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건 목사(뉴저지신학대학/뉴욕장신 조직신학 교수)

김희건 목사(뉴저지신학대학/뉴욕장신 조직신학 교수)

성령의 사역의 중요성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사역, 그의 죽음과 부활이 모두 성령의 지원과 역사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에도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성령으로 마리아의 몸에 잉태하셨고(마1:20), 그의 세례 시 성령이 오셔서 그와 함께하셨고(마3:16), 예수 그리스도는 성령의 능력을 힘입어 능력을 나타내셨다(마12:28). 말(word)로 예수 그리스도를 거역하는 자는 용서를 받지만, 말(word)로 성령을 거역하는 자는 이세상과 오는 세상에서 사하심을 받지 못한다 말씀하셨다(마12: 32).

성령은 함부로 말할 수 있는 분이 아니다. 그를 거역하면 영영히 용서받을 길을 잃는다. 예수님은 성령의 능력을 의지해서 구속의 사역을 완성하셨을 뿐 아니라, 동일한성령을 의지해서 자신의 생명을 의로운 제물로 하나님께 드렸다고 증거 한다: “하물며 영원하신 성령으로 말미암아 흠없는 자기를 하나님께 드린 그리스도의 피가 어찌 너희 양심으로 죽은 행실에서 깨끗하게 하고 살아계신 하나님을 섬기게 못하겠느뇨?”(히9:14). 성령을 의지해서 자신을 희생의 제물로 드린 예수 그리스도는 또한“성결의 영(성령)으로 말미암아 죽은 가운데 부활”하셨다(롬1:4).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은 성령의 사역을 떠나 설명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성령의 사역의 중요성을 다시 찾게 된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 앞에서 우리가 “따라야”할 표상이라는 점(요21: 19, 21)에서 우리 신자들의 삶 속에도 성령의 사역을 바르게 알고 적용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의 새 생명과 새로운 신분은 성령의 임함으로 시작되었다. “성령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고”(요3:3,5), “그리스도의 영이 없으면 그리스도의 사람이 아니다”(롬8:9). 성령의 도움이 아니면, 하나님의 진리에 이를 수 없다. 하나님의 거룩한 말씀을 듣고 깨닫는 일도 성령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요, 성령의 지원 없이는 말씀을 실천할 수 있는 힘을 얻지 못한다(겔36:26-27). 우리를“진리 가운데로 인도”하는 분은 보혜사 성령이시다(요16:13). 간단하고 쉬운 말 같지만, 하나님의 말씀은 성령의 조명이 아니고는 깨닫지 못할 뿐 아니라, 성령의 도움이 아니고는 실천하지 못한다.

이런 성경의 증거는 하나님과 인간의 질적 차이, 더 나아가서 개혁자들이 강조하는 인간타락의 현실을 이해할 때, 분명하게 다가온다. 인간은 비록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되었지만, 하나님과 인간은 창조주와 피조물이라는 “무한한 질적 차이(infinite qualitative difference)”를 갖는다. 피조물인 사람의 생각이 창조자의 생각에 이를 수 없다(사55:8-9). 하나님에 대한 사람의 이해와 개념도 하나님편의 계시에 의존하지 않는다면, 사람이 창조한 우상적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날 교회 안에서 참 하나님의 형상을 멀리하고, 사람이 만든 (하나님의)우상적 형상으로부터 자유하는 일이 쉬울까?

개혁자들이 주장한바, 사람은 타락의 결과, 사람의 모든 부분은 죄의 영향아래 있다. 그 결과 사람은 하나님의 진리를 깨달을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진리를 실행할 힘을 갖지 못 한다 : 이성을 포함하여 인간본성의 모든 것은 타락으로 말미암아 불리하게 영향을 받았다. 인간은 그 자연적인 상태에서 하나님의 진리를 인식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반응할 수 없다(The whole of human nature, including reason, has been adversely affected by the fall. Humans in the natural state are unable to recognize and respond to divine truth).

W. Gruden은 그의 “조직신학(Systematic Theology)”에서 더 구체적으로 사람의 타락상을 기술 한다: 우리의 어떤 부분은 죄이고, 다른 부분은 순수하다는 말은 옳지 않다. 그 대신, 우리존재의 모든 부분이 죄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 우리의 이성, 우리의 감정과 욕망, 우리의 욕망과 결정과정의 중심인 우리의 마음과, 우리의 목표와 동기, 심지어 우리의 육체까지. (It is not just that some parts of us are sinful and others are pure. Rather, every part of our being is affected by sin—our intellects, our emotions and desires, our hearts (the center of our desires and decision-making processes), our goals and motives, and even our physical bodies.

이런 성서적, 신학적 배경에서 볼 때, 사람이 하나님의 새로운 피조물로 거듭나는 일은 창조와 다를 바 없는 행위(재창조)요, 오직 하나님만이 할 수 있는 사역임을 겸손히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태초에 혼돈과 공허, 흑암에서 천지만물, 빛과 생명과 질서를 창조하신 하나님의 창조의 사역이 이제 죄로 타락한 인간을 불러 하나님의 형상을 닮아가는 새로운 피조물로 만들어 가신다. 사람이 하나님의 사람으로 새롭게 태어나,타락의 열매, 곧, 자기중심적인 성취와 영광을 추구하는 삶에서, 하나님의 영광과 뜻을 좇아 사는 삶은 결코 사람의 의지나 힘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창조의 사역이 오직 하나님의 능력의 사역이듯이, 사람이 변화되어 하나님의 사람, 의와 긍휼을 실천하고, 자기중심적인 삶을 벗어나, 하나님중심, 하나님 영광을 좇아 사는 삶도 오직 하나님만이 이룰 수 있는 구원의 사역이다. 이런 변화를 주도하시는 분이 바로 성령이시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사람 속에 “새 마음”을 창조하시고, 하나님의 거룩한 법도를 따라 살아갈 사람으로 재창조 하시는 분은 오직 성령이시다.

그러니 우리 신앙생활, 하나님을 섬기는 삶이 성령의 지원과 능력을 떠나 무엇을 이룰 수 있을까? 성령은 사람 속에 거룩하신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깨닫는 일에서부터, 그 말씀에 응답하는 일, 그 말씀을 순종하는 일에 주도적인 사역을 이루시며, 믿음과 순종의 능력을 공급하신다. 그러므로 우리는 날마다 그의 이름을 부르고 그의 능력과 지원을 구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함께 하시면, 힘든 일을 힘들지 않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은가! “하나님의 성령으로 봉사하며, 그리스도 예수로 자랑하고 육체를 신뢰하지 아니하는 우리가 곧 할례당이라”(빌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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