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칼립투스
-아름다움으로 덮이다
김종욱
여자는 자꾸 먼 곳을 본다
카페에선 신나는 유행가가 연달아 흐르는데
전혀 노래와는 어울리지 않는 표정으로
창밖을 보는데도 계속해서 창과 멀어진다
셀룰러 폰만 두드리는
투명한 유리 너머의 풍경
가까이 갈 수 없는 허공의 발자국 소리
박자가 있는 슬픔은 신나는 노래와 꽤 잘 어울려
이런 건 가벼운 유행인가 봐
그 여자는 점점 창과 하나가 되어 투명해진다
그녀가 있는 방향으로 초점 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모든 빛은 한 방향이구나
머물던 체취를 보내고
새로운 향기만 흘러오는
빛은 창밖으로 하얀 줄기의
유칼립투스 나무로 자라났고
그녀의 눈동자엔 나뭇잎의 그림자가
아른거려
별똥별 같은 것들이 쏟아져내릴 것만 같았는데
나는 뿌리로 더 깊게 땅 속으로 들어갔고
그리고 그 순간은 계속해서 자라나서
하늘로 멀어져 가네
무성한 유칼립투스 이파리 어두운 그늘 아래서
우리는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인 것만 같았어
김종욱
elim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