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찾아 떠난 감사여행 (9) -임승훈 박사

임승훈 목사 - 월간목회편집부장 역임, 한국성결신문 창간작업 및 편집부장역임, 서울신학대학교총동문회 출판팀장, 위대한맘 인천한부모센터 대표, 설교학 신학박사(Th,D), 더감사교회 담임

감사는 긍정과 고마움의 마음을 잡고 살아가는 나무이다. 감사는 긍정의 마음 밭에서 자라는 식물이며, 고마움의 텃밭에서 자라나는 과실과 같다. 감사라는 녀석은 수박이나 참외, 오이마냥 마른 가뭄이 오래면 쉽게 타들어가는 성질이 있다. 과실이 달려도 쓰고 맛이 없다. 장마가 오래면 웃자라나 쉽게 썩는 과실과 같다.

때문에 긍정과 고마워하는 마음 밭이 매우 중요하다. 날카로운 사람이나, 까칠한 성격, 또는 딱딱하고 거친 사람 속에는 감사하는 마음이 싹트기 어렵다. 하지만 아무리 그러하다 해도 우리의 마음 밭을 기경하면 가능하다. 감사는 모든 사람이 키울 수 있고 가꿀 수 있는 가능한 내적 온화함이다. 흡사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과 같다.

농부는 척박한 논밭을 겨울이 오기 전 갈아엎는다. 거름을 듬뿍 주고는 다시 한 번 갈아둔다. 겨우내 수축(收縮), 응축(凝縮)이 되고 또는 늘어지고 풀어지는 작업을 거듭하다가 해동기가 지나고 봄이 다가올 때 다시 쟁기질을 하고나면 논밭은 그야말로 여느 집의 밭처럼 거듭나게 된다. 개혁(改革)이다. 이와 같이 인간의 마음 밭도 청소년기 또는 청년의 때에 기경을 잘 하고 나면 사람이 달라진다. 아니 불혹의 나이가 지나고 쉰 살이 넘어도 개혁은 마음먹기 나름이다.

빅토르 위고는 인간의 나이에 대해 ¹ “마흔 살은 젊은 층에게는 늙은 나이이고 쉰 살은 노년층에게는 젊은 나이이다.”라고 말했다. 요즘 말로 이야기하자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단 말이다. 과학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생 100세 시대가 도래 했다. 우리 어머니도 102살이다. 현재는 요양원에 계시고 하체가 불편해지셨지만, 지금도 귀가 밝으며 우울감이 사라지고, 이 아이가 누군지가 정리되고 기분 좋아지면 묻는 말에 대답을 하신다. 100세까지만 해도 마음대로 말씀하시던 분이다. 어머니의 경우는 장수하는 경우라 해도 요즘 시골고향에 내려가면 70대 후반 만해도 경로당에서 애들 취급을 받는다. 아니 어르신들 수발드는 봉사자로 활동함이 자연스럽다.

이러한 실정이기 때문에 나이 오십을 넘어 예순이라 해도 전업을 시도한다든지, 마음을 다지고 종교에 귀의하며, 외국에 나가 선교적인 일로 일생을 마감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은데 가능한 소원이다. 지인 한 분은 육사출신으로 청와대에 파견근무를 주로 하다가 퇴역했다. 장로로 교회에서 봉직하더니 자청하여 나이 59세인 그가 인도차이나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겠다고 오지 선교현장에 나섰다. 자기가 살아온 날의 작은 감사에 성공한 경우이다. 라오스에 가서 그를 만났는데, 청와대시절 잘나가던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아내와 함께 성실하게 나이 어린 선교사들을 섬기고 직원들을 격려하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감사하였다.

부정과 우울은 감사의 적이다. 다시 말하면 부정과 우울은 감사와는 상극이란 말이다. 부정하고 부정적인 사람은 입에서 감사가 나오기 어렵다. 또한 우울한 사람이나 조울증에 걸린 이는 감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이런 경우의 사람에겐 곁에서 도와주는 감사의 조력자가 있어야 한다. 특히 감사의 조력자가 그 사람의 멘토면 더욱 좋다. 그것은 멘토의 말을 잘 흡수하기 때문이다.

순종하고 의에게 종이 된 것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는 바울의 마음을 다음의 구절을 통해 읽게 되어 더욱 기쁘다.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 너희가 본래 죄의 종이더니 너희에게 전하여 준 바 교훈의 본을 마음으로 순종하여 죄로부터 해방되어 의에게 종이 되었느니라”(로마서 6:17-18)

또 하나의 로마서 말씀이 생각난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 그런즉 내 자신이 마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육신으로는 죄의 법을 섬기노라”(로마서 7:25). 바울은 때로는 곤고함 속에서, 극심한 고민 가운데서도 주 예수 그리스도로 인하여 하나님께 감사하겠다고 고백한다. 하나님의 섭리가운데 그리스도의 행하심이 놀랍도록 감사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동네를 지나다가 한 전단지를 받았는데 아래의 10가지 문장이 모두 감사로 촘촘하게 수놓아진 채 꾸며져 있어 놀라웠다. 바로 내가 드리고 싶은 하루하루의 감사표현들이었다. 고이 접어 스크랩북에 간직해오고 있다가 펼쳤다. 그 내용은 이러하다.

‘작은 감사가 큰 행복을 낳습니다.’라는 전제를 달고는 꼭 나의 주변과 생활에서 있게 되는 소소한 10가지의 감사를 기록하였다.

-내가 생각할 수 있음을 감사하다.

-아침에 하루를 시작하며 새로운 시간을 주심에 감사하다.

-식사 때마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음에 감사하다.

-일터에 가면서 내가 움직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과 건강이 있음에 감사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음에 감사하다.

-귀가 후 돌아 올 가정과 가족을 주심에 감사하다.

-신문, TV를 보면서 작지만 귀한 여가 주심에 감사하다.

-따뜻한 잠자리를 주심에 감사하다.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남에 감사하다.

우리가 잊고 지내던 수많은 생활이 다 감사의 조건이었음을 깨닫는다. 동시에 그렇게 인식하지 못하고 감사하지 못하였던 것을 회개한다. 아니 조건 때문이 아니라 나의 삶, 환경, 가족, 가정, 동아리, 친구들, 매일같이 오가며 만나는 사람들, 단골 슈퍼마켓의 직원과 사장, 취미생활하면서 사귄 통장님, 학생복사장님, 세탁소사장님, 젊은 청년, 가톨릭 형제와 자매님 등 일상과 매일매일 속에서 감사할 것을 찾아낸다면 그것은 밭에 감추어졌던 보화를 발견하는 기쁨과 같을 것이다.

각주 1. 「인생미학 나이에 대한 위인들의 단상·고찰」 (경향신문, 1996.8.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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