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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연재】나는 미생물 군단이다(1)우리 몸속에 사는 미생물들과, 생명을 바라보는 커다란 관점
  • 양병찬 과학전문기자
  • 승인 2017.02.15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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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부터 번역 시작합니다. 흥분됩니다.

1. 에드 용과 함께

▶ 당신의 몸속에서는 수십조 마리의 미생물들이 우글거린다. 그곳은 생명체로 가득 찬 거주지이며, 하나의 별천지라고 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당신의 몸속에는 엄청난 미생물 군단(軍團)이 주둔하고 있는 것이다.

미생물 동지들은 인간의 장기(臟器)를 빚어내고, 인간을 질병에서 보호해 주고, 인간의 행동을 유도하고, 심지어 자신들의 유전자를 인간에게 쏟아붓는다. 또한 그들은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열쇠를 갖고 있다.

독자들은 『나는 미생물 군단이다』를 한 페이지씩 넘겨가며, 인간과 동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눈이 희둥그레질 것이다. 인간과 동물이 각각 하나의 개체가 아니라 '시끌벅적한 생태계임'을 깨닫고, 경이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독자들은 '거대한 산호초를 구성하는 산호'와 '스스로 빛을 내는 오징어'의 뒤에 숨어있는 놀라운 과학을 배우게 될 것이다. 세균이 인간의 면역계를 조율하고, 항암제에 대한 반응을 변화시키고, 진화에 영향을 미치고, 심지어 유전적 구성(genetic make-up)을 바꾸는 방법까지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미생물 파트너들을 조작함으로써 우리를 이롭게 하려는 과학자들도 만나볼 것이다.

『나는 미생물 군단이다』에서, 에드 용은 백만 가지 방법을 이용하여 자연계에 대한 당신의 생각과 관점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다.

(나는 미생물 군단이다) 

2. Your are not alone 

 우리는 일종의 동물원이다. 우리 모두는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풍부한 생물집단을 하나씩 갖고 있다. 이들을 집합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micribiome) 또는 마이크로바이오타(microbiota)라고 부르는데, 우리의 체표면, 체내, 그리고 때로는 세포 안에서도 산다. 그들 중 대다수는 세균이지만 다른 미생물들도 있는데, 진균(예: 효모), 고세균(archaea), (나중에 언급하는) 신비의 그룹이 그것이다. 우리 몸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바이러스 집단도 있는데, 그들을 바이롬(virome)이라고 한다. 바이러스는 모든 미생물들을 감염시키며, 때로는 숙주의 세포까지도 감염시킨다. 이 같은 미생물들은 육안으로 전혀 볼 수 없다. 그러나 우리의 세포들이 갑자기 불가사의하게 사라진다면, 마이크로바이옴은 희끄무레한 물질로 감지되어 사라진 동물의 윤곽을 보여줄 것이다. 마치 유령처럼 말이다.

어떤 동물들은 마이크로바이옴에 뒤덮여, 세포가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다. 해면(sponge)은 가장 단순한 동물 중 하나인데, 정지 상태의 몸은 세포 몇 개만 한 두께를 갖고 있지만, 그들 역시 우글거리는 마이크로바이옴의 소굴이다. 어쩌다 해면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해면을 뒤덮고 있는 세균들만 보이고 정작 숙주인 해면은 거의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해면보다 훨씬 더 단순한 판형동물(placozoa)은 세포로 구성된 삼출성 매트(oozing mat)나 다름없다. 아메바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동물로서 미생물 파트너를 보유하고 있다. 개미는 수백만 마리씩 무리를 지어 살지만, 개미 한 마리를 들여다보면 그 역시 미생물의 군체(群體)를 보유하고 있다. 북극의 얼음 위를 혼자 터덜터덜 걷는 북극 곰도 그렇다. 천지사방을 둘러봐도 얼음밖에 없지만, 그의 몸은 마이크로바이옴으로 완전히 점령되어 있다. 인도기러기(bar-headed goose)는 미생물들을 데리고 히말라야 위를 날고, 코끼리바다물범(elephant seal)은 미생물들을 데리고 심해로 잠수한다.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달에 발을 디뎠을 때, 그들은 인류뿐만 아니라 미생물을 위해 커다란 발걸음을 내디뎠다.

오슨 웰스가 ”우리는 모두 혼자 태어나고, 혼자 살고, 혼자 죽는다”고 했을 때, 그는 큰 실수를 한 것이다. 우리는 혼자 있을 때도 결코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공생체(symbiont)로 존재하는데, 공생(symbiosis)이란 상이한 생물들이 함께 사는 것을 가리키는 놀라운 용어다. 어떤 동물들은 미수정란 상태에서 이미 미생물에게 점령되고, 어떤 동물들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첫 번째 파트너를 고른다. 우리는 미생물의 면전에서 평생을 살며,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그들도 함께 먹는다. 우리가 여행할 때 그들도 동행한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죽을 때, 그들은 우리를 소비한다. 우리는 모두 일종의 동물원이다. 우리는 하나의 몸으로 둘러싸인 거주지이자, 여러 종으로 구성된 집합체이며, 하나의 세계다.

3. 진핵세포의 탄생

▶ 모든 진핵생물들은 핵, 내골격, 미토콘드리아를 갖고 있는데, 그 이유는 지금으로부터 약 20억 년 전 단일조상에게서 진화했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는 지구상의 생물들이 세균과 고세균(archaea)이라는 두 진영으로 나뉘어 있었다. 세균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으니 넘어가기로 하고, 약간 생소한 고세균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열악하고 극단적인 환경을 좋아하는 생명체를 말한다. 세균과 고세균은 모두 단세포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세포들은 진핵생물의 세포가 갖고 있는 정교함이 부족하다. 즉, 그들은 내골격과 핵이 없고, 에너지를 생성하는 미토콘드리아도 없다(왜 없는지는 조금 후에 자세히 설명한다). 세균과 고세균은 피상적으로 비슷해 보이는데, 과학자들이 한때 고세균을 세균이라고 믿었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나 외모는 기만적이다. 고세균과 세균의 생화학적 차이를 한마디로 말하면, PC와 맥Mac의 운영시스템OS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지구의 생명사에서 처음 25억 년 동안, 세균과 고세균은 대체로 별개의 진화과정을 밟아왔다. 그러다가 한 가지 운명적 사건이 일어났다. 세균 한 마리가 고세균 한 마리와 어찌어찌 융합하여, 독립생활을 상실하고 새로운 숙주세포 안에 영원히 갇혀버린 것이다. 이것은 많은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진핵세포의 탄생 시나리오다. 생명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공생사건이 발생하여, 두 개의 거대한 생물진영이 통합되어 제3진영을 탄생시켰다. 고세균은 진핵세포에 뼈대를 제공하고, 세균은 궁극적으로 미토콘드리아로 변형되었다.

모든 진핵생물들은 20억 년 전 일어난 운명적 결합의 결과물들이다. 우리의 유전체에 들어있는 유전자들 중에서 어떤 것은 고세균 유전자의 특징을 갖고 있고 어떤 것은 세균 유전자와 좀 더 비슷한 건 바로 그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세포 속에 미토콘드리아를 갖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세포 안에 갇힌 세균은 모든 것을 바꿨다. 진핵세포에게 특별한 에너지원을 제공함으로써, 더욱 커지고, 보다 많은 유전자를 축적하고, 좀 더 복잡해지도록 허용한 것이다. 생화학자 닉 레인은 이것을 ‘생물학의 심장부에 존재하는 블랙홀’이라고 불렀다. ‘세균 및 고세균의 단순한 세포’와 ‘진핵세포의 복잡한 세포 사이’에는 엄청난 갭이 존재하는데, 생명은 지난 40억 년 동안 단 한 번 그 갭을 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이후, 전세계의 무수한 세균과 고세균들은 엄청난 스피드로 진화하는 동안에도 진핵세포를 두 번 다시 만들어낼 수 없었다. 왜 그럴까? 눈에서부터 갑옷, 다세포체(many-celled body)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구조체들이 여러 번에 걸쳐 진화했지만, 진핵세포는 딱 한 번 이루어진 혁신이었기 때문이다.

※ 출처: 에드 용, 『나는 미생물 군단이다』(가칭)

양병찬(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풍부한 인생경험을 살려 의약학, 생명과학, 경영경제, 스포츠,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을 번역 출간했다. 매주 Nature와 Science에 실리는 특집기사 중에서 바이오와 의약학에 관한 것들을 엄선하여 실시간으로 번역 소개한다.

양병찬 과학전문기자  webmaster@bonh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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