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의 승리를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

송광택 목사, 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www.bookleader.org) 대표,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 바울의 교회 글향기 도서관 담당목사

<쿠오 바디스>는 근대 폴란드의 대표적 소설가 시엔키에비치(1846∼1916)의 작품이다. 이 소설은 이 작가의 최고의 걸작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워도 1895년 3월 바르샤바의 한 신문에 연재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다. 또한 1900년에 프랑스어로 번역 출간되면서 작가의 이름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 고전적 역사소설은 고대의 이교적 세계관 ‘헬레니즘’과 기독교적 신앙과의 투쟁을 그리고 있는데 후자가 승리하는 필연성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작가의 궁극적 목적은 당시 정치적 독립을 빼앗기고 열강의 압제로 괴로움을 겪던 동족에게 희망과 위안을 주려는 데 있었을 것이다.

그의 작가적 재능은 과거를 전체적으로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을 훌륭히 회화적인 필치로 재현하는 힘과 뛰어난 구성력, 그리고 문헌학자로서의 어학력과 통찰력 등에 잘 나타나 있다. 그는 이 작품을 쓰기 위해 타키투스의 ‘연대기’를 자세히 읽었고 기원 1세기에 관한 장서를 거의 전부 다시 읽었다고 한다.

‘네로시대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작품은 주후 60년대 네로 치세의 후반기 로마에서 소재를 취한 역사소설이다. 주요 인물은 귀족이며 젊은 호민관인 비니키우스, 그의 외숙이며 네로의 정신(廷臣)인 페트로니우스, 리기아족의 공주로 장군 플라우티우스의 집에서 수양딸처럼 자란 그리스도인 처녀 리기아, 세 사람이다. 그 가운데 비니키우스와 리기아는 가공의 인물이지만 페트로니우스는 타키투스의 ‘연대기’에 간단하게나마 기록되어 있어 실재 인물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밖의 실재 인물로는 네로 와 세네카,사도 베드로,바울 등이 등장하여 허구의 인물들과 연관돼 소설을 구성해 나간다. 이들 실재 인물들의 행동이 문헌 자료에 나타나 있는 것은 대체로 그 기록에 준거하고 있지만 행동의 동기를 이루는 심리묘사는 작가의 상상력의 산물이다.

이 소설은 당시의 로마의 생활상 뿐만 아니라 풍속 습관 신앙 종교의식 오락 등에서부터 가옥구조 집기 의복 보석에 이르기까지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것은 이 작품이 갖는 뛰어난 특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이 소설에 ‘올바른 자는 무력을 쓰지 않아도 꼭 이긴다’ ‘사악한 권력은 그 사악 자체에 의해서 반드시 멸망한다’는 낙천적인 신념을 담고 있다. 제목 ‘쿠오 바디스’는 라틴어인데 베드로가 그리스도에게 물은 말 “주여,어디로 가시나이까?”(쿠오 바디스 도미네?Quo Vadis Domine)에서 따온 것이다. 시엔키에비치는 1916년 7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세계적인 고전 역사소설인 ‘쿠오 바디스’는 박해받는 폴란드 민족에게 희망을 주었고 세계인의 가슴에 정의와 진리의 승리를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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