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네 차례 부결된 오바마케어 폐지법안을 내년에 재추진 의사 밝혔다

오바마 케어(Obama care)는 미국의 의료보험 개혁안으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주도하에 2014년 1월부터 시행되었다. 본 개혁안의 가장 큰 목적은 차상위 계층에게 의료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다. 오바마 케어의 적용 대상은 모든 미국의 국민이고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거부시 벌금이 부과되며 이 벌금은 가입 회피 기간이 늘어날수록 증가한다. 

오바마 케어는 무보험자 비율을 대폭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지만 기존의 전 주민 무료 보험 혜택을 제공하도록 노력하던 지자체, 해당 지자체와 협력하는 보험사에게는 경제적 타격과 서비스 수준의 저질화를 가져왔다. 또한 직장 보험을 이용하고 있던 중소득층 주민들 역시 오바마 케어시행 이후 짊어지게 된 추가적인 부담에 울상을 짓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보험에 이미 가입되어 있고 주치의가 있는 중산계층 미국시민들이 기존에 이용하던 보험을 취소당하고 강제로 오바마케어를 가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또한 의사도 마음대로 지정할 수 없을 뿐더러 보험료가 전에 내던 금액보다 2배 가량 증가했다. 

이러한 부작용을 보이면서 폐지 목소리가 강해졌으나, 문제는 오바마 케어를 폐지하려고 하는 쪽에서도 이를 대신할 제도를 전혀 준비하지 못했다. 일단 무작정 오바마 케어를 폐지했다간 현재 오바마케어의 혜택을 받는 2천만명의 미국 시민이 또 다시 의료보험의 사각지대에 내몰리게 되기 때문이다. 분명 오바마 케어는 심각한 부작용이 있으나 의료사각지대 해소라는 측면에서 확실하게 진일보한 정책이기 때문에, 완전 폐지는 어렵고 이름만 바뀐 트럼프케어로 존속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트럼프는 당선인 시절 오바마와 대담하면서, 26세 이하 자녀가 부모의 건강보험 혜택을 보게 하고, 건강을 이유로 가입 거절을 금지한다는 오바마 케어의 조항은 '좋은 것'으로 간주하여 존치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바 있다. 

오바마 케어를 대신할 공화당측 법안인 "미국 건강의료법(American Health Care Act)"으로 뒤늦게 대책안을 마련하였으나, 문제는 전반적으로 오바마 케어의 일부만 놔두고 나머지를 바꾼 법안이다. 설상가상으로 "나머지"로 바뀐 부분들이 오바마 케어가 유지될 수 있는 부분들이었기 때문에 오바마 케어보다 효율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지난 5월, 트럼프 행정부는 새로운 법안을 마련했는데, 보험사와 부자들을 위한 의료 개혁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현재 오바마 케어에서 유지된 사항은 26세 이하의 자녀들에게 부모보험에서 혜택을 제공한다는 것뿐이다. 즉, 보험사와 부자들만 혜택을 받는 의료개혁으로,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오바마 케어보다 훨씬 효율적인 전 국민 의료정책"과는 상반된 결과를 가져왔다. 결국 지난 3월 23일에 예정되었던 하원 법안 투표는 다음날로 연기되었고 다음날에도 오후 3시 30분 투표를 앞두고 폴 라이언이 트럼프에게 법안 철회를 권고했다. 트럼프가 이에 동의함으로서 오바마 케어 폐지 법안의 첫 시작은 실패로 끝났으며 이에 따라 오바마 케어는 한동안 유지될 전망이다.

실패한 이유

우선 공화당 내의 반대가 있었다. 강경 공화당 의원들은 오바마 케어의 필수의료혜택, 보험사 가입거부 금지규정을 삭제할 것을 주장했으나, 트럼프가 이를 전부 수용하지 않고 일부만 수용하는 선에 그치자 오바마 케어랑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비난하였다. 기타 요인중 하나로 민주당에서 협조를 거부할시 오바마 케어의 완전 폐지는 불가능하기에 결국 일부 예산을 조정하는 형식이 되자 공화당 측에서도 반발한 것이다. 게다가 트럼프와 언론의 사이가 굉장히 나쁘다는 것이 트럼프 케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커지게 하는데 일조했는데 언론들에서 트럼프 케어로 바뀔시 보험료가 어떻게 변동되는지 상당한 비중을 할애하면서 자세하게 다루었다.

결국 상당수의 미국시민들은 언론에서 세세하게 분석해준 트럼프 케어와 기존의 의료보험 프로그램 비교를 보고 이후 바뀌게 되는 자신의 보험료와 혜택들을 보고 기겁하였다. 트럼프의 지지자들중 상당수 조차도 트럼프 케어로 바뀌게 되는 자신의 보험료와 해택에 대해 불만을 가졌다는 것이다. 현재 트럼프 본인의 지지율은 35% 대인데 트럼프 케어의 지지율은 20퍼조차도 안된다. 보수 논객인 터커 칼슨 조차도 이 의료보험은 서민들에게 너무나 불리하다며 폴 라이언과 설전을 벌였을 정도이니 결국 트럼프 지지자들 조차도 상당수가 트럼프케어에 대해 크게 불신하는 중이다.

지난 5월 4일 오바마 케어 폐지가 찬성 217 대 반대 213으로 하원을 통과했으나 상원 통과가 무산됨으로써 또다시 실패하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케어를 없애는 동시에 트럼프케어를 통과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일단 오바마케어 폐지를 먼저 한 뒤에 새로운 건강보험 법안을 만들겠다는 방침을 새로이 밝혔다. 즉, 오바마케어가 폐지될 경우 미국은 한동안 대체 법안이 존재하지 않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뜻이다.

또다시 실패한 이유

이번에도 트럼프의 발목을 잡은 것은 공화당이었다. 상원의 공화당 소속 의원 52명 중 50명이 지지해야 법안이 통과되는데, 이미 공개적 반대자만 4명이 나온 상황이었다.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후속 트윗을 통해 상원의 법안처리 요건을 완화할 것을 촉구하며 "민주당이 완전히 방해만 하고 투표도 하지 않는 만큼 현재 겨우 다수당을 유지하고 있는 공화당 상·하원 모두 내년 선거에서 더 많은 승리를 거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민주당 상원 의원들이 오바마 케어 폐지를 결사반대하리라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트럼프케어를 저지하는 세력에는 공화당도 포함된다. 즉, 트럼프 측에서 공화당과 소속 의원들 특히 트럼프 케어를 반대하는 상원의원들과 사전에 충분히 의견 조율을 하지 않고 추진하다가 실패한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공화당 내분으로 인한 지지표 부족이겠지만 근본적으로는 ‘폐지’ 이후 ‘대체’에 대한 아이디어 빈곤 때문일 것이다. 국민들은 헬스케어제도의 ‘개선’을 원하는데 공화당의 대체안들은 ‘개악’을 추진해왔다. 수천만명의 무보험자를 다시 양산하고 만성 질병자를 다시 죽음과 파산으로 내몰게 할 ‘개악’의 후유증을 국민들이 우려하는 한 ‘폐지와 대체’의 통과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이미 2018년 회계연도 예산안 처리 때 조정절차를 활용해 세제개혁과 묶어서 재시도 하자는 의견도 제시되었고, 세제개혁 하나만으로도 버거우니 2019년 회계연도 때 시도하자는 제2안도 나왔다.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한 폐지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오바마케어는 ‘폐지와 대체’가 아닌 ‘유지와 개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매케인이 강조하는 초당적 협상을 전제로 한다. 양극화된 현재 정치 환경에서 ‘초당적 헬스케어’의 전망은 ‘아주 흐림’에 머물러 있지만, 지난 9월 27일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과의 협력도 고려할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워싱턴의 화두는 이제 ‘세제개혁’으로 옮겨졌고 오바마케어 폐지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최소한 금년 중에는 메디케이드 대폭 삭감의 위협은 나오지 않을 것이고, 기존 병력자의 보험료도 급등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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