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목회의 길

  • 입력 2022.08.2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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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손흥민 선수가 2021∼2022년 시즌 EPL 득점왕에 올랐다. 공동 1위인 이집트 출신의 살라흐는 23골 중에서 패널티킥이 5골인 반면, 손홍민은 모두 필드에 찬 골들이다. 당연히 손 선수가 살라흐보다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손 선수가 EPL의 득점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 손웅정 감독의 공이 절대적이다. 현역 시절 23세 국가대표 선수로까지 발탁되었던 손 감독의 특별한 지도와 관리 아래서 손흥민 선수가 EPL 득점왕까지 갈 수 있었고, 앞으로 손 선수는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가야 할 것이다.

박항서 감독이나 히딩크 감독도 현역 시절 최고급 선수는 아니었지만 감독으로 데뷔한 이후 자기 기량을 한껏 보여준 거인이다. 그런가 하면 차범근 선수는 선수 시절의 화려한 실적에도 감독으로서는 그만큼 역량 발휘를 하지 못했다.

이로 볼 때 사람은 선수로서의 역할이 있고 감독으로서의 역할이 있는데, 두 주체가 잘 만나야만 역량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여기서 하나 더 고려할 게 있다. 판 즉 무대라는 것이다. 토트넘이라고 하는 축구클럽이 없었다면 제아무리 준족이라 하더라도 닦은 기량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2. 이승만 대통령은 대한민국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정착시켰고, 제2차세계대전 직후 영미의 정치지도자 이외에 공산주의의 실체를 가장 잘 인지했던 두 인물은 한국의 이승만 대통령과 서독의 아테나워 수상이었고 한다. 이런 이 대통령의 토대 위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산업화를 추구해 세계가 놀라는 오늘의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이룩하였다.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를 성장시킨 것은 기업인들이 기업을 열심히 하도록 독려·관리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그는 명 감독이었고 연출가였다. 삼성, 현대, LG, SK, 포항제철 등 유수의 기업들이 세계적 경쟁력을 점유하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전자제품, 배터리, 철강,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토목건축, 방위산업, 공항운영 등 한국의 하드 파워는 막강하다. 대한민국은 2차세계대전 이후 식민지에서 독립한 나라들 중 선진국으로 도약한 유일 국가다. 어디 그뿐인가? K-POP, 드라마, 영화, 웹툰, 화장품, 식품 등 한국의 문화 콘텐츠는 세계를 석권하고 있다. 소프트 파워 신흥 제국이라고 서양 언론들조차 입을 모으고 있는 실정이다. 자유민주주의 역시 서양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발전했다.

3.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최고가 아닌 분야는 신학과 목회인 것 같다. 현재 한국교회는 쇠락하고 있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그간 우리는 교회가 국가와 사회 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했다고 자부해 왔지만 이제는 쇠락의 길에 접어들었다. 따라서 우리는 교회가 융성하도록 하는 방편을 모색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혹자는 질적 성장을 강조하면서 양적 성장을 경시하는데 이는 올바른 견해로 볼 수 없다. 질적 성장과 양적 성장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산업화 추진으로 인한 도시화에 힘입어 1970년대 이후 도시 교회들이 급성장했다. 이런 양적 성장에 취해서 방심한 사이에 그만 쇠락이 성큼 다가왔고, 동력을 잃은 교회는 질적 수준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에 이르고 말았다.

 

동력 잃은 교회와

한국교회의 쇠락

4. 오스트리아의 오스발트 슈펭글러는 《서구의 몰락》을 저술했다. 슈펭글러는 철학, 역사, 문학, 예술,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해박한 지식과 시대와 역사에 대한 남다른 직관력을 소유한 가운데 20세기 초 1차세계대전을 지켜보면서 시대의 징후를 예민하게 감지한 끝에 서구 문명의 몰락을 예견했다. 그는 문명을 출생, 성장, 쇠퇴, 소멸하는 유기체적 특성을 가진 것으로 관측하고 서구 문명은 몰락 과정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몰락 상태에 이르렀다는 서구 사회의 견해에 대해 영국의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의 연구》에서 반론을 제기한다. 그에 의하면 설사 대부분의 문명이 유기체적 성격을 띄고 있다 할지라도 반드시 그렇게 되는 건 아니라면서 ‘도전과 응전의 법칙’을 주장했다. 어떤 문명을 몰락하게 만드는 도전의 요인들에게 감연히 응전할 수 있는 ‘창조적 소수(The Creative Minority)가 존재한다면 그 문명은 계속 번성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창조적 소수가 몰락하는 문명을 다시 일으키는 에너지다. 창조적 소수는 단지 엘리트 정도가 아니다. 시대정신에 맞서 내일을 열어 젖히는 선구자다.

오스발트 슈펭글러의 'Der Untergang des Abendland, 서구의 몰락'
오스발트 슈펭글러의 'Der Untergang des Abendland, 서구의 몰락'

 

5. 현재 신학 교육은 백가쟁명(百家爭鳴)의 혼란상을 연출하고 있다. 신학교는 하나님의 말씀을 정확하게 강론하고 교육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사역자를 배출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수많은 신학적 정보와 지식의 망라 정도가 아니라, 건실한 신학 체계를 확실히 구축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파편적 지식은 역사하는 힘이 미미하기 짝이 없다. 그건 옛날의 ’공자 왈, 맹자 왈‘과 다름없다. 체계화, 신념화한 지식만이 실력 있는 확신자를 생산할 수 있는 동인으로 작용한다.

6. 신학교육의 근본적인 다른 또 하나의 문제는 목회 실제에 대해서 가르치지 않는 점이다. 신학 이론과 목회의 실제는 물리적 직결성을 갖지 않는다. 목회의 성공은 교회 운영의 전문성을 요구한다. 목회는 첫째 사람을 모으고, 둘째 모은 사람을 양육해 헌신자로 세우며, 셋째 그들을 통해 복음의 확대 재생산을 도모하는 것이다. 이렇게 신학 교육이 목회에서 열매로써 증명되어야 비로소 살아 역사하는 말씀의 신학이 되는 것이다.

이에 더불어 목회는 뜨거운 난로 위의 조리와 흡사하다. 잠시만 눈을 떼도 망쳐먹고 만다. 목회에 집중하는 사역자들만이 건실한 교회 성장을 가능케 할 수 있다. 올바른 신학을 바탕으로 말씀을 충실하게 전파하고 목회에 집중한다면 교회는 융성하게 될 수밖에 없다.

 

올바른 신학에 충실하고

목회에 집중하면 교회는 융성

7. 우리는 “나비효과”를 잘 알고 있다. 나비가 날갯짓을 할 때 다른 곳에서 어마무시한 반응이 일어난다는 원리다. 이처럼 창조적 소수가 활동할 때 그 영향은 태풍이 될 수 있다. 그런 ’확신과 노력‘이 과업을 성공으로 이끈다. 우리는 침체와 몰락 앞에서 그걸 분석하고 평가만 할 것인가? 아니면 과감하고 지혜로운 응전을 통해서 새로운 기풍을 진작시킬 것인가? 슈펭글러의 분석처럼 어떤 공동체, 어떤 사회도 쇠퇴 혹은 몰락에서 자유롭지 않다. 우리는 그 유기체적 순환고리에서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다가 범용한 유수(流水)에 그치고 말 것인가. 아니면 몰락의 순환을 극복하고 간원하는 대로 새로운 전성기를 기약할 것인가? 토인비의 가르침과 같이 창조적 소수가 없는 공동체는 쇠락에 함몰된 채 어두운 피폐의 세계로 들어가고 말 것이다. 그러나 창조적 소수의 날갯짓은 깨어 있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원하는 새로운 세계를 조성할 것으로 확신한다.

8. 영화 《오징어게임》을 구상·제작하는데 걸린 기간은 12년이었다. 하지만 세계적인 작품으로 인정받은 시간은 단 12일에 불과했다. 신라의 삼국통일도 4대에 걸친 비원과 치밀한 준비의 세월 끝에 이루어졌다.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이 약속해주신 가나안을 실효적으로 소유하는 데는 아브라함이 갈대아 우르를 떠나 가나안에 도착한 이후 645년의 기간을 요하였다.

이처럼 모든 꿈은 ’각고한 노력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김영우 목사(전 총신대학교 총장)
김영우 목사(전 총신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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