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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생詩】산다는 것2 / 숲 속 친구들시인 장영생, 계간 국제문학 신인작가상 수상
  • 송광택
  • 승인 2019.06.12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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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448

산다는 것 2

           장영생

익숙함도 때론 
또 다른 장애가 되어 
도전에 대한 계산을 부르고
열정을 주춤케하는 방해자
나의 것이 아닌 것에 
관심을 두는 순간부터
꾸며내야 할 잔꾀들
고통을 잉태하는 시작점

또렷하게 보아야 될 일 줄어드는데
약해지는 시력이 무슨 아쉬움이며
귀담아 들을 일 적어지는데
밝은 귀가 무슨 소용이냐 말이다
침이 마르는 것은
말 수를 줄이라는 뜻이요
온 몸의 기능이 약해지는 것은
나서지 말라는 것
어찌 미련을 못버리는가

프로는 고개를 들지 않는다
공을 구르게 할 때까지
오직 공과 퍼터만 보는 것은
마음이 원하는 방향으로 
보내기 위한
할 수 있는 마지막 행위

새로운 꿈으로 의욕으로
고개를 세우기보다
지나온 세월이 
만들어 준 거울 앞에서
똑바른 길을 정하는 것은
살아온 연륜에 대한 마지막 예의

숲 속 친구들          

                   

작은 산새들 짹짹짹
산 입구를 지키면
산비둘기 구구구구
본막으로 들어가는 환영의 인사
깍깍대며 질러대는 까마귀
본 공연을 알리는 커튼을 올리고

야트막한 계곡에선 졸졸졸
높은 계곡은 절정을 못이긴 합창
산바람이 흔드는 숲마당은
나뭇가지마저
느릿느릿 흔들흔들
춤판으로 유인하는 피톤치트
한차례 불다가
숨을 고르면
몫 좋은 고갯길 지키던 바람
귓속으로 파고 들지

떼지어 기다리는
숲 속 친구들이 있어 
혼자하는 산행도 외롭지 않습니다

 

현충일에

             

                                장영생

하루만으로도 좋으리
생명의 가치를 만나는 날
나라위해 던져진 귀한 생명을
무엇으로 비교하려는가

이념이 무엇이고
누구를 위한 싸움이고
누가 부른 슬픈 역사였는가

한 민족 한 피라는 형제가
총부리를 겨누며 
죽이려는 상대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는가

굶주림과 추위로 떠는
참호 안에서 
언제 어떻게
나의 생명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시간을
보내는 저 어린 군인의 눈

막막한 두려움이 엄습하여도
지휘관의 명령만 
기다리는 순간을 넘어야 되고
피 흘리며 스러져 가는 
동료를 보며
얼마나 소망없는 떨림으로
두려웠을까

기억을 꺼낸다면
부끄럽지 않으면 좋으리
어느 한 영령
그 들의 이름을 부를 땐
숭고한 희생만
소리높이면 좋을 일
내 편이고
네 편이고
세력의 도마 위에서
유익의 제물로 난도질이라니

지금 이 자리에 묻힌 것은
나의 이름도
나의 의지와도
무관한 죽음이었지만
현충원 한자리 
돌에 새겨진 이름 하나
나라위한 희생이었다고 
불러주면 좋으리
나라 위한 바침이었다고
오늘만이라도 불러주면 좋으리

 

내 생애 가장 좋은 날


             장영생
 

이 세상으로
나오던 날엔
나의 의사는 
철저히 무시되었고
 

두 분의 사랑이
통로가 되리라곤 
하늘만 아는 길이었지
 

시작이
사랑이라는 것을
지금에서야 알았네
내가 나의 사랑을
선택하면서
 

내 생애 가장 좋은 날
시작이라고 노래하련다
한지붕 아래
아름다운 꽃으로
보듬어줄 나무로
감출 수 없는 흠까지
 

은발을 물들이며
넘어가는 석양은
우리 둘의 흔적이라고
맞잡은 두 사람
생애 최고의 날 보냈노라고

오월

                      장영생

오월은 
도둑처럼 오지 않는다
간절한 기도도
무슨 바램도 없었지만
사는 일에 매여 있다는 
그럴듯한 핑게로
사월이 숨으니
갑자기 눈 앞에 보일 뿐

한번의 늦춤도
어김도 없이 흐르는 시간은
아차하는 사이지만
누군가는 잊고 지난 사이로
오월이 찾아 든 것을

땅속까지 적신 봄비는
봄볕 울타리를 무너뜨리고
온통 초록으로 채운 것은
겨울 건너고도 한참 지난 일

오월은 도둑처럼 오지 않는다
기다리지 않아도
기대가 없어도
우리들이 소홀했다고
오월은 결코 도둑처럼 오지 않는다

 

봄 산행

                      장영생

 

제 몸 녹는 물소리로
계곡이 시끄러워지면
늦장 부리던 겨울도
미련을 접나보다

묵은 해가 
누웠던 자리
하나 둘 차지하는
푸른 이파리

달빛 사모하던 목련
수줍게 웃는 참꽃
살랑이며 반갑다 하니
겨우내 감았던 눈
바지런을 떤다

싫지 않은 찬바람이
춘정으로 부대끼니
가다 서고
오르다 멈추고
봄 산 오르기는
맘 먹은대로 안되는구나

안부

              장영생


안부를 묻는 것은 관심이나
들리는 안부는 소식이다
안부를 묻는 사이는 아닐지라도
살아있는 나에게
어떻게든 
들리는 안부는 기쁜 일보다
슬픈 일이 많은 것은
안부는 물을 때가 있다는 것
물어주는 안부가 소중한 이유는
목소리를 듣기때문이다
때로는 안부를 묻고 산다는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김시천시인의 안부를 읽는 중에
메시지가 울렸다
알던 사람이 소천했다고
지는 해는 말없이 가나
그 사람은 안부를 남기고 간다

 

아! 유관순

             

                       장영생

부릅뜨지 않아서
입술 깨물지 않아서
더 큰 목소리를 내지 않아
옥중에서도
그녀는 아름답습니다
잘못을 밝히고
깨우쳐 주려는 고운 외침
그녀가 자랑스럽습니다
가는 눈섶
부은 눈두덩이
나라를 돌려달라는 눈빛

어찌 그리 당당한가
어린 나이에
하나님이 주신 생명
하나라서 아쉽다는 고백
나라 위한 바침은
주저도 아까움도 없이

힘 없다고 빼앗아
저지른 만행들
이 핑게 저 핑게
에둘르는 섬나라
가리우고 감추는 어리석음
잘못도 모르는 불쌍한 이웃

언제나 되면
이 소리를 듣겠는가
백년이 지나도 변할줄 모르는 
슬픈 일본이여
이제라도 귀를 열어라

 

 

 

아! 노동당사

                        장영생

 

한 때는 북쪽을
다음은 남쪽 하늘아래로
푸른 빛을 이고 있는
강원도 철원 너른 들
이념으로 싸운 흔적
몰골만 남긴 무너진 노래

겨우 겨우
아픔을 받치며 서있는 쇠파이프
소총으로
고사포로
대포를 만난 자리까지
고스란히 모아 둔 외벽
앙상한 상처가
시리도록 아픈 가슴을
선명하게 들어낸다

강대국에 휘말린 소용돌이
동족간의 상처가 말하는 곳
작은 방들에서 고문으로 울던 고통
견디기 힘든 시간들은
어디선가 신음으로 튀어나올 흉가
압제를 벗으려는 울분의 함성은
만세소리로 덮었어도
순한 백성들의 염원을 빨갛게 물들이고
당사계단을 짓밟은 탱크는 힘의 잔해
다르다는 논리에 말렸고
소수의 두려움은 뒤로 숨었다

자유를 바랬고
평화만 사랑했던 백의의 민족 
부모 형제 친척들을 
다시 볼 수 없는
이별로 갈라선 괴로움은
언제까지 이 땅을 다스릴건가

아! 노동당사
추억의 건물인가
기념하는 문화재인가

정(情)

                       장영생

질기네...
끝도 없이...
없는듯 하다가
없어진듯 해도
숨겨져 있는 것

잊은듯해도
버린듯 해도
살아 있는 것
화를 내다가
바꾼듯 해도
다시 꿈틀거리는 것

끄집어 내면
움직이는 것 같은데
그 자리에 머물러 있고
한걸음 내딛으려다
쌓인 앙금에 걸려
웬간해선 꺼내기 싫어진다

묻힌 것 파내 지피기 보다
지금 있는 것만 살려도
두사람이 만난 의미는
남은 생이 그려 주겠지
혼자는 부부가 되지 않으니

 

 

겨울 가뭄

                      장영생 詩

 

그 해 겨울은
유난히  눈물이 말랐다
짧아지려는 봄보다
약해지는 겨울이 아쉽다며
눈물을 아꼈겠지
아닌 척 하지만
품은 것이 많은 겨울은
음큼하다는 소문에도
핑계는 점점 잃어가고 있다
소백산
계방산
선자령까지
덮었던 하얀 눈밭
마른 눈물은
맨땅에 드러눕고 
느슨한 틈 메우는 미세먼지
빈곤 벗겠다는 몸부림
편하려는 욕심은
아예 겨울까지 밀어 내는가
오그라든 겨울
두꺼운 외투 벗어 들고
한걸음씩 멀어져 간다

송광택  songrex@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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