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땅을 갈아 엎고 새 터전을 세우리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영주 목사, 이하 NCCK) 제65회 정기총회가 28일(월) 한국정교회 성니콜라스주교좌대성당에서 열렸다.

'묵은 땅을 갈아엎고 새 터전을 세우리라!'라는 주제로 개최된 이번 정기총회에서는 한국정교회 조성암 암브로시오스 대주교를 새로운 회장으로 선임하고 헌장 개정안 심의, 신구 임원 위임식, 안건 토의 등을 진행했다. 회의에 앞서 드린 개회예배는 권오륜 목사(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가 인도를, 64회기 회장인 이동춘 목사가 말씀 선포를 맡았다.

회의는 김영주 총무가 인사말을 전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한국사회와 교회의 성숙을 강조해 왔던 김 총무는 정치, 언론, 경제 등 사회 각 전반에 민주주의가 퇴행되어 온 것을 안타깝게 여기며 "NCCK는 앞으로도 정의롭고 민주적인 정치체계를 세워나가는 일 뿐 아니라 정의롭고 평등한 경제, 사법, 언론 등 새로운 대한민국의 상을 만드는 일을 위해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NCCK 발전과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위원장 김근상 주교)를 통해 개정된 헌장세칙 개정안은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헌장과 헌장세칙, 처무규정이 혼재되있던 규정들을 새롭게 배치하고 정리한 이번 개정안은 ▲연합기관 대표 확대 ▲총무정년 70세로 연장 ▲청년참여비율 확대 ▲프로그램 위원회에 여성위원회 언론위원회 교육위원회 청년위원회등이 추가 됐다.

신임원으로는 교단 부회장으로 유영희 목사(기하성), 연합기관 대표로는 서진한 목사(대힌기독교서회), 여성 부회장으로는 한국염 목사(기장), 청년 부회장으로는 조성훈 청년, 서기 송병구 목사(기감), 회계 권유영 목사(예장 통합), 감사 박성수 신부(성공회), 김영태 사관(구세군)이 선임 됐다.

이동춘 회장은 64회기를 마무리 하며 "NCCK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연합기관으로 서기 위해 앞으로도 많은 사랑을 부탁한다"고 전했다.

신임 회장인 조성암 암브로시오스 대주교는 "정교회 대표가 NCCK의 회장직을 맡은 것은 세계적, 역사적으로 처음있는 일"이라며 "이를 영광스럽게 생각하며 회장으로서 앞으로 한국교회가 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모든 순서는 제65회 총회선언문 '묵은 땅을 갈아엎고 새 터전을 세우리라!'를 채택하고 낭독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NCCK는 선언문을 통해 자신과 세계를 끈임없이 개혁할 것 생명의 정치가 이뤄지는 하나님 나라를 지향할 것 은총의 경제가 실현되는 하나님 나라를 지향할 것을 다짐했다.

한편, NCCK는 오는 12월 8일(목) 오후2시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정권퇴진과 국민주권시대를 여는 시국기도회를 가질 예정이다. 아래는 당일 채택한 총회 선언문의 전문이다.

 

제65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회 선언서

“묵은 땅을 갈아엎고 새 터전을 세우리라!”

"묵은 땅을 갈아엎고 정의를 심어라. 사랑의 열매를 거두리라. 지금은 이 야훼를 찾을 때, 이 야훼가 너희를 찾아와 복을 내리리라.” (호세아 10:12)

종교개혁은 카타콤으로부터 지상으로 올라온 초대 교회가 천년이 넘어 세속화되었을 때, 묵은 땅을 갈아엎은 하나님의 정의로운 행위였습니다.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세상 안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는 교회는 권력, 물질, 명예 등 세속적 가치에 노출되어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본질을 상실할 위험을 늘 안고 있습니다. 교회가 그리스도의 뜻을 뒤로한 채 세속적 유혹에 사로잡힐 때 하나님은 묵은 땅을 갈아엎고 새 일을 단행하십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을 앞두고 제65회 정기총회를 개최하면서 하나님과 교회, 그리고 세상 앞에 우리의 신앙을 고백합니다.

1. 교회는 자신과 세계를 끊임없이 개혁한다.

교회가 교회의 본질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향한 비판보다 더욱 엄밀한 기준으로 자신을 성찰해야만 합니다. 복음에 비추어 자기비판에 성실하지 못한 교회는 세상을 심판할 권위를 잃어버려서 길가에 버려져 밟힐 뿐입니다. 한국교회는 사회 개혁과 민족 고난 동참의 전통을 땅 속 깊이 묵히고 풍요와 번영의 우상을 그리스도라고 왜곡했습니다. 오늘 우리가 아프게 목도하는 한국 교회와 한국 사회의 위기는 이러한 교회의 타락에 그 원인이 놓여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세상 안에 오셨으되 세상을 넘어선 그리스도의 삶을 철저하게 추구하지 못하고 너무 쉽게 세속과 타협해버렸습니다. 3.1 독립운동, 4.19 민주혁명, 5.18 민주화운동, 6.10 국민항쟁 등 역사의 고비마다 한국교회는 사회 개혁에 동참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측면에서는 일부 교회 지도자들이 세속 권력과 손을 맞잡는 불의를 범했으며, 군부독재시절부터 교회의 타락은 더욱 광범위해지고 체계화되었습니다. 이제 한국교회는 이러한 교회의 과오를 참회하면서 교회 자신의 개혁과 교회가 섬겨야 할 사회의 개혁을 추동한 전통을 회복하기 위해 정진할 것입니다.

2. 교회는 생명의 정치가 이루어지는 하나님나라를 지향한다.

지금 우리 국가의 안위가 백척간두에 서 있습니다. 한반도에는 남북 사이의 대화와 협력은 사라지고 긴장과 갈등의 대결 구조가 증폭되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사드 배치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 국민의 동의 과정 없이 추진되거나 타결되었습니다. 내적으로도 지난 정부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난 민주주의의 퇴행을 심각하게 우려합니다. 세대 간의 갈등, 청년 세대의 절망,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무관심, 민주적 절차의 실종, 언론과 사법의 권력 예속화 등 사회 곳곳에서 민주적 가치들이 훼손당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비민주적이고 비상식적인 현상들이 대통령의 비밀 조직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우리는 깊은 분노와 실망을 감출 수 없습니다. 국가 최고 책임자로서 누구보다도 공적 시스템을 활성화시켜야 할 대통령이 공조직을 무력화시키고 농단한 장본인이었다는 사실은 선뜻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충격을 우리 사회에 던졌습니다. 한국교회는 현재 우리 사회의 혼란을 야기한 책임자들이 자신의 잘못을 국민 앞에 고백하고 도덕적, 법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만 새로운 정치가 시작될 것을 믿으며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건강한 다음 세대를 준비하기 위해서 새로운 터전을 세우는 일은 필수적입니다. 비민주적 죽음의 정치를 감행한 세력과 이에 협력한 이들의 퇴진은 그 시작입니다. 한국교회는 남과 북의 평화통일, 한반도의 비핵화, 사법정의 실현, 언론의 민주화 등,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생명의 정치가 실현되는 일을 위해 기도하고 증언하고 분연히 일어나 행동할 것입니다.

3. 교회는 은총의 경제가 실현되는 하나님나라를 지향한다.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한국경제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국가 경제 지표는 수출 둔화, 가계 부채 상승, 비정규직 양산 등 여러 가지 면에서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미 위험 수준에 들어선 우리 사회의 난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끝없이 확장하고자 하는 인간의 탐욕을 제어할 수 있는 도덕과 제도를 갖춰야 합니다.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하고 진정한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한 방향 설정과 정책 추진이 시급합니다. 그럼에도 우리사회의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며 더욱 불행한 것은 현재의 정책은 이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경제가 인생과 역사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지만 필수적인 요소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한국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탐욕에 빠진 부자들을 질책하며 가난한 이들을 보듬은 모습에 나타난 은총의 경제가 실현되기를 기도합니다. 모든 이들이 하나 되어 평등이 이루어지는 경제 공동체를 이루기를 소망합니다. 이 곳에는 물질 자체보다 그 속에 담긴 사람의 가치와 사람의 근원인 하나님의 가치가 선명하게 드러나야 합니다. 한국교회는 탐욕을 지향하는 한국경제에 성령의 은총이 임재하셔서 나눔과 공생의 삶과 구조가 실현되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한국교회는 스스로 가난해져야 하며, 우리 사회가 재벌 편향정책의 탈피, 비정규직 철폐, 최저 시급 인상, 장애인과 노숙인의 인권 보호 등을 실천하는 노력을 기울여나가며 갈수록 확산되고 세밀해지는 물질숭배의 세상에서 하나님과 그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의 고귀함을 회복시켜야 할 사명에 헌신할 것입니다.

130여년의 역사를 지닌 한국교회는 교회 자신을 개혁하고 사회를 새롭게 해야 하는 거룩한 사명을 받았습니다. 묵은 땅은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누적되어 나타나듯이 오늘 한국교회의 위험도 지난 세월 동안 조금씩 쌓인 비 복음적 요소가 우리 안에 켜켜이 쌓인 결과입니다. 묵은 땅을 그대로 두면 하나님께서 갈아엎으실 것이며 한국교회는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가혹한 심판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이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제65회 총회를 개최하면서 묵은 땅을 갈아엎고 다시 한 번 교회의 터전을 새롭게 세우려고 합니다. 야훼를 찾을 때는 내일이 아니라 바로 오늘이며, 다음이 아니라 바로 지금입니다. 새 역사의 장소는 다른 곳이 아니라 바로 여기입니다. 한국교회는 우리가 서 있는 이 자리, 지금 이 순간부터 새로운 종교개혁의 깃발을 올릴 것입니다.

주여, 우리가 여기 있습니다, 우리를 도우소서!

 

                     2016년 11월 28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65회 총회 대의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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