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텍스트

 

                                 김종욱

 

분홍노루발풀 발자국을 찍으며 걸어가라

노랑괭이눈 야광 눈빛으로 빛나라

 

윤곽을 잡을 수가 없는

물 위로 흘러가는 햇빛과 이름 모를 꽃잎들

신선하고 싱그러운 대화의 리듬

어제 들려주었는데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 것처럼

 

태양이 누런 고름을 흘리고 있다

오늘 또 하나가 죽는다

흰 종이가 검게 타며 변하는 색깔 속에 보이는

오래된 불꽃의 붉고 푸르고 노란

 

이건 과연 몇 번째의 빛, 몇 번째의 발음,

몇 번째의 의미인가

물에 젖은 풀잎, 출렁이는 청보리 물결

흰 앵초와 물푸레나무 씻기는 비 내리는 소리

손에 잡힌 나뭇가지를 꺾으니 툭 꺾인다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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