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분노와 커뮤니케이션

  • 입력 2021.07.02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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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긴급진단 노년 커뮤니케이션(12)

 

최종인 목사, 평화교회담임, 성결대, 중앙대석사, 서울신대박사, 미국 United Thological Seminary 선교학 박사, 공군군목, 성결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외래교수
최종인 목사, 평화교회담임, 성결대, 중앙대석사, 서울신대박사, 미국 United Thological Seminary 선교학 박사, 공군군목, 성결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외래교수

최근 들어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100세 시대가 되어 전 인구 가운데 노년층 인구 비율이 급증하면서 노년 문제도 심심치 않게 뉴스에 등장하고 있다. 많은 노년 문제들이 제기되지만, 문제는 노년들의 정서가 예전과 달리 매우 공격적이고 파괴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우려된다. 사회 부조리에 대한 분노도 있고, 경제 사회적으로 소외됨에 대한 분노도 있지만, 소소하게 보이는 일상에서의 분노 표출은 주변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게 된다. 남성 노년들의 경우 소외감이나 역할 감소에서 오는 정서적 소외감이 분노로 나타나기도 하고, 여성 노년들은 폐경이후 급격한 호르몬의 변화를 경험하면서 다양한 심리적 변화를 경험하면서 분노가 깊어진다.

최광현은 노년기 분노의 원인을 몇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분노는 모든 세대에게 작용하지만 특히 노년 세대에게 더 큰 문제로 다가온다. 노년이 되어 젊은 시절보다 더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노년들은 분노의 감정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둘째로 건강상의 문제 때문이다. 노년이 되면 일차적, 이차적 노화과정을 거치면서 신체적으로나 심리적, 사회적 기능이 떨어지게 되고, 이에 여러 가지 건강문제를 수반하게 된다. 65세 이상 남성노년의 경우 만성질환 유병률은 84.4%이지만, 여성 노년의 경우엔 95%로 높게 나타난다. 따라서 여성 노년의 건강문제가 더욱 심각한 편이다. 노년들은 신체적 질병과 동시에 높은 의료비용 지출로 인한 어려움까지 겪게 된다. 건강문제는 작은 일에도 분노 감정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셋째로 사회와 교회 안에서의 역할 상실 때문이다. 노년기를 지나면서 역할과 지위가 크게 변화하면서 노년들은 새롭게 사회와 교회 안에서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로 인해 사회적 활동이 줄어들면서 소외감, 상실감, 무력감 등을 느끼게 된다. 이런 사회적 특성은 노년 세대들로 하여금 심리적으로는 고독감을, 사회적으로는 박탈감을 느끼게 되어 노년 자신의 위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특히 역할 상실은 교회 안에서도 쉽게 느끼게 되는 감정이 되면서 노년 세대들의 불안이나 심리적 소외감들이 분노를 만들 수 있다.

심리적 변화는 중년기에 나타나 노년기로 이어지는데, 특히 과거 유교적 가치관이 지배적인 사회를 살아온 우리나라 노년은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지 못하고 가부장적인 사회 구조 안에서 권위나 지위를 지켜야 한다든지, 혹은 희생과 인내를 미덕으로 살아온 탓에 분노를 적절히 표출하지 못함으로서 우리나라 문화권에서만 독특하게 발생하는 화병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화병은 억눌려온 분노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나타나는 특징적인 감정반응으로 심리적, 신체적, 정서적 다양한 증상을 나타내는 분노 관련 증후군이다.

분노는 일상생활 속의 불가피한 사건에 대한 자연스런 반응이며 장애를 극복하고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도록 적응적인 기능을 제공하는 기본 정서중 하나로 경미한 짜증 혹은 곤혹감에서부터 강한 격분이나 격노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강도를 가지는 불쾌한 정서이다. 사람들이 분노를 경험하면 혈압이나 맥박과 같은 생리적인 반응이 증가 할 뿐 아니라 공격성이 증가하고 신체적, 언어적으로 불쾌한 감정을 표현하려는 충동이 생기게 된다. 모두 경험했다시피 분노는 인간이 경험하는 매우 강렬한 부정적 정서 중의 하나로 긴장, 격분 등 주관적 느낌으로 구성되는 정서 상태와 이에 따른 자율신경계의 활성화에 의해 규정되는 감정으로 개인에게 특유한 행동 양식을 유발한다.

분노를 경험하는 것과 분노를 표현하는 것은 다른 개념이다. 분노를 경험하는 것은 생리적인 반응과 함께 느껴지는 정서적 상태이지만, 분노를 표현하는 방식은 화가 난 느낌에 대한 개인의 대응양식이라는 행동적인 차원을 말한다. 따라서 비슷한 수준의 분노를 경험하더라도 사람마다 분노에 대처하는 방식은 다를 수 있다. 인간 누구나 분노할 수 있고, 사회의 부조리나 주변에서 발견하는 정의롭지 못한 일에 분노할 수 있다. 문제는 분노가 통제범위를 넘어갈 때 때로는 사고로 발전하게 된다. 젊은 층과 같이 세월을 보냈고, 많은 인내심을 경험했던 갈등 유경험자인 노년들의 경우도 통제되지 못한 분노가 갈등을 유발하고 범죄의 사유가 되기도 한다.

특히 한국 사람들의 문화 특유 증후군인 화병의 경우 분노감과 관련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었는데 화병은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정서를 억압하면서 자신의 내부로 주의를 돌릴 때 나타나는 양상으로, 심리적인 갈등사태를 해결하지 못할 때 다양한 신체증상으로 나타난다. 분노 수준이 지나치게 높거나 장기간 계속될 때는 고혈압이나 심혈계의 질환으로 발전하게 된다. 다양한 신체적 문제나, 분노의 원인이 해소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우울과 같은 심리적 건강 문제를 발생시킨다. 또한 지속적인 분노 표출은 대인관계를 손상 시키고, 궁극적으로 삶의 만족도를 저하시키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분노조절 문제는 범죄의 형태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대한신경정신의 학회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절반 이상(52%)이 분노조절이 제대로 안 되는 상태라고 한다. 치료가 필요한 정도의 충동조절장애 고위험군(1%)10명 중 1명이 넘는다. 주변을 살펴보면 병원까지 갈 정도는 아니지만 자신이 분노조절에 문제가 있지 않은지 걱정하는 사람들을 흔히 만날 수 있다. 노년들이 경험하는 분노는 자연적인 것이고, 누구나 분노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적절하게 조절하며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해소하거나 누를 수 있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통제하지 못하고 부정적 커뮤니케이션을 사용하여 분노를 표출하게 된다. 교회 안에서도 그런 노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누구나 필요하지만,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신앙하기 위한 성도들은 분노를 조절하는 커뮤니케이션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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