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루터교회 담임목사 최주훈

 대형교회 목사다. 일반적인 개신교 기준이 아니라 루터교회 기준이다. 총 재적인원 220명, 주일 낮 공동예배 평균 출석교인 150-160명. 루터교회에서 이 정도면 메가처치다.

가끔 신문이나 글을 보고 교회에 오시는 분들이 깜짝 놀라는 이유가 여기서부터다. 그래도 ‘어느 정도 규모는 되겠지’하고 오시지만 생각보다 아담하다. 게다가 이 교회에 전임사역자라고는 달랑 나 혼자 뿐이니, ‘담임’목사라는 호칭이 과연 필요하기는 한 것인지 웃음부터 나온다. 게다가 목사라는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키만 멀대같이 길죽한 완전 허당이다. 근엄하지도 않고 ‘칼있으마’ 넘치지도 않는다. 목사 인증 클러지 셔츠와 가운을 입지 않은 평일에 보면, 사무실에 앉아 있어도 윌리 찾기처럼 나를 찾기 힘들 것이다.

어찌되었든 루터교회가 2백 명이 넘기 힘든 이유를 설명해야겠다. 실은 아주 간단하다. 루터교회 주일 낮 예배는 모든 세대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예배 형식이다. 그리고 부분은 둘로 나뉘는데, 앞부분은 말씀의 예배, 뒷부분은 성만찬이다. 예배의식문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둘이 분리가 되어 있는지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한다. 이렇게 둘로 나뉜 이유는 루터교회 신학과 관련이 있다. 루터교회 신학은 한 마디로 ‘칭의론의 집중성’에 있다고 말한다. 모든 신학이 여기에 집중되어 있다. 신론, 기독론, 성령론, 예배론, 실천신학 등등. 이렇게 ‘죄인을 불러 의롭다고 칭의’하시는 하나님은 “보이는 말씀”(성례전: 세례, 성만찬)과 “선포되는 말씀”(보이지 않는 말씀: 설교)이라는 두 가지 도구를 사용하신다. 이것을 루터교회는 예배에 재현한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신학이 좋아도 “예배가 길어지면 영혼이 힘들어진다”라고 했던 루터 말대로 누구도 긴 예배에 앉아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말씀의 전례에서 설교는 보통 20분, 길면 25분에 해당하는 완벽한 원고설교를 하고, 성만찬에선 아이들까지 모두 제단 앞으로 나오는 성찬을 진행한다. 광고 포함, 파송찬송까지 완전히 예배가 끝나는 전체 소요시간은 1시간 15-20분 정도된다. 여기서 군더더기가 붙으면 예배는 수면제로 변한다.

앞서 루터교회는 2백 명이 넘기 힘들다는 말을 했다. 바로 성만찬 때문이다. 모든 교인들이 함께 참여하기 때문이다. 한 사람 한 사람 제단 앞으로 나와 기도할 때, 목사가 그 사람 앞으로 직접 다가가 떡을 나누어주고, 돕는 성도가 잔을 분찬한다. 아이들은 모두 축복기도해 준다. 이러다 보니 2백 명이 넘으면 예배는 지루해지고 한도 끝도 없이 길어질 위험이 있다. 내 경험상 2백명이 예배에 모이면 소요시간이 1시간 3-40분 정도 걸린다.

물론 분찬을 빨리 하는 방법도 있다. 잔을 회중석으로 돌린다든지, 아니면 회중들이 움직이고 목사는 선 채로 주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확실히 빨라진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성찬을 기계에서 면 뽑아내듯 하고 싶지 않다. 한 사람 한 사람 눈을 맞추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분찬하고, 분찬 받는 성도 역시 진심으로 기도하며 예수님의 살과 피를 받는 것이 성찬이기 때문이다. 진심 어린 성찬을 나누다보면 목사인 내가 위로 받고 힘을 얻는다. 이건 해본 사람만 아는 비밀이다. 매주일 달라지는 성도들의 눈빛과 미세한 떨림을 그 짧은 찰라에 감지하게 되고 누구를 만나 상담하고 기도해야 할지 결정하게 된다. 또 아이들이 해맑은 얼굴과 깻잎 포개듯 모은 기도손으로 제단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평안을 찾지 못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물었다. “목사님 이러다가 2백 명 넘으면 어떻게 할 겁니까?” 답은 간단하다. 교회 분립하면 된다. 지역별 교인과 재산을 반절 나누어 좋은 목회자 청빙하면 된다. 교회 크기와 성찬의 감동을 맞바꾸고 싶지 않다. 이거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이 기쁨을 대형교회 목사들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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