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예배에서 낭송해 봄직하다

보혈의 능력(여전한 감사)

 
 
이영인 시인, 본헤럴드 LA주재기자

 

하루에 서너 번, 일주일에 3일,

한 달에 4-5주

그리고 3년의 세월이 흐르니

적어도 일천 번은 족히 되는 고통의 찔림 연속이었습니다

 

그 아픔의 찔림 순간순간마다

고여 썩고 있었던 그 안의 검푸른 피멍, 봇물처럼 쏟아져 나와

피할 수 없는 고난의 아골 골짝 지나며 씻겨지고 맑아져 되돌려질 수 있음은

그는 절규해도, 주님에게는 은혜요 사랑이었습니다.

 

주님은

죄 없는 죄 끌어안고 감당치 못할 십자가, 그 버거움 두렵고 떨려

주여! 할 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라며

저 골고다의 언덕길, 말없이 올라야 했습니다

 

그는 그 길을 함께 했습니다

 

삶의 한계로는 감당할 수 없는 십자가의 무게

그 여정에서 넘어져 깨어지고, 또 넘어지고 깨어져

선혈이 낭자한 온 몸의 고통 피할 겨를도 없이

그저 올라야 했었던 길

 

너무도 힘들고 외로워 절망할 수밖에 없는

날개 잃은 천사, 통곡의 가시밭길이었습니다

 

주님은 가시면류관 찔림의 고통과 아픔으로

그는 가시밭길 찔림의 고통과 절망으로

그렇게 나란히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야 했습니다

 

나도 그 길을 함께 했습니다

 

그가 침묵할 때 나는 오열했고

그가 눈물 흘릴 때 나는 피눈물을 토해 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폐부를 찌르는 고통이 아니라

연약한 심장을 따스한 온기로 품어주는 주체할 수 없는 감사

은혜의 오열이며 피눈물이었습니다

 

내 안에 함께 하신 끝없는 주님의 사랑,

긍휼함이 함께 하심을 알게 해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그렇게 말없는 그림자 되어

주님의 발자욱 위에 나의 발자욱을

그리고 또 그의 발자국을 포개고 함께 동행하셨습니다

 

한걸음 한걸음 힘겹게 올랐을 저 골고다의 가파른 언덕길

머리에 씌어진 가시 면류관을 타고 흐르던 피땀방울은

보혈의 정수되어

품에 품고 가시던 우리를 깨끗이 씻고 훑여내셨습니다

 

그리고 그 씻어낸 질그릇 안에

말갛게 우려낸 향 좋고 은은한 빛깔의 따스한 허브잎 차 한잔

투명한 유리잔에 가득 차고 넘쳐 흘러내리듯

그렇게 주님의 사랑이 흐르게 하셨습니다

 

주님의 보혈 우리 안에 들어와

고여 썪은 피, 육을 갏아먹고 영혼을 멍들게 했던 더러운 삶의 찌꺼기들

하나 둘, 그리고 셋

바꾸고 또 바꾸어, 거르고 또 거르어

말갛고 향기롭게 흘러 넘치게 하셨습니다

 

보혈의 능력이었습니다

감사의 은혜를 입었습니다

십자가의 능력이었습니다

사랑의 구원이었습니다

 

보혈의 능력

주님의 사랑은 언제나 변함없는 향기로

항상 끝까지 함께 하십니다

 

그래서 고통은 축복이며 한없는 감사입니다.

낮은자, 주린자, 아픈자

저들 속에 주님이 찾아와 좌정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보혈의 능력

주님의 사랑과 긍휼함이 함께 하기에

고통은 오히려 여전한 감사의 가장 큰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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