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청산연구소-C헤럴드 공동 주관, 제8차 월례포럼 강사로 나서

제8차 월례포럼 강사로 나선 은미희 작가
제8차 월례포럼 강사로 나선 은미희 작가

일제청산연구소(소장 양진우 목사)C헤럴드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제8차 월례포럼이 은미희 작가가 만난 위안부의 참상라는 주제로 지난 28(주일) 초이화평교회(경기 하남)에서 진행됐다.

강사로 나선 은미희 작가는 광주문화방송 성우와 <전남매일> 기자를 거쳐 1996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1999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으며, <비둘기집 사람들>, <소수의 사랑>, <바람의 노래>, <만두 빚는 여자>, <18, 첫 경험> 등 대표작을 갖고 있다. “은미희 작가가 만난 위안부의 참상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은미희 작가의 소설 <나비 날다>가 배경이 됐다.

강의에 앞서 은 작가는 위안부 관련 영상과 사진을 공개했다. 영상이 마치자 은 작가는 위안부로 끌려간 사람들이 돌아왔을 때 우리는 얼마나 따뜻하게 그들을 맞이했는가? 같은 민족이면서도 우리는 그들을 냉대하고 화냥년이라고 하면서 아픔을 외면했다.”라고 말했다. 결국 일본군 성노예의 피해자로 당당하게 치유 받아야 할 그들은 역사의 어둠속으로 스스로 숨어들게 된 것이다.

은미희 작가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을 들으면서 이것을 바탕으로 소설을 쓴다는 것에 많은 고민을 했다. 왜냐하면 소설의 구성상 픽션이라는 허구적 요소가 들어갈 수 있는데, 그 어떤 표현과 서술로도 위안부 할머니들이 당한 잔인한 실제들을 넘어설 수 없었고, 소설적 상상력을 다 작동해도 그들이 겪은 참상을 다 기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은미희 작가는 소설을 쓰는 내내 들을 수밖에 없던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내게는 독이 될 만큼 아팠다. 그렇게 해서 소설 <나비 날다>가 나왔다.”라고 말했다.

소설, 나비 날다, 은미희 저, 집사제, 2021.08
소설, 나비 날다, 은미희 저, 집사제, 2021.08

위안부에 관한 이야기들이 소설 <나비 날다>를 통해 처음 알려진 것은 아니다. 이미 일본에서는 1947년 단행본으로 출간된 다무라 다이지로(田村泰次郎) 작가의 춘부전이 있었다. 하지만 소설 춘부전은 위안부의 참상을 조명한 것이 아니라, 일본군 병사를 중심으로 주변 인물인 조선인 여성 하루미가 자발적으로 전장에 들어와 일본군에게 성적 위안을 제공하는 존재이며 일본군 병사를 사랑해서 그와 함께 죽은 인물로 그려졌다. 문제는 이 소설을 필두로 수많은 연극이나 글들이 조선인 위안부가 자발적 매춘을 한 모습으로 왜곡되었다는 것이다.

이후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한국 문학 최초로 위안부의 참상을 그린 소설이 등장한다. 그것이 바로 1982년 윤정모 작가의 소설 에메 이름은 조센삐였다. ‘조선삐라는 말은 한국인 위안부를 부르는 말로 '조센'은 한국, ''는 창녀를 뜻하는 prostitute에서 P의 일본식 발음이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199110월에 지영호 감독의 에미 이름은 조센삐였다가 개봉되었다. 이 영화에서는 군복세탁이라는 명분으로 우리의 아녀자들을 끌고 가 근로보국 정신대라는 이름을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사회적으로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이 공감되기 시작하자,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시작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의 용기 있는 증언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후 199218, 미야자와 기이치 일본 총리의 대한민국 방문을 앞두고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수요집회>라는 이름으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3, 일본의 관방장관은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이 관여했던 필리핀, 대만, 인도네시아 등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위안부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사죄 담화를 발표했다. 그러나 그 담화는 위안부 존재에 대한 공식 문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은미희 작가는 일본은 지금까지 위안부의 존재에 대해 부정하고 있으며, 이런 역사적인 배경들이 자신이 위안부의 참상을 담은 <나비, 날다>의 집필에 전념하게 된 동기다라고 말했다. 또한 소설 <나비 날다>는 김학순 할머니가 겪은 실제적인 참상을 80%도 싣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은미희 작가는 영상 자료를 통해 정옥순 할머니 몸에 새겨진 끔찍한 문신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정옥순 할머니는 13살 때 일본군 장교들에 의해 물고문을 당하고, 이빨은 모두 부러지고 온몸에는 흉한 문신이 빼곡히 남겨졌다.

이런 참상들을 접하면서 은 작가는 자신의 몸도 아프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나비, 날다> '작가의 말'에서 그는 "참 아팠다"라며 "이 글을 쓰는 내내, 인간이 이토록 잔인할 수 있다니, 인간이 지닌 그 잔인함의 한계는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나는 쓰는 동안 진저리를 치며 올라오는 욕지기를 참아야 했다"고 스스로를 돌아봤다.

은미희 작가는 일본은 종전 이후 자신들의 치부를 덮기에 급급했다. 일본은 오히려 왜곡된 증언들을 기반으로 한 관련 소설이나 작품들을 마치 역사의 자료처럼 차곡차곡 쌓아왔으며, 결국 위안부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부탁하는 말에서 은미희 작가는 "일본이 왜곡된 증언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학 작품을 생산해내고, 그것을 위안부가 자발적 매춘을 했다는 근거로 삼는다면, 우리들도 어떤 한 할머니를 모델로 삼아서 그분의 삶을 다각도로 규명하는 자료 조사를 해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써야 되지 않을까? 그래야 나중에 이것이 역사적으로 하나의 자료가, 대응할 수 있는 자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본다라고 말했다.

일제청산연구소는 추후에도 은미희 작가와 연대해 이후 북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로 위안부 문제를 조명하기로 했다.
저작권자 © 본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