.bookleader.org) 대표,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 바울의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목사
송광택 목사, 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www.bookleader.org) 대표,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 바울의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목사

설교자가 본 기독교강요는 어떤 책?

성경 진리에 대한 확신과 균형 감각

믿음 없이 이해할 수 없는 섭리 신앙

구원에 대한 감사의 응답으로서의 순종

바른 영적 신앙을 위한 내세에의 묵상

영국 라이온출판사의 명저 교회사 핸드북은 근대를 형성한 요인을 3R로 표현하고 있다. 그것은 르네상스' '종교개혁''혁명'이다(Renascence, Reformation, Revolution). 특히 종교개혁은 근대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친 영적 운동으로서 근대로 들어가는 문의 돌쩌귀였다.

종교개혁의 제1세대인 마틴 루터는 제2세대인 존 칼빈의 사역을 위해 길을 닦아 놓았다. 젊은 날 칼빈은 에라스무스처럼 탁월한 인문주의자로서 훈련을 받았고 세네카의 관용론 주석을 세상에 내놓아 그의 문명(丈名)을 떨쳤다. 시편 주석서문에 의하면, 칼빈은 급작스런 회심을 통해 로마교회를 떠나 개혁 신앙으로 돌아섰다. 그 후 그는 조국 프랑스에서 박해받는 개신교도들의 신앙을 옹호하기 위해 기독교강요를 썼다.

 

종교개혁의 고전, 그러나 소문으로만 알고 있는 책

소위 '고전'이라고 알려진 책들은 많은 사람들이 읽고 사랑한 책들이다. 동시에 그것은 우리들과의 개인적인 만남 없이 소문으로만 들어 알고 있는 책들이기도 하다. 기독교강요는 신학적 고전일 뿐만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을 위한 필독서의 목록에 들어가야 하는 책이다. 그러나 기독교강요는 많은 설교자들에게 소문으로만 알려진 책이 아닐까 싶다. 그 역사적 중요성과 내용의 중요함 그리고 시대를 초월하는 적실성(relevance)에도 불구하고 기독교강요가 설교자의 서가에 잠들어 있는 두터운 책으로 남아 있다는 것은 불행한 현실이다.

  

역사를 움직인 책 기독교강요

1536기독교강요초판이 세상에 나왔을 때 이 걸작은 기독교계를 뒤흔들었고, 칼빈은 이 책으로 인해 당대의 일류 신학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당시의 로마교회는 기독교강요를 두려워했고, 개혁교회는 이 책으로 말미암아 체계가 잡히고, 당당하게 참 교회를 향한 길을 갈 수 있었다. 한마디로 종교개혁에 있어서 기독교강요는 포괄적이고 체계적이며 가장 영향력 있는 개신교의 지침서가 되었다.

기독교강요최종판(1559)에서 칼빈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내가 이 책의 초판을 내놓았을 때, 주께서 무한한 은혜로 그와 같은 성공을 거두게 하실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 했습니다‥‥따라서 내가 더 분발하도록 격려해주신 여러분들의 열렬한 평가에 대하여 미력하나마 최선을 다하여 보답하도록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가장 큰 배은망덕이라고 생각 합니다"(‘독자에게 드리는 글중에서).

기독교강요는 초판 이후, 계속 조금씩 증보되었다. 초판의 사상이 거의 변함없이 최종판에도 이어진다는 점에서 초판은 칼빈 신학의 정수요 핵심 이라고 불린다(초판은 역사적 가치에 있어 최종판 이상으로 학계에서 많이 읽혀지고 있다). 설교자는 기독교강요초판에서 주기도문, 사도신경, 십계명 그리고 성례전 등에 관한 칼빈의 단순 명쾌한 해설로부터 많은 유익과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교리문답서와 변증서로서의 기독교강요

칼빈은 프란시스 1세에게 보내는 서한의 첫 머리에서 자신의 저술 의도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오로지 본인의 목적은 신앙적인 열정을 지닌 사람들이 참된 경건에 이르도록 돕기 위해서 그들에게 확실한 기본 원리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간단하고 초보적인 교리의 형태로.”

칼빈은 박해받는 프랑스의 개신교도들을 변호하기 위해 기독교강요를 펴냈다. 그는 신앙의 형제들을 위한 교리 문답서의 필요성을 느꼈고 박해의 중단을 위해 왕에게 탄원하고 진실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동기를 가지고 칼빈은 기독교강요초판을 집필했던 것이다.

어느 시대나 설교자에게는 바른 교리와 교훈을 가르치고 지킬 변증적 책무가 있다. 칼빈이 기독교강요에서 당대의 하나님의 백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였듯이 오늘의 설교자들도 변증적 사역을 성실히 감당해야 하지 않을까?

  

기독교강요경건대전이다

칼빈은 항상 하나님을 의식하는 사람으로서 살면서 글을 썼다. 그에게 있어서 경건은 신학의 배경이며 목표였다. 따라서 그는 그의 책을 경건대전’(summa pietatis)이라고 부른다. 즉 경건은 하나님을 아는 지식의 선행조건이요, 신학은 단순히 하나님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칼빈에 의하면 신학은 마음의 문제였다. 신학은 신앙과 전적인 의탁(헌신), 그리고 경건을 요구한다. 왜냐하면 신학은 단순히 머리로만 하는 학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칼빈에 의하면, 하나님을 알지 못하고는 자신을 알지 못한다. 그리고 믿음이 있는 자가 이러한 지식을 가질 수 있다. 이 두 가지 지식 (하나님과 인간을 아는 지식)은 경건(piety)과 종교심(religion)에로 인도해 준다. 경건이란 하나님에 대한 존경(reverence)과 사랑이며, 종교심은 신앙과 하나님 경외를 뜻한다. 따라서 경건은 섬김으로 나타나고, 종교심은 예배로 나타난다.

  

설교자로서 기독교강요」의 유익

설교자로서 필자는 기독교강요를 통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유익을 얻었다.

첫째로, 필자는 기독교강요에서 성경 진리에 대한 확신과 균형 감각을 배울 수 있었다. 이것은 칼빈의 모든 설교와 글에서 드러나고 있는 그의 영성이기도 하다. 그는 언제나 진리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담대히 말한다. 그러나 동시에 계시된 말씀이 정해주는 한계 안에서. 말씀이 멈추는 곳에서멈춘다. 그러므로 칼빈은 예정론을 다룬 후 다음과 같이 고백하고 있다. “나는 깊음 앞에서 떤다. 그대는 이론을 말하라. 나는 찬탄하겠다. 그대는 변론하라. 나는 믿겠다. 나는 깊음을 보지만, 그러나 밑바닥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는 성경이 말하는 곳에서 함께 입을 열고, 성경이 침묵하는 곳에서 침묵한다. 칼빈에 의하면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모든 첨가는 거짓말이다”(소논문 교회 개혁의 필요성중에서). “믿음을 지탱하며 유지하는 근거는 말씀이며 말씀에서 떠난 믿음은 넘어진다. 말씀을 제거해보라.‥‥그러면 어떤 믿음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기독교강요III. ii.6)

칼빈은 언제나 하나님의 입이 되고자 했다. 설교자는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이 점에 있어서 설교자에게 본을 보이고 있다.

둘째로, 칼빈의 섭리 신앙은 나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칼빈의 기독교강요에서 하나님의 부성적 관심은 섭리론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섭리는 신앙을 요구한다. 믿음 없이는 섭리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칼빈에 의하면, 섭리를 믿는 신자는 신령한 위로를 경험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 그는 염려로부터 벗어나고, 역경과 불행 중에서 인내한다. 순탄한 삶이 반드시 하나님의 은총의 증거는 아니다. 재난과 불행은 변장을 한 축복일 수 있다.

셋째로, 나는 기독교강요를 통해 신앙에 있어서 깊이의 차원을 보게 되었다. 믿음이란 무엇인가? 교회란 무엇인가? 칼빈의 글은 이 중대하고 본질적인 물음 앞에 우리를 세운다. 또한 칼빈에게 있어서 언제나 주요한 질문은 이런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나를 구원하신 은혜로우신 하나님께서 감사함으로 응답할 수 있는가’? 그래서 칼빈은 그리스도인의 전체적인 삶’ (total living)에 대해 강조한다. 루터는 영적 자유를 강조하지만, 칼빈은 순종을 보다 더 강조한다. 그 순종은 하나님께서 이루신 일에 대한 감사 가운데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사는 것과 하나를 이룬다.

끝으로, 칼빈의 내세에의 묵상에 관한 강조가 내게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것은 우리가 기독교강요에서 만나게 되는 독특한 가르침이다. 칼빈은 기본적으로 우리의 영적 시선이 어디를 지향해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내세에의 묵상은 유한을 영원 앞에 비추어 보게 하고 비본질적인 것을 본질적인 것 앞에 세움으로써, 과연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국내에서 역간된 기독교강요번역본 중에는 색인이 별책으로 나온 것이 있다. 성구와 주제별 기독교강요의 내용을 살필 수 있어서 유익하다. 영어 번역본과 대조하여 보는 것도 본문을 충실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앞에서 언급한 칼빈의 지혜(CaIvin’s wisdom, Banner of Truth 1992)는 알파벳 순으로 주요 주제를 정리한 칼빈의 어록집인데, ‘칼빈의 세계로 인도하는 좋은 안내자가 되어줄 것이다.

 

에필로그

멜버른 성서학원의 학장이었던 그레이엄 밀러(Graham Miller)는 그가 편집 한 칼빈의 지혜(Catvin’ s wisdom) 머리말에서, 목회자였던 그의 부친이 1920년대에 고서적상에게서 고가에 구입해서 소포로 보낸 칼빈 전집가운데 들어 있던 기독교강요에 관해 말하고 있다. 또한 11년 그가 선교사로서 헌 책방에서 라틴어판 기독교강요를 발견했던 행운도 이야기한다. 그는 또한 1942317일 두 권으로 잘 제본된 기독교강요를 부친으로부터 선물 받은 추억도 회상하고 있다. 그는 제 2차 세계대전 중에 기독교강요를 연구하는 데 몰두하였다. 그의 일생 동안 내내 그 책은 그의 동반자였고 안내자였다. 그레이엄 밀러가 남기는 한마디는 이것이다. “칼빈을 알기 위해 우리는 그의 전기 작가들의 글이 아니라, 칼빈 자신의 글을 먼저 읽어야 한다.”

이제기독교강요초판과 최종판을 손 가까이 두고 칼빈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자 기독교강요로 대표되는 칼빈의 설교와 주석과 논문, 그리고 엄청난 양의 서신들은 한 교파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과 목회자들에게 주어진 귀중한 영적 유산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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