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26일 부산 한우리교회 박홍섭 목사

요즘 우리 집에는 방학을 맞아 먹고 자고 놀고 또 먹고 자고 노는 둘째 딸의 전성시대입니다. 학생의 본분인 공부는 그렇게 먹고 자고 놀다가 심심하면 조금 하는 흉내만 내는 이 딸이 전날 저녁에 보았던 김수현과 전지현이 나오는 연속극을 또 보고 있어서 물었습니다. 어제 저녁에 본 것을 왜 또 보니? 재미있어서 본대요. 제가 다시 물었죠. 솔직히 말해봐라 연속극이 재미있어서 보는 것이 아니라 김수현 좋아서 또 보는 거지? 그랬더니 맞대요. 제가 또 물었습니다. “별로 잘생기지도 않았는데 김수현이 뭐가 그렇게 좋아?” 그때 득달같은 딸의 일갈이 돌아왔습니다. “아빠보다 일억 배는 잘 생겼어!” 100배도 아니고 일억 배래요!

제가 상처 받은 줄을 알고 급하게 딸이 수습하는 말을 했습니다. 생기기는 김수현이 일억 배 잘 생겼는데 좋기는 아빠가 더 좋아. 그래도 쉽게 아물어질 상처가 아니죠. 급기야 저는 김수현 사진과 제 사진을 나란히 페이스 북에 올려서 정말 얘가 저보다 1억 배나 잘 생겼습니까? 라고 확인해보는 무리수를 두게 됩니다. 그랬더니 두 가지의 반응이 나왔습니다. 하나는 “불쌍하다. 어떻게 하다 그렇게 되었니? 그래도 용기가 가상하다. 당신도 봐줄만 하니 너무 상심하지 말라”였고 다른 하나는 “어디 감히 김수현과 비교 질을 하나? 일억 배가 아니라 이억 배는 김수현이 잘 생겼다. 그것은 비교가 아니라 테러다. 김수현 팬이 이 사실을 알면 당신은 온전하지 못한다.” 등등...주로 여자들이 분노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수현이 그 정도로 대세인줄을 모르고 제가 잠시 정신 나간 비교를 한 거죠.

그런데 우리 딸을 비롯한 중딩들이 아직까지 잘 모르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김수현이 아무리 멋있고 좋아도 김수현이 해주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자신들을 먹여주고 공부시키고 키워주고 사랑을 주는 것은 지가 좋아하는 김수현이 아니라 김수현 보다 일억 배는 못난 아빠가 하는 것이죠. 아빠는 먹여주고 공부시켜주고 키워줄 줄 뿐만 아니라 자기를 위해 목숨까지 줄 수 있을 정도로 딸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김수현은 우리 딸에게 아무 것도 안 해줄 뿐 아니라 오히려 자기를 좋아해주는 팬들 때문에 먹고 사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딸이 김수현을 좋아하는 것은 참으로 허망한 것입니다. 연애인을 좋아하는 팬들이 모르는 것이 이 부분입니다. 자신들이 얼마나 허망한 짓을 하는지를 몰라요. 허망하다는 것은 자기하고 아무 상관없는 것을 좋아하고 추구하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들을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내 삶에 돌아오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좋아합니다. 허망한 것이죠. 더군다나 자기를 가장 사랑하는 아빠를 일억 배나 못생긴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니 이 얼마나 허망한 것입니까?

주 안에서 사랑하는 여러분, 어쩌면 기독교 신앙은 거창한 사명 이전에 김수현과 연예인으로 비교할 수 있는 세상의 모든 화려함과 멋있음과 잘남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깨닫고 자신의 목숨까지 버려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께 우리의 모든 마음과 사랑을 드리는 자리로 돌이켜 그분 앞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생명이 우리에게 들어오기 이전에는 우리도 다 그런 것들이 행복과 만족과 안식과 평안을 줄 줄 알고 그것들을 추구하고 바랐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압니다. 그런 것들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사는 것은 마치 바람을 잡는 것과 같은 것이고 하늘에서 별을 따다 하늘에서 달을 따라 그대 두 손에 담아주겠다는 것과 같이 허망한 것인 줄을 압니다. 그것이 행복의 비결인지 알고 사력을 다해 달려가 보니 정작 그 지점에 당도했을 때는 내가 이것 때문에 이렇게 살아왔는가? 하는 것이 예수 없는 사람들의 허망한 인생의 결론입니다. 그래서 사도는 엡4:17절에서 전에는 너희가 이방인처럼 그 마음의 허망한 것으로 행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살지 말라고 하는 것이죠.

예수를 믿고 예수 안에 있으면 그전에 허망한 것을 바라고 좋아하고 추구하고 살던 인생과 비교해서 일억 배나 이억 배 정도가 아니라 비교할 수 없는 가치의 새로운 목표가 생기고 소원이 생기고 사모함이 생깁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바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거룩’입니다. 하나님의 온전한 소유가 되고 하나님을 나의 기업으로 삼고 나도 하나님의 기업이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여 하나님이 좋아하는 것을 나도 좋아하고 하나님이 싫어하는 것을 나도 싫어하는 거룩과 영광이라는 비교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새로운 목표와 가치가 생깁니다.
그것을 오늘 본문 11-12절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일을 그의 뜻의 결정대로 일하시는 이의 계획을 따라 우리가 예정을 입어 그 안에서 기업이 되었으니 이는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전부터 바라던 그의 영광의 찬송이 되게 하려 하심이라.” 우리 인생이 이런 하나님의 계획과 경륜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에베소서는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가 되고 하나님의 백성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어려서 하나님보다 세상을 더 사랑하고 더 좋아하고 아직은 허망한 것을 따르고 살 수 있지만 하나님께서 어떤 계획과 목표를 갖고 우리를 불렀으며 그것을 위해 쏟아 붓고 계신 그분의 사랑과 은혜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알면 세상이 아무리 멋있어 보이고 좋아보여도 하나님과 비교할 수 없는 것인지를 알게 될 것이라는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에도 하나님의 계획, 하나님의 경륜 이런 말들이 나오는 것입니다. 9절에 때가 찬 경륜을 위하여 예정하신 것이라고 하고 11절에 모든 일을 그의 뜻의 결정대로 일하시는 이의 계획을 따라 예정을 입어 그 안에서 기업이 되었다는 말이 나오죠. 계획과 예정은 같은 의미의 말입니다. 하나님이 죄인들의 구원과 타락한 세상을 회복하시는데 무작정하는 것이 아니라 계획을 가지고 하십니다. 특별히 예정은 인간의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계획을 표현하는 단어입니다. 하나님은 만사만물을 향한 계획을 갖고 계시고 그 중에서도 타락한 인간의 구원을 위한 특별한 계획을 갖고 계시는데 그것을 성경에서는 예정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이 무엇입니까? 1:4-5절을 다시 볼까요? “곧 창세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사 우리로 사랑 안에서 그 앞에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시려고 그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의 아들들이 되게 하셨으니” 무슨 말입니까? 하나님이 창세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여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시려고 우리를 아들 삼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7절은 우리를 그렇게 하나님의 아들 삼기 위해 당신의 독생자를 죽음 가운데 내어주고 그의 피로 우리를 값을 주고 사와서 속량하셨다고 합니다. 8-10절은 이 모든 것이 하늘과 땅에 있는 것을 다시 그리스도 안에서 회복하고 통일시키기 위한 하나님의 계획과 경륜 가운데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씀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을 계획하시는 하나님의 계획과 계획대로 실행하시고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의 경륜입니다. 하나님은 임기응변 식으로 세상을 주관하시는 것이 아니라 계획과 예정을 갖고 하십니다. 계획을 갖고만 계시는 것이 아니라 그 계획을 그의 지혜와 능력으로 실행하시고 성취해 가시는 분입니다. 이렇게 하나님의 계획을 역사 속에서 지혜와 능력으로 이루어가시고 성취하는 모든 것을 경륜이라고 합니다. 오이코노미아라고 하는데 이코노미입니다. 우리 개념으로는 경제, 혹은 경영이라고 할 수 있죠. 말하자면 하나님의 세상 경영이 바로 경륜입니다.
세상의 경영과 경제는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이익을 남기는 것이 경영이지만 하나님의 경영은 그런 경제논리가 아니라 철저하게 구원의 개념이고 거룩의 개념입니다. 경제논리로 본다면 엄청난 적자경영을 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온 세상을 주관하시면서 역사를 진행시켜 나가는데 그 핵심이 그리스도 안에서 택한 자를 복음을 통해 불러내는 것이며 그렇게 불러낸 하나님의 백성들을 그 앞에서 거룩하고 흠이 없게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 성자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시고 그 보혈의 피를 믿는 자를 교회로 불러 거룩하게 만들어 가시고 일반은총으로 세상의 죄를 억제하면서 택한 자를 다 불러내기 까지 역사를 이어가십니다. 결국 택한 자들이 복음을 통해 다 부름을 받고 때가 되면 주님이 다시 오셔서 하늘과 땅의 모든 것을 새롭게 그리스도 안에서 회복시키고 통일시킬 것입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세상은 여전히 많은 불합리한 것과 모순처럼 보이는 일들이 일어날 것이고 반복됩니다. 하나님이 다스림에도 불구하고 악인들이 득세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의인들이 고난 받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 하나님은 택한 자를 불러 거룩하게 만들어 가십니다. 택한 자들의 구원과 거룩함을 위해 때로 악인이 형통하고 의인들이 고난을 받는 현실이 허락됩니다. 부조리하고 불합리하고 불의하게 보이는 모순들이 허락됩니다.

그런 현실 속에서 하나님은 택한 자들이 세상의 화려함과 유혹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깨닫게 만들고 깨우치게 하십니다. 그리고 우리를 정말 사랑하고 지키시고 보호하시며 인도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신 것을 알게 하고 보게 하십니다. 그리고 그 하나님이 어떤 분이며 우리가 무엇을 위해 부름을 받아서 인생을 믿음으로 살아내어야 하는지도 가르쳐 가십니다. 그래서 허망한 목표와 허탄한 생각으로부터 하나씩 하나씩 우리를 돌이켜 세우십니다.

세상이 말하고 소리치는 성공과 부귀와 영화가 김수현이 저보다 일억 배나 잘생겨 보이는 것처럼 좋아 보이고 멋있어 보이고 화려해보이고 가치롭게 보여도 그것들이 우리를 사랑하지 않으며 우리를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오랜 실패와 세상의 많은 모순을 통해 맛보게 하시고 절감하게 하십니다. 그리고 우리를 먹이시고 살리시고 지키시고 보호하시며 양육하는 것은 하나님인 것을 알게 하십니다.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해서 독생자를 주시기까지 사랑하신 하나님 외에는 내가 소원하고 바라야 할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전 인생을 통해 배우게 하십니다.

그것이 거룩입니다. 하나님의 세상 경영은 우리의 거룩함을 위해 집중됩니다. 모든 지혜와 총명과 능력으로 하나님은 이 세상과 역사와 우리의 개인적인 인생을 그렇게 이끌어 가시고 경영해가십니다. 성공과 부귀와 영화를 향한 경영이 아니라 거룩과 영광을 향하여 경영해가십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와 여러분들의 모든 지난 세월들은 이러한 하나님의 계획과 경륜에 따라 흘러온 시간들이고 과정들입니다. 눈물도 있었고 실망도 있었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좌절도 하고 기뻐하기도 했던 모든 여정들이 전부 우리의 거룩함을 위한 하나님의 계획과 그 계획을 실행하시고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의 경륜, 하나님의 세상 경영의 결과들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지난 날 들 중에 쓸모없거나 쓸데없는 시간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모두 하나님의 경륜 가운데 허락된 의미 있는 시간이고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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