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까

 

                                 김종욱

 

당신은 표정으로 비 오는 날의 풍경을 그리고

나의 말들은 당신의 표정을 묘사할 수 없어요

그림이 될 수 없는 시

시가 될 수 없는 그림

당신의 눈물은 가벼운 날씨일 뿐이고

나는 가벼운 눈물방울 속에 갇혀있어요

당신의 하얀 죽음을 따라갈 수 없어요

죽음은 스스로 고결하게

아름다워지는 것이 아니잖아요

나는 우리의 몰락을 사랑했지만

당신은 몰락의 빛으로 스스로 치장하기 바빴어요

죽어가는 모양도 다 달랐어요 나는 당신이

아기일 때의 냄새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새하얀 가벼움들에 숨이 막힌 연어들이 죽어서

은빛 비늘이 널려있는 하늘

나는 저 죽은 하늘에 가라앉고 있어요

독 나비 다이아몬드비 비 냄새 균열

중력 때문에 휘어지는 공간

각자의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는

얼마만큼의 거리일까요

시간이 곧 공간 공간이 곧 시간

달의 얼굴을 하고 있는 가난

연필 끝처럼 녹고 있어요

빛이 아니라 차가운 어둠을

검은 촛불처럼 스스로 태우고 있어요

몸 부딪히는 꿈같은 우수의 싱싱한 고통

공감이 병이 되어 날 약하게 만들어도

꽃은 온 힘으로 피우는 마지막 불꽃

꽃처럼 오랫동안 죽어가는 별

그 별의 이름은 아비시니아

내가 침묵하면 이 별들이 소리 지르리라

시를 쓸 때 불안한 감정의 소용돌이는

꽃잎의 돌개바람

빛은 바늘처럼 날카롭고

백지와 백지 사이의 고요에는

하얀 젖가슴이 유빙처럼 떠 있어요

나는 여기가 당신의 품 속이라는 것을 알아요

그림으로 그리는 건 좋지만

사진으로 찍는 건 싫어요 형태는 영원하지 않고

술잔 속에 담긴 알코올 같아서

대나무 숲은 죽기 전에 일제히 꽃을 피우고

이 참담한 자유에서 사막의 여호수아 나무처럼

묵묵히 자라고 있어요

세계의 맥박이 뛸 때 우리는 밤낮을 경험하고

감당하기 힘든 현실은

되려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이지만 하늘은

파란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파란 게 아니라

파랑을 가질 수 없어서 파랑이에요

나를 감시하던 내가 눈빛에서 죽어가요

핏물이 식어 하얀 눈밭을 붉은 꽃잎으로 적셔요

병든 불꽃에 입 맞추고 흐린 꽃잎 되어 날 낮추면

더 낮게 더 깊게 내가 아는 하얀 땅이 돼요

삶은 다 낮잠 같고

오늘 밤 난 굶주린 아이의 커다란 눈망울 속에서

뒤척이고 있어요

오직 사랑하는 사람만이 이 죽음을 이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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