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이노 지음
○ 출판사: 데이원

아나돗교회 담임 정이신 목사.
아나돗교회 담임 정이신 목사.

우리가 어떤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굳게 결심한 이후 우리의 발길을 가장 방해하게 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부자가 되고자 마음 굳게 먹었음에도 그 굳은 결심을 산산조각 깨뜨려 버리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그것은 외로움이다. 외로움은 그 어떤 목표이든 간에 목표를 달성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수없이 겪었을 통과의례이다. - [책 내용 중에서]

정기적으로 읽을 만한 책이 있는지 서점가를 순회하다가 발견한 책입니다. 내용을 보니 꽤 유명한 사람입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사계(斯界)에 이름을 올린 사람인데, 특별한 대책도 없이 경제에 대해 모종의 편견을 가진 채 살아왔던 저는 저자를 몰랐습니다. 저자는 ‘세이노’란 필명으로 알려진 사람이고, 이 필명은 ‘현재까지 믿고 있는 것들에 대해 No라고 말하라(Say No)’라는 뜻입니다. 고마웠던 건 이 책 덕에 제가 가지고 있던 부자에 대한 편견, 그리고 부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책은 특정한 경제 이론을 소개하지 않고, 저자가 직접 겪었던 현장 이야기를 많이 전합니다. 저자도 우리가 늘 겪는 경제 현장에 관한 이러저러한 사연으로 얽매였었고, 그때마다 저자 특유의 방식으로 이걸 해결했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저자가 모두 이익을 냈던 게 아닙니다. 손해를 본 적도 있고, 관련 사항을 제대로 알지 못해 필요 이상의 대가를 치렀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저자가 이뤄낸 통찰이 대단합니다. 저자의 말처럼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이뤄낸 부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져야 하는지에 대해 저자는 귀중한 가르침을 전해줍니다.

저자가 쓴 글 중에 모 일간지에 기고했던 ‘당신의 가족부터 만족시켜라’란 제목의 칼럼이 있습니다.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진정한 부자’라면 이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자가 되고 싶으면서 가장 가까운 고객인 자기 가족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그는 일벌레는 될 수 있으나 진정한 부자는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일벌레가 돼 일에만 파묻혀 살면, 사회적 성공 뒤에 불어닥치는 후폭풍이 그가 이뤄낸 업적을 마디마디 조각내서 쓰러뜨립니다. 그래서 저자의 말처럼 제대로 된 부자가 되려면 먼저 가장 가까운 고객인 가족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또 부자가 되고 싶으면 부자의 말을 들어야 합니다. 부자와 전혀 거리가 먼 사람의 말을 듣고 그걸 참고하면 안 됩니다. 그리고 부자 중에서도 반드시 현장에서 부자가 된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합니다. 재벌 2세가 전해준 이야기는 크게 도움이 안 됩니다. 사업과 관련한 분야의 책을 보더라도, 먼저 부자의 말을 듣고 책을 탐독해야 합니다. 서점에 있는 책을 먼저 읽은 후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부자를 찾으려고 하면 안 됩니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건 저자가 획득한 부에 관한 통찰이었습니다. 저자는 그가 얻은 부를 경제적인 관점뿐 아니라 인문학적 관점, 철학적 관점, 사회학적 관점 등으로 해석했습니다. 만약 저자가 그가 얻은 부를 경제적 관점으로만 해석했다면, 저자도 장사꾼에 불과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그가 얻은 부를 이처럼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함으로써, 사람들이 자기에게 합당한 부를 추구해야 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책은 3부로 구성됐는데, 앞부분에 나와 있듯이 출판사에서 먼저 출판하자고 저자에게 제안해서 책으로 나왔습니다. 그래서 책에는 예전에 썼던 글이 많이 나옵니다. 내용 중에 몇십 년 전에 벌어졌던 일도 있기에, 책에 언급된 경제 현상에 관해 저자와 다른 의견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책의 장점은 현장에서 많은 수익을 냈고, 실제로 그 현장을 살아냈던 사람의 견해라는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사람의 조언과 빌 게이츠(Bill Gates)가 한 조언이 있다면, 저자의 글은 후자에 해당합니다.

저자가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해 학비를 지원했던 일을 하면서 얻었던 교훈을 저도 관련 계층의 자녀들을 가르치면서 겪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그 일을 겪은 후 관련 사업을 접었고, 저는 여전히 인간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채 대안학교에서 이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가 관련 사업을 접었다고 해서 그를 탓할 수 없습니다. 저자에게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이 어디서 어떤 꽃을 피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부자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자기 계발에 몰두하라고 했습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산수(算數)로 셈하는 부자와 자기가 하려는 사업과 연관된 거의 모든 걸 꿰뚫어 고차원의 미적분 방정식을 풀어내는 부자가 있습니다. 이 둘의 품격과 이룬 부의 성취는 완전히 다릅니다. 그러나 모두가 고차원의 방정식을 풀 수 있는 부자가 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특별히 젊은이들에게 부단히 노력하는 부자가 되라고 합니다.

사람은 돈을 전시하거나 금고에 넣어두고 남에게 자랑하기 위해 벌지 않습니다. 돈으로 뭔가를 사고, 그걸 통해 행복을 얻기 위해 돈을 벌려고 애를 씁니다. 따라서 저자의 말처럼 돈을 버는 행위 못지않게 중요한 게 구매행위입니다. 저자의 표현처럼 ‘예술의 경지에 도달한 구매행위’를 하지 못하면 애써서 벌어놓은 돈을 좀이 야금야금 갉아먹습니다. 그러니 부자가 되려는 노력뿐 아니라, 우리의 구매행위가 예술적 경지에 도달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애써서 번 돈을 효과적으로 행복하게 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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