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칼립투스

-아름다움으로 덮이다

 

                                김종욱

 

여자는 자꾸 먼 곳을 본다

카페에선 신나는 유행가가 연달아 흐르는데

전혀 노래와는 어울리지 않는 표정으로

 

창밖을 보는데도 계속해서 창과 멀어진다

셀룰러 폰만 두드리는

투명한 유리 너머의 풍경

가까이 갈 수 없는 허공의 발자국 소리

박자가 있는 슬픔은 신나는 노래와 꽤 잘 어울려

이런 건 가벼운 유행인가 봐

 

그 여자는 점점 창과 하나가 되어 투명해진다

그녀가 있는 방향으로 초점 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모든 빛은 한 방향이구나

 

머물던 체취를 보내고

새로운 향기만 흘러오는

 

빛은 창밖으로 하얀 줄기의

유칼립투스 나무로 자라났고

그녀의 눈동자엔 나뭇잎의 그림자가

아른거려

별똥별 같은 것들이 쏟아져내릴 것만 같았는데

나는 뿌리로 더 깊게 땅 속으로 들어갔고

 

그리고 그 순간은 계속해서 자라나서

하늘로 멀어져 가네

무성한 유칼립투스 이파리 어두운 그늘 아래서

 

우리는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인 것만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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