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나 안고 살아가기를 제안합니다.
당신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원하시는지요? 사람의 모습 중에 가장 아름다운 곳은 어느 쪽일까요? 뒷모습일까요?
내 어머니는 가끔 “영순이 어무이는 뒤 꼭지가 이쁘다”고 그러셨다. 영순이 어무니는 나의 어머니보다 열 살쯤 아래였다. 내 기억으로도 영순네는 가난하게 살았다. 가난이 아니라 모든 것이 없이 살았다. 쌀도 없었고 보리쌀도 없었다. 논도 밭도 없었던 것 같아. 아이들은 다섯명 이었어, 큰 아이가 10살, 막내가 2살.
가을걷이가 끝나고 눈 오는 날이 시작되면 영순네는 일거리가 없어 3월이 되기 전까지 굶어야 한다. 그나마 영순네 아저씨가 겨울철에 꿩 사냥, 노루사냥, 기러기 사냥에서 수입이 있는 날은 밀가루 사다 수제비 끓여 먹고 했었던 것 같다.
눈보라치는 어느 날, 내 어머니는 영순이 어무이를 부르셨다. 시무룩하게 우리집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내 어머니는 영순이 어무이 손에 인절미‧고구마‧홍시‧쌀‧조‧콩을 안겨 드렸다. 내 어머니가 곡식을 드릴 때마다 영순이 아부지, 어무이는 눈물 흘리며 좋아하셨다. 영순네 둘째, 셋째 동생들도 따라와서 즈그 아버지 어머니 하는데로 고맙다고 무릎까지 고개 숙여 절을 했다. 가고 난 뒤에 나의 어머니는“영순이 어무이는 뒤 꼭지가 이뻐”, “사람은 뒷 모습이 좋아야하지” 하시는 거였다.
“뒷 모습이 좋으면 언젠가 사는 날이 오는 거지, 뒷 모습이 좋은 부모는 자식들이 잘되지.”
영순이 어무이는 뒷꼭지가 멋진 아주머니가 아니다. 그냥 모습이다. 그런데 나의 어머니는 가끔 “사람은 뒷모습이 깨끗해야 한다.”하셨다. 내가 삼십이 지난 이른 봄날 어머니가 서울에 오셨다. “큰일 할라면 뒷 꼭지 부끄러운 일은 하지마라.” 뒤 꼭지는 자신의 자존감을 표시하는 표현이 아닐까요?
19세기 독일 초기 낭만주의 화가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h)는 사람의 뒷모습을 많이 그렸답니다. 대자연 앞에선 인간의 고뇌를 그린 화가로 유명하지요. 쉽게 말해 앞모습 얼굴이 아닌 뒷모습을 그린거예요. 왜 그랬을까? 내 어머니의 삶의 기준처럼 프리드리히도 ‘부끄럽지 않게 살아라’를 캔버스에 담은 걸까요? 진심은 앞에서 하는 말이 참 일까요? 뒷면에서 하는 말이 참일까요?
막힌 담을 허무는 이‧감(理.感) 스피치의 세 가지 요소는 논리‧감성‧태도(표정)다. 이 세 요소 중 어느 것을 우선 이라고 논할 필요는 없다. 다만, 우리의 일상에서 근본이 되는 것은 태도다. 태도는 마음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논리가 다소 부족하고 감정이 무뚝뚝하고 거친 것 같아도 마음의 중심은 태도에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바른 태도에서 좋은 말이 나온다. 뒤 꼭지가 예쁜 사람은 우리를 숨 쉬게 한다. 나를 숨 쉬게 하는 말은 막힌 담을 허무는 숲속의 소리다. 숲속의 소리는 평화다. 막힌 담을 허는 말은 평화다.
마침표가 있는 사람보다는 쉼표가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쉼표가 있는 리더를 우리는 덕장이라고 한다. 덕장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부터 사랑할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자신을 사랑하는 자는 친구를 사랑하거든요. 그리고 덕장들의 가슴에는 이해의 언덕들이 있지요.
그 이해의 언덕이 우리를 숨 쉬게 하지요. 우리는 그 이해의 언덕을 긍휼이라 쓰고 덕 이라고 부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