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장미의 귀가

 

                               김종욱

 

붉은 장미가

가시 돋친 의미를 내뿜고

피를 흘린다

 

뜨거운 여름이 오기 전에

더 뜨겁게 생을 불태우고

 

늦은 밤 귀가하는 길에

내가 걷는 공원의 아치형 문에는

장미꽃들이 가득히 달렸다가

비를 맞고는 져가고 있었다

 

그 문을 지나면 다른 세계가 열리고

온통 장미가 가득한 풍경만이

눈앞에 펼쳐질 것만 같았는데

나는 그 문을 지나 그저 집으로 걷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꽃잎처럼

조용한 피를 흘려야 했지

지우지 못한 어둠을 인정해야 했지

 

하얀 가로등 불이

무대를 비추는 조명이 되어

붉은 배우가 더욱 붉게 빛나도록

손을 모으고 있었다

나는 유일한 관객이었다

 

비와 장미 꽃잎은 서로 안고

한동안 아름다운 춤을 추었고

 

그리고 비가 그쳤고

나는 우산을 접고

비에 젖어 더럽혀진 붉은 꽃잎을 밟으며

집으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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