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그리스도에게 집중해야

개혁교회연구소 연구소장/교수, 올곧은교회 담임목사 Senior Pastor, Goryo Theological Seminary Professor

1. 종교개혁 5백주년이긴 한가 보다. 헤셀링크ㆍ게핀ㆍ파이퍼 등 기라성같은 목사들이 요즘 한국교회를 방문 중이다. 어제 어느 교회에서 설교하신 파이퍼 목사의 동영상을 잠깐 보았는데 정말 안스럽기 그지 없었다. 파이퍼 목사는 그 집회가 시작된지 무려 45분이 지나서 강단에 설 수 있었고, 회중들 역시 45분만에 파이퍼 목사를 볼 수 있었다.

2. 물론 파이퍼 목사는 여전히 그 특유의 표정과 톤과 제스처로 비음을 섞어 초청에 대한 감사 인사를 하며 힘있고 설득력있게 설교를 시작했다. 또한 파이퍼가 칭의의 복음ㆍ은혜의 복음을 설교했을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그 교회 역시 최선을 다해서 이 집회를 준비했을 것이다.

3. 하지만 어떤 집회든지 특히 그것이 설교가 포함된 교회의 예배라면, 그 기획자는 반드시 두가지를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하나는 하나님의 말씀과 하나님의 영예를 드높이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 집회에 모인 회중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ㆍ깨닫고ㆍ은혜를 받아 하나님의 영광과 그분의 영예를 드높이게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참석한 회중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말씀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찬양이든 특송이든 기도회든 설교시간 이전에 여러가지 순서로 미리 성도들의 진액을 다 빼놓으면, 정작 설교시간에 말씀이 들어갈 여지가 매우 좁아지고 만다.

4. 이렇듯 집회가 시작된지 45분만에 참석자들이 지칠대로 지친 상태에서 설교가 시작된다는 것은 순서가 바뀌어도 한참 바뀐 것이다. 가톨릭의 형식적인 미사와 의식 중심의 예배에서 개혁된 개신교회라면 더욱 그러해야 할 것이다. 개혁교회가 예배 전에 성도들이 조용히 시편 찬송을 하거나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예배를 준비하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이다. 물론 나는 시편 찬송 뿐 아니라 다른 종류의 예배 음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예배당의 환경 역시 대단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하나님께서 하시는 말씀이다.

5. 오늘날의 예배는 다분히 엔터테인멘트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마치 한편의 상큼한 뮤지컬을 보고 나온 느낌이랄까? 편안한 극장식 좌석에 앉아 웅장한 음악과 잘 짜여진 각본에, 싱어들ㆍ간증자들ㆍ깔끔하고 짧은 설교ㆍ동영상 기타 등등 매우 기분이 좋은 연극을 보고 나온 느낌이다.

6. 우리의 예배가 성경적이라면, 성도들은 예배를 마치고 나서 하나님에 대한 경외심이 더욱 고조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설교자의 손가락에 집중하지 않고 설교자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그리스도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7. 필자도 사실 목회를 하는 목사로서 매주일마다 무력감을 느낀다. 사람의 영혼은 커녕, 예배를 위해 정해진 시간보다 조금 더 일찍 도착하는 성도들의 의식이나 습관 하나도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무력감을 느낀다. 또 장기 결석하는 교인을 예배당으로 데려나오지 못하는 무력감 말이다. 그래서 가끔은 "목회자라는 것이 자기 자신조차 스스로 변화시키지 못하는 무기력한 존재가 아닌가? 그래서 매 주일 그리스도에게로 피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스도께 도와달라고 간청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8. 존 파이퍼나 존 맥아더ㆍ조엘 비키ㆍ스프라울ㆍ폴 워셔도 모두 다 그렇게 무력한 한 인간 목회자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으되 오직 자라나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라고 고백할 수 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훌륭한 교회의 교사는 하나같이 손가락으로 그리스도를 가리켜야 한다.

9. 물론 나는 그들을 존경한다. 그들은 이 시대의 훌륭한 교회의 교사들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 역시 그리스도의 은혜가 필요한 죄인들일 뿐이다. 그러니 너무 파이퍼! 파이퍼! 하지 말라! 여러분이 섬기는 교회의 목사님과 함께 좁은 길을 걸어가라. 목회의 피뭍은 십자가의 길을 묵묵히 함께 걸으라!

10. 지역교회에 헌신하지 않으면서 개혁을 외치는 것만큼 공허한 괭과리도 없을 것이다! 그것도 맛집을 탐방하듯 유명한 설교자들의 설교만 찾아다니며 보고 들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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