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작은 교회여야 하는가?

하늘누리교회(목사 김대진)는 김목사 부부가 머슴으로 섬기는 경기도 용인시 동백지구 스터디카페 민트에서 예배 드린다. 김대진 목사는 하늘누리교회가 카페민트와 재정적으로 분리되어 있기때문에, 소위 말하는 '카페교회'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한다. 김목사 부부가 열심히 노동을 하여 교회로 모일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고, 교회는 최소한의 비용만 지불하여 공간 문제를 해결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김대진 목사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1) 작은 교회의 형태를 2)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렇게 하는 이유를 직접 들어 본다.<편집자주>

1) 왜 작은 교회여야 하는가?

우리는, '작은 교회는 건강하다'라는 식의 나이브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 교회가 크다고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참 교회'를 생각할 수록 현대의 조직화된 기관으로서의 교회는 교회답기가 어렵겠다고 판단했다. 교회는 '가족'이기 때문에 그렇다. 1년 내내 한 번의 대화도 나누어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교회 전체 구성원의 90%를 넘어가는 조직을 '가족'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많은 대형교회들이 멀티캠퍼스 전략이나 소그룹 다이나믹을 살리는 일 등을 통하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여 애쓰고 있는 것이다.

하늘누리교회는 개척 초기부터 서로 눈 마주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적정한 규모를 여섯 가정에서 최대 12 가정 정도로 보고 시작하였다. 그리고 혹시 그 규모를 넘어서게 되어 서로 데면데면한 상황이 생기게 된다면, 두 공동체로 나뉘어 적당히 떨어진 지역에 새로운 교회를 개척하려고 마음먹었다. 작은 규모는, 서로를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는 가족으로 살아가기 참 좋다(히 10:24,25).

2) 어떻게 지속가능한가?

그러나 작은 교회는 나름대로의 문제가 있다. 그 문제들은 결코 작지 않다. 교회는 생명체이어서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있다. 머물 곳, 먹을 것, 입을 옷이다. 보통 임대상가에서 월세로 시작하는 개척교회는, 매달 나가는 임대료와 목회자 생활비, 그리고 함께 먹고 나누는 비용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매우 힘들다. 그래서 생기는 문제가 크다. 첫번째는 가족이 아니라 회원교인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매우 속상하지만 현실이다. 공동체가 자연스럽게 태어나고 자라나야 하는데, 그러기에 당장의 먹고사는 문제가 큰 것이다. 그래서 헌금을 낼 수 있는 장년 위주의 회원교인을 늘리는데 집중하게 된다.

두번째는 지금 교회가 감당해야 할 책임을 뒤로 미루게 된다는 것이다. 수입 대비 식비 지출이 많은 소위 엥겔지수가 높은 작은 교회는, 먹고 살기 바빠 많은 일들을 뒤로 미룬 가정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교회의 사회적 책임이나 목적있는 헌신보다는, 건물 임대료와 목회자 생활비를 해결하는데에 재정/의식의 흐름이 쏠리게 마련이다.

위의 두가지 문제는, 작은 교회의 성도들을 때로 열성적인 전도자로 만들기는 하지만, 일상의 제자로 세우는 일에는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오해의 소지가 있어 부연하자면, 열성적인 전도자와 일상의 제자는 서로 충돌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세상을 놀라게 하라’의 마이클 프로스트는 그 둘을 서로 다른 은사의 성격으로 본다(엡4:11-12). 변증 위주의 소수의 전도자는 개종을 위한 좀 더 적극적인 전도(선교)를 펼치나, 대부분의 성도들은 일상의 삶의 패턴과 습관 속에서 선교적 삶을 살아감으로 전도의 열매를 맺어갈 수 있다고 한다. 필자는 그의 말에 상당 부분 동의한다. 작은 교회의 성도는, 본인의 은사와 일상의 삶의 균형을 찾기 전에 전투적인 전도특공대로 세워지게 된다. 교회 유지를 위해 더 많은 사람을 찾고, 교회가 해야 할 근본적인 역할을 뒤로 미루는 일은 주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인데 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거나 예방하기 위해서는, 다시 말해 교회의 엥겔지수(식비/수입)를 낮추기 위해서는 분자(식비)를 줄이거나 분모(수입)를 늘려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분모(수입)를 늘리기 위해 회원 교인들을 더 많이 끌어들이려 하는 것은 교회의 본질적인 공동체성(가족됨)을 해친다. 혹은 건물과 관련된 목적 헌금을 강조하기도 한다. 많은 개척교회가 수많은 예산을 ‘상가 탈출’하여 ‘성전 건축’하는 데에 쓰고자 한다. 그러나 실제 그리스도의 성전은 우리의 몸이다. 그리스도의 성전은 무너졌고 휘장은 둘로 나뉘어졌다. 그러나 21세기의 개척 교회는 지금도 ‘보이는 성전’에 휘둘리고 만다. 그래서 많은 개척교회 목회자들이 분자(식비)를 줄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것이 ‘일하는 목회자’들이 생겨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들은 사례비를 받지 않거나 최소한으로 줄이고, 교회의 교회됨을 되찾고자 애쓴다. 미국의 남침례교가 선교 전략을 건강한 작은 교회를 개척하는 것으로 일대 전환하여 모교회의 전폭적인 지원 가운데에 개척이 진행되는 것에 비교하여, 한국 교회의 개척 상황은 눈물겨울 정도이다.

필자는 이러한 최근의 상황을 피하거나 부인하지 않기로 했다. 1) 왜 작은 교회여야 하는가? 2) 어떻게 지속가능한가? 를 생각하며, 모교회의 지원없이 개척을 하며, 계속하여 작은 규모를 유지하여도 재정적인 부담이 적은 형태의 새로운 개척 모델을 고민했다. 그렇게해서 용인 동백마을에 스터디카페 민트(mintspace.org)가 세워졌다. 자비량 선교사의 자세로 개인사업체를 시작한 것이다. 교회가 필요한 공간을 제공할 수 있고, 제 은사를 활용하여 마을공동체에 유익을 줄 수 있을 뿐더러, 엥겔지수를 낮추기 위한 수입의 통로가 되는 곳으로 말이다.

그러나 실제적인 어려움이 많았다. 그 모든 재정적인 부담을 혼자 져야하기 때문이다. 카페 장소를 계약할 때 통장 잔고는 200만원 미만이었다. 수천만원의 계약금, 수천만원의 인테리어, 수천만원의 집기 등을 구입하고 실행하는 데에 1억 5천이 훌쩍 넘는 돈이 들어갔다. 집을 팔아 용인 동백지구로 왔는데, 이제 그 전세금을 빼어 카페가 시작되었다. 그래서 하나님께 투정을 부렸다. 난 대단한 헌신을 하고 있고, 하나님은 뒷짐지고 계신 것처럼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깨달은 것이 있다. 성도들은 다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 사업하는 성도들이 어디 모교회의 지원을 통해 사업장을 열던가? 그들이 선교적 삶을 살겠다는 이유로 다른 이들에게 후원헌금을 받던가? 그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상황 속에서 그들은 하나님 바짓가랑이를 잡는 심정으로 교회로 나와 기도하며 예배하는 것이다. 피곤하여 눈꺼풀이 자꾸 내려가는 상황 속에서 말이다. 무척 고민하며 시작한 이 특이한 교회는, 이렇게 특별한 깨달음을 주었다. 필자가 먼저 은혜를 누렸던 것이다.

개인사업체로 시작한 스터디카페 민트는 이제, 마을의 다음 세대를 위한 공부방, 주민들이 부담없이 모여 배움을 갖는 사랑방, 진리를 선포하고 가르치는 교회로 사용되고 있다. 공예배는 일주일에 한 번 밖에 없지만, 교회 식구들은 수시로 카페로 찾아온다. “그냥 놀러왔어요”하며 문을 열고 들어오기도 하고, 일상의 시간을 쪼개어 매장 일을 도와주기도 한다. 마을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의 멘토로 섬기고, 주민들을 위한 무료 법률상담을 해주기도 한다. 새벽부터 일어나 교회 점심식사를 위해 김밥을 말기도 한다.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그들의 은사를 따라, 실제적으로 마을을 섬긴다. 함께 월드컵을 보며 환호성을 지르고, 누가 주고 가신 감자를 나누어 전을 부쳐 먹기도 한다. 성도는 고작 15명이 되지 않는 작은 교회지만, 우리는 전도 특공대라기 보다 일상의 제자로 천천히 세워져 간다. 마을 속에서 친구를 만나고, 이웃에게 천국의 끝자락 맛을 보게 한다. 하루 12시간의 노동으로 녹초가 될 때가 많지만, 아내와 저는 그래서 또 힘을 내어 기쁨으로 매장을 연다.

이런 저런 이유로 교회가 세상 사람 입에 오르내린다.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보다 조용히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작지만 건강한 교회들이 7,000은 된다고 필자는 믿는다. 김대진 하늘누리교회 목사.

김대진 하늘누리교회 목사, 스터디카페 민트 머슴, 패밀리임팩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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