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편지

 

                     김종욱

 

빈센트가 테오에게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면

결국 남는 건 무얼까

나의 그림자는 여섯 번째 손가락

자르면 아프지 않을까

서두른다고 되는 건 아니지만

시체도 없는 무덤을 파고 있어

 

나는 계속 여전하겠지

보이는 현실과는 상관없이

 

사람들은 비극이 살아 있을 때는

거들떠보려 하지도 않아

비극이 죽고

아무런 손해도 입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 때

가까이하며 대단히 아름다웠다고 얘기할 거야

 

그래도 죽은 꽃들의 별이 있어서

그 별의 땅이 이 땅으로 내려온다면

나는 그릴 수밖에 없어

 

얼마나 합리적으로 높아지려 하는지

사람의 마음은

내 마음은 자꾸만 죽은 꽃들의 별로 가고 있어

그들이 내 영혼을 빌려 내려오고자 하는데도

 

진심으로 사랑하는

나의 노란 그림자야

후회하지 않기로 한 일을 후회하기로 했어

온통 이해할 수 없는 일들 투성이야

그리고 나를 이해하는 이는 너뿐이야

 

죽은 꽃들의 별에 도착하면 다시 쓸게

그동안 잘 지내렴

 

너의 음울한 실체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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