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근거가 결여되어 있거나 잘못된 것

"어두운 곳에서 책을 읽어도 시력을 해치지 않는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에 8잔의 물을 마실 필요는 없다. 다리를 면도해도 털이 더 빨리 자라지는 않는다."

이상은 British Medical Journal 크리스마스판에 실린 "의학적 미신: 의사들도 가끔 헷갈린다."(Medical myths: Sometimes even doctors are duped.)라는 기사에 실린 내용 중의 일부이다. 미국 인디애나 의대의 연구진은 일반인, 심지어 일부 의사들조차 믿고 있는 7가지의 잘못된 의학적 통념을 지적하고, 이를 반박하는 근거자료를 제시하였다.

양병찬(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풍부한 인생경험을 살려 의약학, 생명과학, 경영경제, 스포츠,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을 번역 출간했다. 매주 Nature와 Science에 실리는 특집기사 중에서 바이오와 의약학에 관한 것들을 엄선하여 실시간으로 번역 소개한다.

 

1. 건강을 유지하려면 하루에 여덟 잔 이상의 물을 마셔야 한다:

"하루에 8잔 이상의 물을 마셔야 한다."는 원칙은 유용하고 건강에 유익한 다이어트/체중감량방법으로 알려져 있으며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사실이기도 하다. 이는 1945년에 발표된 "인간은 하루 8잔의 물에 상당하는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는 영양위원회(Nutrition Council)의 권고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커피나 음료수, 그리고 식품(특히 과일과 야채) 중에는 다량의 수분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러한 수분섭취량 역시 `8 잔의 물에 상당하는 수분`의 범주에 포함되어야 한다. 이러한 사실을 도외시하고 8잔의 물을 별도로 마신다는 것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위험할 수도 있다.(Am J Physiol Regul Integr Comp Physiol. 2002 Nov;283(5):R993-1004)

2. 어두운 곳에서 책을 읽으면 시력이 영구적으로 손상된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희미한 촛불 아래서 책을 읽으면 시력을 해친다."는 핀잔을 듣기 훨씬 전부터, 사람들은 희미한 등불 밑에서 책을 읽으면 시력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는다고 믿어 왔다. 세대를 거치며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이렇게 경고함으로써 이러한 속설을 고착화시켜 왔으며, 그 자식들 중에는 나중에 의사가 된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연구진은 희미한 등불 밑에서 책을 읽으면 시력이 영구적으로 손상된다는 과학적 근거를 찾지 못하였다. 물론 희미한 등불 밑에서는 눈이 긴장하여 자주 깜빡거리거나 일시적으로 명료함을 잃게 되지만 휴식을 취하면 정상으로 되돌아온다.

3. 칠면조고기를 먹으면 졸립다:

칠면조고기는 수면과 기분조절에 관여하는 아미노산인 트립토판을 함유하고 있기는 하다. 따라서 칠면조고기에 함유된 트립토판이 졸음을 유발할 수는 있다. 그러나 칠면조고기가 다른 음식물에 비해 특별히 많은 양의 트립토판을 함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칠면조, 닭고기, 저민 쇠고기(ground beef)는 동일한 양의 트립토판을 함유하고 있으며, 돼지고기나 스위스치즈와 같은 단백질공급원의 트립토판 함유량은 칠면조보다 휠씬 많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햄버거나 폭찹을 먹은 후에는 그렇지 않으면서 칠면조고기를 먹은 후에는 졸립다고 하는 것일까? 그것은 칠면조고기를 먹는 시점이 추수감사절에 많은 음식을 섭취한 후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사람들을 졸립게 하는 것은 이미 섭취한 음식에 포함된 내용물의 총량(總量) 때문이지 칠면조 하나 때문이 아니다.

4. 인간은 뇌의 10%밖에 사용하지 않는다:

연구진에 의하면, 이는 1900년대초 자기개발 전문강사들이 청중들에게 "자신의 타고난 가능성을 충분히 발휘하라!"고 설득하기 위하여 지어낸 말이라고 한다. 그후 이 말은 의사로부터 코미디언(제리 세인펠드)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인용하는 문구가 되었으며, 알버트 아인슈타인과 잘못 연관되어 있기도 하다. 실제로 이 말에 용기를 얻어 놀라운 업무능력을 발휘한 사람들도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이를 반박하는 과학적 근거는 많다. 양전자방출단층촬영술(PET)이나 다른 영상장치를 이용한 연구에 의하면 뇌에는 휴면중인 영역이 없으며, 개별 뉴런이나 세포를 보더라도 불활성화된 것은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뇌세포의 대사활동을 연구한 학자들조차 뇌에는 비기능적 영역이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5. 머리털과 손톱은 사망 후에도 계속 자란다:

이 아이디어는 아마도 엽기소설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에 의하면 의사들 중에도 이 속설을 믿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었는데,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도 반신반의하는 눈치였다고 한다. 그러나 사후(死後)에 피부는 건조해지고 움츠러들기 때문에 머리칼이나 손발톱이 더 길어 보이는 일종의 착시(optical illusion)현상일 뿐이다. 사후에 사체가 건조해면서 연조직(soft tissue), 특히 피부는 움츠러든다. 피부가 움츠러들면 손발톱은 훨씬 돌출된 것처럼 보인다. 이는 머리카락에도 적용되지만 손발톱에 비하면 정도가 덜한 편이다.

6. 다리를 면도하면 털이 더 빠르게 자라거나 거칠어진다:

연구진은 1928년에 행해진 무작위 임상연구를 찾아내었다. 그 연구는 면도한 피부와 면도를 안한 피부에서 털이 자라나는 것을 비교한 것으로서, 면도한 피부에서 자란 털은 색깔이 더 검거나 굵지 않으며 더 빨리 자라지도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80년 전에 거짓으로 드러난 미신이 아직도 지지를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진은 여기에도 역시 착시현상이 개재되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면도 후에 털이 처음으로 나오면 끝부분이 뭉툭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뭉툭한 끝부분이 마모되어 실제보다 굵어 보이게 된다. 또한 자외선은 털을 탈색시키기 때문에, 처음 나온 털은 먼저 나온 털보다 색깔이 짙어 보일 뿐 실제로 그러한 것은 아니다.

7. 휴대전화를 병원에서 사용하면 위험하다:

연구진은 병원이나 의료장비 주변에서 핸드폰과 관련된 사망사례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감시 모니터에 잘못된 경보가 나타났다던가, 약품 주입펌프가 오작동되었다던가, 심전도 모니터에 잘못된 정보가 나타났다는 등의 경미한 사례는 종종 보고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지는 1993년 이전에 발생한 100개 이상의 전자기간섭현상 사례를 보도하면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킨 바 있다. 그 이후로 많은 병원들은 휴대전화의 사용을 금지함으로써 이러한 주장을 영속화시켰다. 영국의 경우, "의료장비에서 1m 미만 떨어진 곳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함으로서 4%의 전가기간섭현상을 보였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어 있다.그러나 2005년 메이요클리닉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6개의 휴대전화와 16개 의료기기를 대상으로 한 510번의 테스트에서 임상적으로 중요한 간섭현상이 나타난 것은 1.2%에 불과하다고 한다. 2007년 75개 진료실에서 실시된 300번의 테스트에서는, "정상적으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경우 아무런 간섭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이상의 속설들은 많이 알려진 것들이기는 하지만 과학적 근거가 결여되어 있거나 잘못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속설들이 영속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진은 이러한 속설들이 전문가들이나 매스미디어에 의해 언급되었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설득력을 갖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특히 환자들은 의학 전문가나 의사들이 말하는 것을 무비판적으로 믿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연구진은 의사들에게 "통념, 일화 등에 의존하기 보다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근거에 입각하여 의학적 의사결정을 내릴 것"을 주문하였다.

SOURCE: "Medical myths: Sometimes even doctors are duped.", BMJ 2007;335:1288-1289 (22 December)
소스출처: http://www.medsca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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