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방정신으로 성찰하는 한국기독교

오방정신으로 성찰하는 한국기독교

최근 광주중앙교회 금남로 예배당 건물이 철거되면서 광주중앙교회를 설립했고 초대 담임목사를 역임했던 오방 최흥종 목사를 다시 회고한다.   

 

1962년 무등산으로 찾아온 함석헌 선생과 전남대학생들. 함선생 바로 앞 자그만 체구의 노인이 오방 최흥종 목사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오방 최흥종 목사의 정신을 통해서 현재 한국기독교를 성찰하는 것이 인물탐구시리즈의 목적이기도하다. 광주 YMCA에서 2012년에 ‘오방학교’를 운영했는데, 김경재 교수(한국신학대학교 명예교수)가 ‘우리시대 그리스도인의 성찰과 사명’이라는 주제로 한국기독교를 성찰하고 그 시대적 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거기서 그는 오늘의 한국기독교가 지닌 근본문제를 ‘오방의 정신’에서 성찰하면서 다음과 같이 치명적인 ‘5가지 대죄’로 압축하였다.

① 공교회 사유화(公敎會 私有化) 대죄

② 거듭남 없는 명예욕 탐익 대죄

③ 맘몬숭배, 성장신화 숭배대죄

④ 정치이념과 정치권력에 결탁대죄

⑤ 동굴의 우상화에 빠진 대죄

 

첫째로 오방 최흥종 목사는 일체의 혈연적, 혈육적, 사적 자아확장의 죄에서 해방되어 정결하고 공공성에 투철한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았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기독교의 첫 번째 죄는 교회의 사유화라고 했다. 김경재 교수는 구체적으로 성직세습, 성직매매, 개교회 중심주의, 개교단 중심주의가 바로 교회 사유화의 증거라고 했다. 또한 그는 한국교회가 기도하는 집을 ‘강도의 소굴’로 만든 죄’(막11:17)를 범하고 있다고 통렬하게 비판하였다. 특히 한국기독교의 대형교회들은 ‘야누스적’인 양면얼굴을 지닌다고 했다. 그 대형교회들은 매우 역설적이게도 초창기 한국기독교 선구자들이 이뤄놓은 ‘위대한 신앙유산들’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있다고 규정하고, 지금은 자기희생적인 순수한 ‘아가페사랑’을 느낄 수 없는 교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둘째로 오방 최흥종 목사는 일체의 사회적 관계에서 양반체면, 자기위장, 품위유지를 버리고 명예직에 연연하지않고 초연(超然)하고 초탈(超脫)한 삶을 살았다. 오방의 영성에서 보면, 우리시대 한국기독교의 둘째 대죄는 ‘거듭남 없는 명예욕 탐익대죄’에 빠져있다고 하였다. 김경재 교수는 우리시대 기독교인들이 종교생활 한다는 신앙인으로서 ‘통과의례’가 없고 너무 쉽게 세례의식이 남발되어 ‘짝퉁 기독교인’을 양산해 냈다고 통렬히 비판한다. 더욱 심각한 근본문제는 적어도 목사나 장로직 신분으로 교회를 섬긴다는 지도자들에게 출가자 정신도 없고, 중생경험도 없고, 경건을 위장하면서서 끈질긴 명예욕과 자기애를 극복하지 못하고 ‘경건한 무신론자들’이 되어간다는 점을 지적했다.

셋째, 오방 최흥종 목사는 나병환자를 돌보고, 결핵환자 치료병원을 세우고, 거지들의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였던 지도자이다. 김경재 교수가 말하는 한국기독교의 세 번째 대죄는 치열하게 복음전도하고 교회를 성장시켰지만, 동시에 철저하게 맘몬숭배자가 되고 무한경쟁과 성장신화의 충실한 추종자가 되버린 것이다. 즉 우리시대 기독교는 노골적인 맘몬숭배, 물질숭배, 크기와 속도 숭배자가 되어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위세부리고 공격적이며 점령하는 ‘십자군적 영성’을 청산하고 비우고 낮아지고 섬기는 ‘십자가의 영성’에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처음 이 땅에 복음을 전해주었던 의료선교사들, 그리고 안창호, 조만식, 이승훈, 김약연, 최흥종, 이상재, 김용기, 함석헌, 김재준, 한경직, 장기려등 청빈하고 겸허했던 지도자들처럼 ‘화광동진’의 영성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넷째, 최흥종 목사에게서 ‘정치에 방기’하겠다는 진정한 뜻은 그리스도인으로서 탈정치화, 비정치화, 몰정치화등 결국 정치적 아나키스트가 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현실정치를 초월한 ‘영원한 하나님의 정치’에 참여하는 정치를 하겠다는 선언이라고 했다. 그것은 시대에 따라 변하고 제한받는 인간 정치학의 정치가 아니라, 하나님이 태초부터 행하시는 하나님의 세계정치에만 참여하겠다는 선언이라고 했다. 이어서 김경재 교수는 지난 50년동안 이땅의 70%를 차지하는 보수적 기독교는 ‘정교분리’를 주장하고, 교회는 ‘영혼구원’에만 전념한다고 말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가장 노골적으로 ‘땅의 정치, 땅의 나라’에 정치적으로 충견처럼 복무하였다고 통렬히 비판했다.

다섯째, 오방 최흥종의 영성은 하나님을 마음의 깊은 지성소에서 ‘영과 진리로 예배하며’(요4:24), 삶의 한복판에서 성령의 임재를 경험하는 믿음이다. 즉 역사적 종교로서의 기독교라는 종교동굴에 갇히지 말자는 것이다. 김경재 교수는 오늘날 한국기독교가 하나님을 대신하려는 ‘우상화’에 빠져 결과적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고, 그 이름을 욕되게 하는 대죄를 지적했다. 우상화의 사례가운데 하나는 수천억짜리 화려한 교회건물을 지어놓고 하나님이 다하셨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성공과 번영이라는 현대판 ‘우상화’에 빠져 값싼 복음을 양산하는 한국교회는 이제 윤리적 부패와 퇴행이라는 부메랑을 맞아 양적 성장 자체에서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세속화된 맘모니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기독교의 현실은 “끝이 없고 날개 없는 추락”이라고 한다. 청년들이 점차적으로 사라져가고 유년, 초등 주일학교가 없어지는 한국교회의 앞날을 걱정하면서 제2종교개혁과 같은 한국교회의 회개운동에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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