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프스여 행복하라

 

                            김종욱

 

붉은 커튼으로 된 막이 오른다

조명은 차갑고 희미한 푸른색이다

근육이 잘 발달된 한 사내가

(근육의 구겨짐이 붉은 커튼의 주름과 닮았다)

어깨에 달을 지고 산을 오른다

(푸른 조명과 사내의 눈 흰자위 색이 비슷하다)

 

라퓨타의 정원에 올려놓은

보름달

사내는 달을 이 정원에 수석으로 삼고 싶지만

굴러떨어진다 심연으로 곧 달은

 

달이 구를 때마다 아름다운 음악이

매번 조금씩 다르게 변주된다

달은 변주되는 종소리를 울린다

 

그가 땀 흘린 욕망에서는 포르말린 냄새가 난다

 

말할 수 있고 먹을 수는 있어도

휘파람을 불거나

포도씨를 발라먹는 것보다 더

혀의 미세한 근육을 움직여야 하는

섬세한 노래는 부를 수 없었다

 

삶이 밤이 되고 밤이 잠이 되고 잠이 앎이 되고

앎이 암이 되고 암이 안이 되고

밖이 하얀 사라져가는 달빛일 때

꿈이 끈이 되고 끈이 꿀이 되고 꿀이 끝이 되고

멀어지며 자막이 올라간다

 

자막에는 형벌의 주문이 적혀 있다

 

나무나 지푸라기

그러나 생명나무와 생명책이라고

 

 

 

저작권자 © 본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