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 목사 “호스피스 봉사는 아름다운 관계를 선용하는 것”

정태수 목사 ∣ (사) 안양호스피스선교회 사무국장, 한국호스피스협회 이사, 예심아카데미 부원장
정태수 목사 ∣ (사) 안양호스피스선교회 사무국장, 한국호스피스협회 이사, 예심아카데미 부원장

어제와 오늘이 다른 환우들에게 내일의 의미는 무엇일까?

극심한 두려움과 불안으로 힘들어 하던 환우가 있었다. 아침 회진시간에 주치의 선생님이 손을 꽉 잡아주며 따뜻한 격려의 한마디를 건네자 안도감을 느끼며 얼굴이 밝아지셨다. 그러나 다음날 그분의 얼굴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더욱 짙게 드리워져 있었으며 두려움과 불안감이 극도로 도달해 있었다. 마태복음 634절의 말씀을 가지고 내일의 주인도 하나님이라는 제목으로 병동 예배를 드리고 그분께 다가가 내세에 대한 소망을 전하며 간절히 기도해 드리니 죽음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는 확신과 담대한 표정의 모습을 보여주셨다.

육체적으로부터 오는 편안과 영혼으로부터 오는 평안이 균형을 이룰 때 건강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호스피스 환우들은 이런 건강한 균형이 무너져 버린 상황에 있다. 그래서 호스피스는 무너진 부분에 대한 관심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부분, 즉 평안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집중하는 돌봄이 되어야 한다. 어제와 오늘이 다른 그들에게 어떻게 하면 내일의 평안을 줄 수 있을까?

 

죽음이 살아 있게 하라

죽음은 누구나 예외가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유서나 유언도 없이 불쑥 찾아오는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적어도 지금은 죽음이 자신을 피해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이유는 아닐까?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인 바람이 죽음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죽음은 우리의 허락을 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죽음은 질문을 하지 않는다. 죽음은 그저 찾아올 뿐이다.

호스피스 봉사의 특권은 죽음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항상 죽음의 시간을 눈앞에 두고 경험하고 있으며 그와 함께 자신의 죽음도 준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특권을 누린다는 것은 다른 이들처럼 준비되지 않은 채 죽음을 맞지 않도록 준비하며 살 수 있는 것이다.

윌리암 로우는 매일 밤 죽음이라는 주제로 기도의 중심을 삼으라고 말을 했다. “당신의 저녁 기도에서 가장 적절한 주제는 죽음이다. 그러므로 죽음의 모든 위험과 불확실함과 공포를 헤아리면서 기도의 초점을 온전히 죽음에 맞추어라. 당신의 마음이 죽음에 가까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죽음을 늘 생각하며 죽음을 염두에 두고 모든 것을 하며 하루하루 죽음을 준비하며 살 수 있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간구하라

호스피스 봉사는 아름다운 관계를 선용하는 것이다. 무더운 여름에 환우 분을 목욕을 시킬 때면 땀이 비 오듯이 흐를 수밖에 없다. 문득 한 사람의 몸을 여러 사람이 합심하여 목욕을 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어 말씀을 드린 적이 있었다. “봉사자님. 우리의 만남이 참 특별하지 않나요?”

특별한 섬김을 할 수 있음에도 감사하고, 특별한 분들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더욱 감사하다. 이들과의 친밀한 교재는 그들의 묻어있는 삶의 열정과 진지함을 배워서 자신의 부족함을 채울 수 있으며, 혼자서는 버거울 수 있는 죽음의 주제를 같이 나눌 수 있는 유익이 있다.

바울은 하늘에서 보이신 것을 내가 거스리지 아니하고(26:19)”라고 말을 했다. 우리 인생이 끝날 때, 바울처럼 자신에게 보여주신 비전을 불순종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분이 우리에게 맡기신 소명도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죽음은 오히려 우리의 심장을 뛰게 하고 삶을 움직이게 만드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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