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옛도시, 옛책을 대하면 늘 따라다니는 도시 알렉산드리아

이집트의 항구도시 알렉산드리아 등대가 있던 자리에 15세기에 건설된 카이트베이 요새
이집트의 항구도시 알렉산드리아 등대가 있던 자리에 15세기에 건설된 카이트베이 요새

이집트를 여행하는 분들중에 알렉산드리아 도시를 가본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나는 알렉산드리아 도시를 간다는 그 자체만으로 너무도 행복했다. 알렉산드리아는 북서방향으로 카이로에서 230떨어진 지중해 해변도시이다. BC332-BC30년까지 이집트 왕조인 프톨레미의 수도로 300년간 지속하면서 세계학문, 문화, 상업의 중심도시가 되었다. 알렉산더 대왕의 명령에 따라 그 당시 세계최고의 도시를 만들었다. 알렉산드리아는 그리스 철학의 중심도시였고, 이집트 최초로 복음이 마가에 의해서 전해지면서, 알렉산드라 성경문답학교가 설립되었고, 이집트 크리스쳔 신학이 정립되었던 도시이다. 이후 세계 중심이 로마로 옮겨갔고, AD641년 이집트가 아랍에 지배를 받으면서 현재 카이로가 수도로 정해지면서 알렉산드리아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하는 잊혀진 옛 도시가 되었다.

알렉산드리아도서관
알렉산드리아도서관

잊혀진 옛도시, 옛책을 대하면 늘 따라다니는 도시 알렉산드리아, 잊혀진 도시에 대한 향수가 너무도 진하게 배어있기에 가보고 싶었다. 그 역사의 한가운데서 300년 이상을 지속했던 그 힘의 장소를 보고 싶었다. 그 도시에서 찬란한 정신적 문명을 이룬힘의 근거는 바로 도서관에서 나왔다. BC3세기경 프톨레미 1세가 만든 세계 최대의 도서관은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만 400개로 되어있다. 클레오파트라 시대에 70만권의 파피루스 책이 소장되었던 도서관이다. 지금은 불타버리고 옛도서관 터위에 새로운 현대식 도서관이 자리잡고 있다. 옛 사람들은 도서관에서 지중해의 바다를 바라보며 지식의 기쁨과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했으리라. 나는 도서관 주변에서 서성거리며 옛사람들의 감정을 느껴보고 싶었다. 시대는 다르지만 역사의 현장에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도 소중했다.

오늘 사회와 교회와 가정을 지탱하고 있는 힘이 너무도 연약해 보인다. 정신적인 가치는 사라지고 오직 빵만을 위해 목숨 걸고 산다. 40일간 금식하신 예수님께 사탄이 돌을 떡으로 만들어 먹으라고 유혹한다. 그런데 예수님은 사단의 속셈을 아시고 사람은 떡으로만 살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것이라고 일침을 놓으셨다.

물질지상주의는 사람들을 천박하게한다. 영혼의 울림과 삶의 잔잔한 감동을 앗아가고 있고, 늘 경제지표에 노심초사 걱정하며 두려움의 포로가 되어가며, 폭력적이고 즉흥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이해로 삶의 품위를 떨어뜨리고 있다.

최효찬의 저술한 <세계 명문가의 독서교육>에서 주장하는 것은 모든 명문가는 나름대로 필독서가 있었고 그것을 가풍으로 자손들에게 가르쳤다. 인물은 떡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말씀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정신적인 에너지를 지탱할 수 있는 교육이 있어야 한다. 학창시절 방학때면 매일 서점에가 700원주고 문고판 책을 한권씩사서 밤새워 읽어가던 아련한 추억이 있다. 추운겨울 이불을 뒤집어 쓰고 초롱불을 켜놓고 시린손가락에 호호 불며 읽던 그때의 기쁨은 돈으로 결코 얻을수없는 귀한 경험이다. 보화를 발견한 사람이 모든 것을 팔아 그 땅을 사는것과 같은 기쁨이 책을 통해 얻어진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디지털전자시대를 살아가기에 아날로그 방식의 느낌이 어설프고 웬지 고로해보일것이다. 책장을 넘기면서 느껴지는 잉크냄새의 향취가 주는 행복은 디지털로 경험할 수 없는 축복이다. 읽어가다 좋은 글귀를 만나면 줄을 긋는 재미는 지친 마음에 한줄기 단비가 되기에 충분하다.

어느듯 늦둥이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아들을 데리고 어려서부터 늘 서점에가서 시간을 보내곤했다. 아빠의 추억을 가르쳐주기 위해서이다. 이것은 아비가 사랑하는 아들에게 주는 선물이다. 서점가는 날을 정해놓으면 아이는 항상 그날을 기억하고 손꼽아 기다리며 날마다 그 날을 아비에게 상기시키는 모습을 볼때마다 나는 행복하다. 어린나이에 갖고 싶은 것도 참으로 많았으리라 그러나 책사러가자 한마디면 모든 것이 다해결되어 지금까지 참으로 편하게 양육했다. 추운겨울 동지섣달에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서점에가서 행복한 추억을 새기면 어떨까? 속도와 편리함과 떡을 추구하는 이 시대의 삶에 느림과 불편함과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아날로그의 방식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면 어떨까?


※2011년에 다녀온 이집트 성지 여행기이다. 컴퓨터 파일을 정리하다가 여행기를 써 놓은 것이 있어,10년이 넘은 시점에서 본헤럴드에 올려본다. 성지순례가 시간과 돈만 있으면 누구나 일상이던 시절이 코로나로 인해서 일상이 무너진지 참 오래되었다. 자유롭지 않은 하늘길과 사람과 밀접 접촉에 예민해진 지구촌에 자유로운 여행은 당분간 사치일듯싶다. 사업과 학업과 급한 업무로 이동해야할 분들을 위해서 잠시 기다리는 것도 배려일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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