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4년 광주읍성 밖, 양림동(지금의 광주광역시 남구)은 광주 근대가 싹튼 곳이다. 10여년 전부터 근대역사마을로 명명되며 조명사업이 활발히 전개되더니 이젠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기독교답사객들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거의 모든 관광객의 필수 탐방 코스로 양림동은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가히 전국적이다. 몇 년 새 이러저러한 기념관이 세워졌고 각종 거리가 조성됐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명소가 된 양림동 근대역사마을은 연원을 살피자면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들로부터 시작됐다. 양림동에 뿌리를 내린 선교사들의 삶과 정신, 그리고 그리스도의 희생정신이 양림동 근대역사마을의 동력이 아닌가 싶다. 양림동의 시작은 다름 아닌 선교사들의 행적으로부터 비롯됐다. 피터슨 사택-우월슨 사택-유수만 사택-원요한 사택-커티스 메모리얼홀(유진벨기념교회)-허철선 사택-브라운 사택-인도아 사택 등이 보존되고 그들의 삶을 되돌아보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1904년부터 1985년까지 남장로교 선교사들의 센터(광주 스테이션)로 삶과 정신, 그리고 그 유업을 이어 가자는 취지 아래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그 모임이 바로 ‘The1904’다. 1904년은 광주 근현대사에서 획을 긋는 사건이 많이 일어난 년도다. 소위 광주 근대문화의 싹이 이 때 틔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위 미국의 남장로교 선교부가 설립되면서부터 광주와 전국 일원의 한센병 환자 치료, 기술 교육, 등 헌신적인 희생과 문화를 바꾸는 일들이 벌어진다. 일본인들이 그 이전부터 그들은 근대문화를 광주에 소개했다. 강점지에 들어온 일본인들은 광주 땅을 수탈의 땅으로 여겼다. 그러나 남장로교 선교부가 와서 일을 했던 것은 가히 혁명에 가까운 일을 하게 된다. 그들은 단순한 종교전파가 아니라 예수님이 말씀하셨던 삶을 그대로 실천한 사람들이었다. 한센병자들을 몸에 끌어안았고, 버려진 아이들을 양녀, 양자로 삼았다. 가난한 이들을 돌보아 주었고, 학비가 있든 없든 간에 교육을 시켰고, 한센병 환자들의 치료뿐만 아니라 생활촌까지 만들어 지속적으로 돌봐 줬다.

1905년 미신에 의존하여 치료하던 이들에게 제중병원을 통해 근대적이고 과학적인 치료를 받게 해줬고, 1908년에는 남학교, 여학교를 세워 다음 세대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1914년에는 오웬 기념각을 세워 근대문화가 꽃 피우는 공연이나 집회를 가능케 했다. 그뿐인가 학교를 통해 생활이 가능하도록 양잠기술, 바느질이나 생활에 도움을 주는 기술들을 가르쳐서 살아갈 수 있게 해 줬다. 아울러 교회는 단순한 종교적 예배만이 아니라 그 안에 노래와 예술, 그리고 새로운 문화가 보급됐다. 6·25이후 귀일원, 동광원, 충현원 등이 생겨서 버려진 어린아이와 청소년들에게 생을 이어가게 해 주었다. 

이들 선교사들의 삶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들의 삶을 이어받은 광주의 사람들이 선교사들이 살았던 삶, 즉 예수님의 삶을 그대로 살아내었다. 아니 광주의 사람들이 이들과 함께 일구어 낸 유산(heritage)은 실로 놀랍다. 이들 선교사들에게서 깨우친 것을 그대로 삶으로 살았다. 선교사들이 문둥병이라 불리는 한센병 환자들을 가슴에 끌어안자 광주의 사람들도 끌어안았고, 걸인과 버려진 아이들을 교육시키자 함께 교육시키는 일에 동참했고, 여인들을 깨우치자 여학생과 여인들이 일어나 3·1운동과 개혁에 앞장섰다. 그 아름다운 파란 눈을 가진 사람들 유진벨, 오웬, 우월슨, 고허번, 서서평, 엄언라, 유화례, 도마리아…. 배운대로 자신의 삶을 그대로 던졌던 조선, 광주 사람들 -최흥종, 이현필, 강순명, 박순이, 김필례, 김윤수, 이기풍 등 이름 없는 수많은 여인들 등이 그들과 함께 했다.

2012년부터 활동해온 ‘The1904’는 나모문화네트워크와 서서평뮤지컬 공연, 연극 최홍종 ,유화례 등을 공연했으며, 유진벨, 오웬, 서서평전시 및 한·중교류, 한·이교류전시회 등을 개최했다. 제1회 추진위원장은 서서평을 널리 알린 소향숙전 전남대 간호학장이 맡았다. 선교사들의 값진 삶을 기억하고 이어받기 위해 ‘The1904’ 아카데미를 열었다. 2기 ‘The1904’ 대표를 맡으면서 매우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광주 근대문화유산을 잘 보존하고 활용해서 멋진 광주를 이끌 스토리텔링을 생산하려고 한다.  

홍인화(전 광주시의원·국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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