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심 8


드릴 말씀 잊고
먹돌처럼 앉아
내면의 동굴 바라 볼뿐
오늘 새벽 이리도 무거운
존재의 한 응어리

딱딱하고 차가운 덩어리 속
봉천동 산동네 골목처럼
어수선하게 얽히고설킨 미로
그 안에 고이고 몽친 피 가래
그 안에 서로 얼굴에 새긴 상처들

우린 진정 당신 앞에 핀 꽃입니까
우린 진정 당신 앞에 기쁨입니까
베니아판 한 장으로 겨울을 막고
공동 변소에서 줄지어 뒤를 보면서
우리가 진정 당신 사랑입니까

하온데 그때 봄비처럼 주신 말씀
좋은지 모르고 받은 계시
이렇게 좋은 날 되실 줄은
좁은 골목 누빌 때 몰랐던 거죠

이렇게 무거운 입술로 앉아
겉으론 먹돌처럼 엎드려 있어도
속에서 힘차게 노 젓듯 일하시는 손
살 깊게 사랑 만지는 제 손
악수하는 거룩한 새벽이지요

최충산 목사, 예장합동 개금교회를 은퇴하고 경남 고성에서 바이블학당을 운영하며 시인으로 작품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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