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enos días 원종록 볼리비아 선교사

원종록 선교사는 2016년부터 볼리비아 산타크루즈에서 어린이를 섬기는 선교사역을 하고 있다(Bolivia Montero 소재, 약 150명 출석). 미주장로교 신학대학교를 마치고 해외한인장로회총회(통합) 서중노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하늘에서 온 남자』(2014), 『힐링 소마』(2015) 등이 있다. <미국지사장 김수경 목사>

 

영국이 인도를 통치할 때 영국 여왕이 농삼아 한 말이 있다. “인도는 포기해도 망고는 줄 수 없다.”

고국은 추위가 가까이 오고 있는데 이곳 남미는 봄이 만개해 있다. 수박, 복숭아, 살구는 물론 이름도 생소한 망가 아차차등 과일이 지천에 널려 있다. 이곳 볼리비아와 조국을 단순하게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한국의 60-70년대와 비슷하다. 상류층 백인들은 엄청난 부를 가지고 호위 호식하나 원주민은 가난하다. 과거 한국은 절대빈곤으로 먹을 것이 없었다. 그러나 이곳은 비록 가난할 망정 배는 굶지 않는다. 자연이 먹을 것을 무시로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절실하고 갈급함이 부족한 정서 때문에 느긋함이 몸에 배어 있다. 그 관습과 자연이 주는 풍요가 가난을 벗어 나는 장애물이다. 그래서 감사하는 마음도 결핍되어 있다.

시편에서 "하나님이여 우리가 주께 감사하고 감사함은 주의 이름이 가까움이라 사람들이 주의 기사를 전파 하나이다 (75:1)"라고 말씀하고 있다. 환경과 어떻게 타협해야 할 것인가?

첫째 자연이 주는 풍요는 거두되 지배를 받아선 곤란하다.
볼리비아는 지하자원이 무진장 매장되어 있다. 과거 스페인이 엄청나게 파 갔어도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우리 속담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란 말처럼 땅 속에 뭍어두기만 하고, 국민들이 가난한 것은 아직 똑똑한 리더가 없기에 그렇다. 일단 배고픔은 해결 할 수 있으니 저축을 하지 않고 있다.

한 가정을 살펴보더라도 자녀 사랑이 끔찍해 낚시법을 가르치지 않고 낚시대만 물려주면 머지 않아 물려 준 돈이 바닥나면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낭패를 보게 된다. 자연이 준 풍요는 감사하되 미래를 위해 준비도 함께 해야한다

둘째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아직 망고를 수확할 시기는 아니다. 거대한 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숱한 망고가 주인이 있지만 따갈 생각도 없고 그럴 여력도 없어 방치하니 동네 꼬마들이 설익은 망고를 한보따리 따 와 목사에게 준다. 그들이 뭐라도 선물하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다. 한국에선 비싼 과일인데 철이 지나면 떨어져 썩어버리는 것이 아깝다. 4철이 분명해 한겨울 삭풍을 맞아 본 삶은 봄의 선물에 무한 감사를 느끼나 겨울인지 봄인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가운데선 절절한 감사가 없다.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빌4:6)"

셋째 내일을 대비해야 한다.
열대과일의 문제는 장기간 보관이 어려운 점이다. 이곳에서 두해를 보내며 느끼는 것이 광야에서 주께서 만나를 주셨을 때 모세가  "아무든지 아침까지 그것을 남겨 두지 말라 (출16:19)" 고 한 말씀이 떠 올랐다. 어쩌면 풍성한 먹거리를 주시면서 탐심을 갖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하셨나? 우문을 던져 보았다. 이곳 남미도 이제 발전의 속도가 빠르다. 비록 배움이 적고 가진 것은 없으나 첨단과 과거가 공존하고 있다. 벽돌로 엉성하게 쌓고 풀로 지붕을 이은 집에도 TV로 지구촌 곳곳의 소식을 보고 있으나 내일을 준비하는 것은 게을리 하고 있다.

과일의 홍수 속에 생전 처음보는 과일을 맛보며 봄을 만끽하고 있다. 그러나 전도를 나서려 하면 습도와 태양이 심술을 부려 몇걸음 옮기기도 전에 땀이 다리를 감고는 한다. 오후가 시작 되는 시간은 가게도 문을 닫고 만다.

이곳의 풍요가 부럽지만, 그것이 곧 복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이들은 일을 해서 땀을 흘리기 보단 자연이 그렇게 만든다. 그러나 조국은 일을 해야 먹거리를 얻을 수 있으니 그렇게 흘리는 땀이 더 값질 수 있다. 아무리 열대 과일이 맛 있다고 해도 한국에서 딴 복숭아와 진영 단감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조국이 귀하고 좋은 나라로 가꿔 후손에게 물려 주어야 겠다고 기도 한다. 망고때문에 인도를 버리지는 않겠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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