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익 목사 / 벧샬롬교회 담임목사.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M. Div.)을 졸업하고 GP선교회 한국대표, 인도네시아 주재 선교사, 죠이선교교회 (미국) 담임목사를 역임했다. 생명의말씀사 간 <우리가 하나님을 오해했다>의 저자

바울 사도는 구원의 영광스러운 즐거움을 누리는중에도 동족 이스라엘 사람들을 향한 연민 때문에 고통스러웠다. 사실 이 고통은 구원의 영광스러움을 누리기 때문에 겪는 고통이다. 로마서 9~11장에서 바울 사도는 온 인류의 구원과 이스라엘 백성을 향하신 하나님의 경륜을상세히 설명하는데, 이것은 신학과 교리의 딱딱한 진술이나 가르침이 아니라 동족의 구원을 향한 안타까운 고백적 진술이다.

바울은 자기가 하나님의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진다 해도(바울 사도는 이미 8장의 뒷 부분에서 그 어떤 것도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동족이 구원받기를 열망했다. 바울 사도가 3차 전도여행을 마칠 무렵 로마서가 쓰여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를 괴롭히고 죽이려고 한 유대인들을 생각하며 이 부분을 썼을 것이라고짐작할 수 있다.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차분하게 이 문제를 다루고자 애를 쓰는 것이다.

이스라엘이라고 다 이스라엘이 아니다. 아브라함의 아들 중 이삭에게서 난 자여야 하고, 이삭의 쌍동이 아들 중 야곱에게서 난 자라야 했다. 이것은 절대적으로 하나님의 주권과 선택의 문제다. 하나님은 야곱과 에서가 태어나기도 전에, 그들이 무슨 선이나 악을 행하기도 전에 야곱을 택하고 에서를 버리셨다. 이런 하나님의 주권과 선택을 하나님의 불의라고 말할 수 없다(14). 사람의 구원은 그 사람의 노력 여하에 달린 것이 아니라 오직 ‘긍휼히 여기시는 하나님으로 말미암는다’(16). 그릇이 자기를 만든 토기장이에게 항의할 수 없듯, 인간은 창조주 하나님 앞에서, 죄인은 심판주 앞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존재다.

하나님께서 영광의 부요함을 알게 하려고택하여 긍휼을 베풀기로 한 사람들은 혈통적 이스라엘이 아니라, 유대인이든이방인이든 상관없이 하나님이 부르신 자들이다(24). 바울 사도는 호세아 선지자를 인용하여 하나님께서 백성 아닌 자들을 백성으로 삼으시고 사랑하지않은 자를 사랑하셨다고 말한다(25~26). 이사야의 예언대로 이스라엘이 아무리 많아도 남은 자만 구원을 얻을 것이다(27~28). 이스라엘 백성과 소돔과 고모라 백성의 차이는 오직 하나님이 긍휼히 여기사 그 씨를 남겨두셨다는 것뿐이다(29). 결국 문제는 무엇인가? 율법을 가졌고 의를 추구했던 이스라엘 사람들이 하나님의 의에 이르지 못한 것은 믿음이 아닌 행위에 의지하였기 때문이다(30~33). 자기 행위를 의지하는 자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을 믿는 자만이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하나님의 주권과 선택은 믿는 자들에게 한 없는 위로와 평안을 주는 교리지만, 믿지 않는 자들에게는 혐오스러운 교리며, 믿음이 연약한 자들에게도 걸림이 될 때가 종종 있다. 하나님께서 욥에게 말씀하셨듯이, 창조주 하나님 앞에서 인간이 누구며 심판주 앞에서 죄인의 존재가 어떤 것인지를 깨닫지 못하는 한, 이 교리는 불쾌한 것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복음의 좋은 소식을듣기 전에 나쁜 소식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듣고 깨달은 자들에게 이 교리는 참으로 귀하고 복된 교리일 수 밖에 없다.

바울 사도는 이 교리를 냉랭하게 말하지 않는다. 그는 자기 동족 이스라엘 사람들의 완고한 마음의 상태를 바라보면서 자기가 그리스도로부터 끊어지더라도 그들이 주님을 알았으면 하는 안타깝고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이 교리를 말한다. 이 교리가 한낱 차가운 신학논쟁이나 말싸움이 되게 하는 것은 부끄럽고 어리석은 일이다. 구령의 안타까움을 가지고 이 교리를 바라보는 자들은 주권자 하나님 앞에 그 영혼들을 놓고 무릎 꿇지 않을 수 없다. 우리에게 그런 마음을 부어주시옵소서!

“하나님 아버지, 저희가 하나님의 구원의 은혜를 누림과 함께, 구원받지 못한 사람들을 향한 애절한 마음을 느끼게 하시기를 구합니다. 하나님의 주권과 선택의 교리가 한낱 말싸움이나 차가운 교리가 아니라 저희 가슴에 말할 수 없는 감사와 영혼 사랑을 품게 하는 복된 교리가 되게 하시고 저희 찬송이 되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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