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년간 미국의 전임 대통령들이 북핵문제를 처리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9일(현지 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나라는 지난 25년간 북한을 다루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수십억 달러를 줬지만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 정책은 효과가 없었다!”고 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7일(현지시간)에도 트위터에 "미국의 (전임)대통령들과 그 정부는 지난 25년간 북한에 얘기를 해왔으며, 많은 합의가 이뤄졌고, 막대한 돈도 지불했으나 효과가 없었다"면서 "합의는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북한에 의해)훼손돼 미국 협상가들을 바보로 만들었다"고 했다.

트럼프는 지난 10월 10일(현지시간)에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나는 엉망진창인 상태(mess)를 물려받았지만, 나는 이를 고칠 것”이라고 말했고, 키신저 전 장관은 “지금은 건설적이고 평화적인 세계질서를 구축할 기회가 매우 큰 때”라고 강조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에서 세계정부주의자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만난 건 주목할 만하다. 

그런데, 다음날인 지난 10월 11일(현지시간) 트럼프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5년 전에, 아니면 20년 전에, 아니면 10년 전에, 아니면 5년 전에 다뤄졌어야 했던 문제"라면서 "버락 오바마뿐 아니라 수많은 전임자들이 다뤘어야 하는 문제지만, 분명히 오바마 전 대통령이 그걸 처리했어야 한다"고 전 정권을 공격했다. 민주당 소속이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겨냥해서도 "클린턴은 그들(북한)에게 수십억 달러를 줬지만 그들은 계약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다시 미사일과 핵을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세계의 정치 지도자들과 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막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키신저의 움직임을 주목해야 한다. 키신저는 지난 7월 29일자 뉴욕타임스에서 미국과 중국이 북한 정권의 붕괴 이후 한반도에서 주한 미군 대부분을 철수시키기로 사전에 합의하면 좋을 것”이라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제안했다. 키신저는 미국과 중국이 단번에 북한의 핵을 폐기하고 한반도에서의 미군철수를 단행하자고 제안한것이다. 또 지난 8월 14일자 월스트리트저널에서 키신저는 "중국이 북한 비핵화에 성공한다면 하나의 한국이나 두 개의 한국, 아니면 북한 영토 내에 군사 배치 문제 같은 정치적 전개에 지분(stake)이 생긴다”며 한반도에서의 중국의 역할에 대해 딜을 제시하였다.

키신저의 구상은 '중국이 북한에서 김정은을 제거해주면 미국은 한국에서 군사를 철수 시킨다'는 말이다. 그에게 있어서 북한은 동북아 뿐만 아니라 세계를 지배하는 지렛대이다. 그렇다면 북한 김정은을 제거하고, 남한에서 미군이 철수한 이후 한반도의 미래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는 한반도 통일에 대해서 전혀 언급한 바 없다. 한반도 통일이 보장되지 않는 김정은 제거와 미군철수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는 "상황이 급진전해 2만7000명의 주한 미군이 하루아침에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사태가 문 대통령 재임 중 발생할 수 있다. 한반도 경영의 운전대를 잡은 집권세력과 이 정부가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미국이 한반도에서 철수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미국은 동북아에서 미국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오히려 우리는 94세의 노익장 헨리 키신저가 세계정치에 끼치는 영향력과 최근의 발언을 주목하면서 그의 숨겨진 의도와 전략적 목표가 무엇인지 알아야 할 것이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다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외교정책의 새로운 틀을 짜는 설계자로 등장했다느니, 트럼프가 키신저의 조언으로 친러반중 노선을 택했다는 등의 한국언론의 보도는 국제정치 속에서 키신저의 정체를 전혀 모르는 피상적인 시각이다.

키신저를 만난 다음날, 트럼프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한 기사를 보면, 트럼프는 키신저의 면전에서 전임 대통령들의 북핵 해법에 대해서 비난하면서 동시에 키신저를 비난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난 25년간 키신저는 중국과 한국의 정치지도자들을 수시로 만나면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었다. 그리고 트럼프는 이런 키신저의 과거 행적을 주시하면서, 키신저를 향해 지난 25년 간 미국의 동북아정책에 관여한 것에 대해서 그 책임을 추궁하고 있다. 트럼프는 11월에 한·중·일 3국을 순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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