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욕과 굴욕을 껴안고 살아가야 하는 약소국과 약자들의 이야기

영화 <남한산성>이 개봉 2일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여 역대 추석영화 신기록을 세웠다.

영화 <남한산성>은 1636년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청나라 대군을 피해 인조와 신하들이 남한산성에 고립된 채 보냈던 47일간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고수, 박희순 등이 출연한다.

1636년 병자호란, 청나라의 공격을 피해서 남한산성으로 도피한 ‘인조’에게 청과의 화친을 주장한 주화파(최명길)와 결사항전을 주장한 척화파(김상헌) , 그들의 나라를 위하는 마음은 같으나 방법이 달랐던 2개 파의 긴장감 그리고 어찌해야 될지 결정을 해야 되는 인조.

저항이냐 굴복이냐를 놓고 어느 한 쪽을 폄하함 없이 접근하는 영화였고, 치욕과 굴욕을 껴안고 살아가야 하는 약소국과 약자들의 이야기였다. 필자도 이 영화를 보는 내내 한겨울 산꼭대기에 선 것처럼 실제로 한기가 느껴졌다. 어쩌면 세상이 이렇게 한 치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남한산성 바위 위에서 엄동설한 삭풍이 부는 1637년 1월 30일 조선16대왕 인조는 진흙 밭 언 땅에 무릎을 꿇고 청나라 태종에게 세 번 절을 하고 9번 머리를 깊숙이 조아렸다.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찧는 삼배구두로 용서를 비는 장면이 가장 슬펐다. 실로 남한산성 최후의 47일이 유대 최후의 "맛사다" 항전과 전략적으로 비교가 될 만한 전투라고 여겨진다.

당시 조선은 무방비상태에서 후금의 1차 침략으로 형제의 맹약을 맺었다. 이후 후금은 국호를 청으로 고치고 조선에게 형제의 맹약이 아니라 군신의 의를 다하도록 강요하였다. 그리고 막대한 황금, 말, 병사를 보낼 것도 강요하였다.

조선의 조정에서도 전쟁을 하자는 의견이 서서히 늘어났다. 이를 알게된 청은 황제가 직접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왔다. 그리고 조선에 대하여 왕자를 인질로 보내고 사죄할 것을 강요하였다.

당시 만주와 중원을 석권하고 조선에 대하여 신하된 도리를 다하도록 강요하며 갖은 수탈을 일삼는 청나와 조선이 어떠한 외교적 노력으로 전쟁을 예방할 수 있었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그저 달라는 대로 다 주고 굴종하더라도 전쟁만 피하면 된다는 생각이 옳은 것인가?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결국 철저한 준비와 강력한 힘이었다는 것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시간 낭비하고 명분과 이상에만 집착하다 나라와 백성에게 큰 죄를 지었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 아닐까 생각한다.

야당대표 홍준표는 영화 '남한산성'을 관람 후에 "무능한 군주, 피해는 백성 몫이다. 한국의 지도자들이 새겨 봐야할 영화"라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밝힌 남한산성 영화에 대해 “하염없는 눈물과 함께 끝없는 분노가 치밀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외교적 노력으로 사전에 전쟁을 예방하고 또한 백성의 도탄을 막을 수 있었는데도 민족의 굴욕과 백성의 도륙을 초래한 자들은 역사 속의 죄인이 아닐 수 없다”면서 “무능하고 무책임한 지도자들이 잘못된 현실 판단과 무대책의 명분에 사로잡혀 임진왜란에 이어 국가적 재난을 초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과 일본, 중국 사이에 남북의 대결은 깊어지고, 경제적 압박과 안보의 위기는 커져가고 있다”면서 “우리의 힘을 키우고, 외교적 지혜를 모으고, 국민적 단결이 필요할 때”라고 밝혔다.

그러나 삼전도의 굴욕이 전근대적 충성 위계와 당파싸움에 있었다며, 현재의 한반도/동북아시아 국제정세와 아무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앞에서 언급한 영화감상이나 정치인들의 영화소감이 실제와는 전혀 다른문제라는 시각인 것이다. 임진왜란도 마찬가지다. 막무가내로 자기들의 필요에 의해서 침략하는데 무슨 외교와 준비가 가능하다는 말인가? 자강론과 외교론의 무용지물을 강하게 역설하는 사람도 있다. 똑같은 영화를 놓고 보는 사람마다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그런가하면 시류의 바람을 타고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남한산성에 부는 바람은 이래저래 춥기만하다.    

南漢山城은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면 산성리에 있는 조선시대의 산성이다. 사적 제57호이며 현재 남아있는 시설은 동·서·남문루와 장대·돈대·보 등의 방어시설과 비밀통로인 암문, 우물, 관아, 군사훈련시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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