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

 

                            김종욱

 

말로 다하지 못한 초록색 혀는

잠가진 입술 뒤에 갇혀서

나무처럼 자라고 있어

목구멍으로 뿌리를 내리고

눈물샘으로 가지를 뻗지

두개골은 푸른 나무로 가득해져가

 

나뭇잎에 맺힌 이슬이

자꾸만 눈물샘 밖으로 빠져나가고

뿌리는 심장까지 뻗어가

가슴을 찌르고 있어

 

이 나무가 다 자라면

미안해 사랑해

이런 말들이 열매 맺힐 거야

 

내가 하지 못 했던 말들이

심장에 뿌리를 박고 눈동자에 열매 맺을 거야

나는 침묵하며 말하고

이 나무는 내 이름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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