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찾아 떠난 감사여행 (27)-임승훈 박사

임승훈 목사 - 월간목회편집부장 역임, 한국성결신문 창간작업 및 편집부장역임, 서울신학대학교총동문회 출판팀장, 위대한맘 인천한부모센터 대표, 설교학 신학박사(Th,D), 더감사교회 담임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 폴 칼라티니(1977~2015)는 일찌감치 ‘죽음이란 직접 대면해야만 알 수 있는 거라는’ 확신으로 의학도가 되었으나 끝내 폐암을 이기지 못하고 38세에 요절했다. 그는 죽음을 이해하기 위해 정진하기를 영문학•의학•철학•역사학을 공부하며 자신의 질문에 답을 찾으려 무진 애썼다. 폐암으로 2년간 투병하며 펜을 붙들고 씨름한 폴 칼라티니, 인도계 2세의 미국인, 마지막 글은 그의 아내가 써내려가야 했다.

“죽음은 서러운 것이다. 명은 천수라 하여 하늘의 뜻이건만, 요즘은 천수보다는 사고와 질병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 더욱 안타깝다.”

 

치유는 수리하고 고치는 것이 아니다. 치유는 어떤 힘에 의한 회복이다. 하지만 그 회복도 고통이 수반된다. 그리고 놀라운 하늘의 역사, 하나님의 역사가 있어야 가능하다. 치유는 전문가적인 안목으로 그리고 오래된 경험을 바탕으로 출발한다.

최근 아내의 이 발치 중, 작게 부러진 뿌리를 한 치과의사가 발견하지 못한 것을 다른 베테랑 원장이 발견하여 잇몸 수술을 완결했다. 이것 또한 감사하다. 그대로 이를 해 넣었다면 어찌될 것인가. 한 달도 안 되어 다시 뜯어내고 했을 것이다. 고생 뿐 아니라 막대한 돈을 또 들일 뻔했다. 이런 과정들을 살펴보면 하나님의 은혜 아닌 것이 없음을 깨달으며,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감사한 일이다.

치유(治癒)란 사전적으로 “치료하여 병을 낫게 한다.”는 뜻이다. 신앙적인 의미로는 “신(하나님)의 힘으로 병이 낫는 것”을 이른다. 그런 의미에서 치유란 첫째, 질병이나 병마에서 기도하여 고침 받는 것을 말함이고, 둘째는 의학적인 치료를 통해서 낫는 것이며, 셋째로는 건강하게 사는 것이다. 아프지 않고 고장 나지 않는 것도 치유(신유)의 한 틀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한 치과병원장의 간증(干證)을 들어보자. 사적인 관계로 만났는데 자신의 과거사를 꺼낸다. 자신은 대장암, 위암, 췌장암 등으로 세 번씩이나 개복하여 대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말했다.

“대장암 수술을 하고(대장을 모두 잘라내고 5센티만 남았다고 함) 회복할 때는 견딜 만 했습니다. 그 뒤 췌장에 이상증세(일종의 암)가 발견되어 10시간의 대수술을 받고 회복할 때는 너무나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이때 상태가 좋지 않아 위, 간, 허파, 등 여러 장기를 절제했거든요. 무통주사를 연속으로 맞는데도 머리가 터지고 온몸이 찢어지는 것 같은 말할 수 없는 고통으로 죽음의 두려움이 밀려왔어요. 3일이 지난 후, 눈을 희미하게 떴는데 병실 벽에 십자가가 보이고는, 간호사들이 오가면서 이야기하는 말이 들리는데, 다가오는 주일이 ‘부활주일’임을 알게 되었지요. 그것을 인지(認知)하는 순간, ‘예수님의 십자가’가 떠오르고 그것이 ‘묵상’되면서, 그렇게도 극심하던 통증에서 놓임 받게 되었지요.”

‘나는 내 건강과 생명연장을 위한 고통인데도 참기 어려워 힘들다고 한다면 우리 주님은 어떠했을까?’가 묵상되니 참을 힘이 나더라는 것이다. 주님의 고통을 생각해보면, 믿었던 제자들의 배신, 자기 백성들의 무지, 사랑하는 가족과 어머니 앞에서의 무고한 십자가형이란 어떤 의미일까? 형언할 수가 없었다. 총독 빌라도 앞에서 군사들의 잔혹한 가시관 씌우기, 쇳조각이 박힌 채찍질, 무거운 십자가 지기를 거쳐 대못을 사지에 박아 십자가 위에 세우다니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그 장로의 간증은 여기서 끝났다.

치유는 아픔을 이기는 힘을 얻는데서 출발한다. 힘이 없으면 쓰러지는 것이다. 힘을 얻으면 견디는 것이다. 치유의 시작이다. 장로는 자신의 장기가 성한 곳이 거의 없다고 한다. 모두가 절반 내지는 일부를 끊어냈고, 대장은 90%이상을 끊고, 소장의 일부도 끊어 위(胃)에 이어댔다는 것이다. 수술 후유증과 고통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고 한다. 하지만 내 앞에서 자신의 간증을 이어가는데 너무나도 엄숙하여 나는 그저 말없이 듣기만 했다. 정말 대단했다. 그 해엔 고난절과 부활절을 그렇게 병원에서 이기면서 건강을 회복했다는 것이다.

 

이상의 간증이 수술로 인한 회복과 기적 같은 치유의 간증이라면 지금부터 이어지는 아내의 이야기는 수술하지 않고 ‘위의 어떤 힘에 의해’ 고침 받은 치유의 이야기이다.

2008년 정도라고 생각된다. 무더운 여름철이었다. 중고등학생 수련회 겸 교인수양회를 겸하고 있었다. 충청도 대천 인근, 폐교된 학교를 개조하여 수련장으로 만든 민간시설로 낙후된 모습이었다. 전임지의 여름철 수련회여서 청년학생들이 중심이었지만 열심 있는 성인들은 모두 참여하였다.

때가 되어 권사님 두어 분과 아내가 함께 중식(점심)을 준비하고자 나섰다. 한 권사님이 ‘아니, 사모님 턱에 혹이 뭔 일이요?’ 아니나 다를까 내가 자세히 보니 없던 혹이 불쑥 튀어나온 것이다. 수련회 기간 내내 나는 아내의 혹이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체강사로 나서서 열심을 다했지만 마음은 아내의 혹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큰일은 없어야 하는데’..., ‘암은 아니어야 하는데’..., ‘갑상선인가?’ 별생각이 다 든다. ‘잠시 부었다가 가라앉는 것이면 좋겠는데’..., 수련회가 모두 끝나고 집에 돌아왔지만 아내는 겁이 나는지 거울만 쳐다볼 뿐 병원에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무리 설득해도 안 가겠다고 버틴다. ‘암’이라면 어떻게 할지 걱정이 되어서인가?

12월 초순 가까운 병원에 진찰신청을 하고는 설득하여 내원하였다. 이비인후과장은 잘 모르겠다면서 내과과장에게 또 진료하라 한다. 상세진료를 하고 조직검사에 들어갔다. 헌데 그다음 어찌된 일인지 결과를 보지 않고 해를 넘겨버렸다. 불길한 생각이 든다며 결과를 끝내 보지 않기로 한 것이다. 성도들은 사모의 안면이 이상하다면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내게까지 들린다. 믿을만한 병원에라도 다시 갔으면 하는데 동네병원도 안 간다니 답답할 뿐이다.

2009년 봄 아내는 지인들의 소개로 인천주간 제5기로 BeDTS(예수전도단 Business Eagle Discipleship Training School, 비즈니스맨을 위한 독수리예수제자훈련학교)에 입학하였다. 요즘 재정 강사로 한참 뜨고 있는 김미진 간사가 학교장으로 섬기던 때였다. 교장 간사를 비롯하여 수많은 간사들의 지도와 열정가운데 교육을 받으면서 아내는 힘들지만 감격적인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아버지 하나님의 마음’, ‘하나님의 음성 듣기’, ‘그리스도인의 재정관리’, ‘중보기도’, ‘관계성의 회복’ ‘묵상’, ‘예배와 찬양’, ‘쓴 뿌리’, ‘다림줄’, ‘영적전쟁’, ‘아버지의 마음’, ‘전도훈련’, ‘기독교 세계관’ 등의 과목들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면서 목회자의 아내로서 웅크리고 쪼그려들었던 신앙인의 마음은 풀어지며 녹아지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 밭에 영적 기경(起耕)이 일어난 것이다.

사모는 모든 것을 참고, 조건 없이 모범이 되어야 했다. 언쟁이나 다툼이 일어나도 참고 져주어야 했다. 억울해도 억울하단 소리한 번 지르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그것은 그녀에게 분명 병이되고 문제가 되고 있었다. 아내는 완벽하길 원했으며 철저한 성격에 고지식하였다. 나이가 50대에 이르니 우울증까지 동반하였다. 나로서는 걱정이 앞섰으며 매일같이 교회는 비우고 예수제자훈련을 받는다고 나다니는 것이 은근이 신경이 쓰이고 있었다. 하지만 아내에겐 내적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었으니 나는 짐작도 하지 못한 일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한계에서 만난 하나님’, ‘열방을 변화시키는 하나님의 책’, ‘머물지 말고 흘러라’, ‘묵상, 예수님처럼’, ‘중보기도’ 등 수많은 책들을 읽고 요약하고 독후 감상을 써서 제출하는 과정을 통해 그의 서글프던 마음은 기지개를 켜고, 쪼그려들었던 가슴은 활짝 펴지는 역사, 기적의 역사를 경험할 준비가 되고 있었다.

당시에 목회사역에도 어려움이 있던 터라, 지금 생각해보면 사모로써 아내의 고충은 나보다도 컸지 않나 싶지만 소망의 빛줄기가 비치기 시작했다. 한주에 두세 번씩 다녀오는 ‘예수전도단’의 강의에 참석하고 오는 날이면 언제나 기쁨이 충만하여 돌아오곤 하였다. 거의 매주 학교장 간사의 특별한 선물을 받아오면서 그녀는 남편에게 충족되지 않았던 기쁨을 하나님으로부터 받아오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그녀는 점점 기쁨과 평안이 충만해져갔다. 그러면서 그때마다 눈물을 엄청 흘렸다. 그리고는 그때마다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참으로, 감사합니다.’라는 감사의 언어를 거듭 되뇌었다고 고백하였다.

어느 날인지는 정확치 않으나, 나도 모르고, 그녀 자신도 모르게 턱 아래의 이름 모를 혹은 자취를 감추었다. 정말 아무도 모르게 순식간에 없어져버렸다. 신기한 치유의 역사였다. 이는 흡사 사도행전에서 성전미문에 오랫동안 머물던 나면서부터 앉은뱅이였던 걸인의 치유역사와 흡사하였다. 아내를 주목해보던 성도들과 우리가족과 친구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신기해 할 뿐이었다.

인천주간 제5기 BeDTS(독수리예수제자훈련학교)는 그야말로 은혜와 열광의 도가니가 되고 말았다. 아내는 BeDTS 훈련중이던 7개월 동안 거의 매일같이 울며 다녔다. 슬픔이 아닌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 감격해하면서 출입했다. 이를 보는 나도 민망했다. 하지만 기적은 비켜가지 않았다. 그녀가 흘리던 감격의 눈물 속에서 병마는 녹아내렸다. 그녀가 감사하던 감격 속에서 병마는 사그라져버렸다. 그녀가 감격해하던 기쁨의 빛 가운데서 불에 타 없어져버렸다.

 

“그(예수) 이름을 믿음으로 그(예수) 이름이 너희가 보고 아는 이 사람을 ‘성(치유, 신유)하게 하였나니’ 예수로 말미암아 난 믿음이 너희 모든 사람 앞에서 이같이 ‘완전히 낫게’(치유, 신유)하였느니라”(행 3:16)

위의 구절도, 아래의 구절도 베드로가 성령이 충만하여 관리들과 지도자(장로)들 앞에서 행한 변증 가운데 나온 말이다. 공적인 배움이 없던 갈릴리 호수 주변의 시골뜨기 입에서 나온 말이라곤 상상하기 어렵다.

“만일 병자에게 행한 착한 일에 대하여 이 사람이 ‘어떻게 구원(치유, 신유)을 받았느냐’고 오늘 우리에게 질문한다면, 너희와 모든 이스라엘 백성들은 알라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고 하나님이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이 사람이 건강하게 되어’(치유, 신유) 너희 앞에 섰느니라”(행 4:9-10)

2009년 늦은 가을, 예수전도단 10여명의 팀원들은 인도남부 마이소르지역으로 단기선교사역 차 여행을 떠났다. 부채춤, 워십찬양과 찬양율동 등을 통해 낯설고 물 설은, 인도 땅의 남부부족들의 동네동네마다 흙 마당을 돌며 전개한 공연놀이를 통해 하나님의 놀라우신 치유역사, 감격의 역사들을 마음껏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그렇게 예수 이름은 그리고 치유의 놀라운 역사들은 인도 땅에까지 번져나갔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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