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역정(天路歷程)은 존 번연(John Bunyan, 1628-1688)이 1678년에 1, 2부로 출판한 <Pilgrim Progress>를 번역한 것이다. 김홍만 박사의 <단숨에 읽는 천로역정>은 그 1부를 요약한 것이다. 김 박사는 이미 <해설 천로역정>, <52주 스터디 천로역정> 등 천로역정에 관한 도서를 집필했다. 저자는 10여년을 천로역정을 읽고 가르치며 저술 활동을 한 뒤에, 핵심을 집약해서 한국 독자들에게 천로역정을 단숨에 읽을 수 있도록 집필했다. 김 박사가 집필한 천로역정에 관한 도서를 보면, 천로역정을 잘 이해할 수 있는 <해설 천로역정>, 1년 52주간에 천로역정을 이해할 수 있는 교재로서 <52주 스터디 천로역정>이 있고, 이번에 출판한 <단숨에 읽는 천로역정>은 1년 기간이 아닌 단숨에 이해할 수 있도록 제시한 경쾌한 결정판이다.

김홍만 박사는 이 외에도 고전(기독교강요,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 등)을 공부할 수 있는 도서를 많이 집필했다. 한국 교회가 좀 더 용이하게 기독교 고전을 습득할 수 있는 교육체계를 만드는데 큰 공헌을 한 셈이다. 개혁파와 청교도의 유산들을 정리해서 소개함으로써 한국 교회가 견실한 토대 위에 설 수 있게 헌신하고 있다. 김 박사가 설립한 <한국청교도연구소>에 걸맞은 사역이다.

<천로역정>은 기독교고전일 뿐만 아니라 일반고전으로도 빠지지 않은 필독서이다. 고전 독서의 필요성은 반복해서 강조해도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고전에는 다양한 번역, 해설서들이 즐비하다. <천로역정>은 우리나라 번역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출판물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읽혀지지 않는 것은 그만큼 고전 독서가 어렵기 때문이다. 스펄전 목사는 천로역정을 100독 이상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1895년 게일 선교사가 부인과 함께 <텬로력뎡>으로 번역해서 소개했다. 그런데 김홍만의 <단숨에 읽는 천로역정>은 <천로역정> Digest이다. <단숨에 읽는 천로역정>은 천로역정 전체를 볼 수 있는 조망도라고 제시하고 싶다.

<단숨에 읽는 천로역정>은 천로역정의 삽화를 그대로 가져왔다. 다만 책이 얇기 때문에 그림이 작은 점이 있다. 천로역정은 전개와 함께 삽화도 상당히 중요하다. 천로역정에서는 삽화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본서는 짧은 축약임에도 삽화를 사용하고 있다.

<단숨에 읽은 천로역정>은 대화체로 된 형식을 그대로 사용했다. 축약본이기 때문에, 내용을 축약해서 제시한 것이 아니라, 대화체를 반복해서 사용함으로 그대로 시나리오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축약이지만 형식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단숨에 읽은 천로역정>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말하고 싶다. 삽화와 대화체 구성은 매우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는데, 그 가치를 살린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

<단숨에 읽는 천로역정>은 삽화와 대화체로 구성했고, 120여 쪽의 소책자이기 때문에 저자의 의도대로 단숨에 읽을 수 있다. 그렇지만 저자가 정립한 천로역정의 결정체가 녹아 있으며 좋은 필력 때문에 독자들은 무리 없이 부드럽게 내용을 읽어갈 수 있을 것이다. 부모들이 아이 잠자리 독서용으로 추천해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천로역정의 본편에 있는 어휘들까지 잘 섭렵한다면 어디에서든지 빠지지 않는 지성을 소유하게 될 것이다. 그리스도인에게 <천로역정>은 참된 믿음의 순례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도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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