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배 교수의 구약이야기(121) - 에스겔(13)

박신배 교수 / 연세대 구약학 박사 현 그리스도대 구약교수 창조문학 편집위원 한국 평화학회 부회장 한국 구약학회 부회장 KC대 전 총장

 

“여호와의 영광이 성읍 중에서부터 올라가서 성읍 동편 산에 머물고 주의 신이 나를 들어 하나님의 신의 이상 중에 데리고 갈대아에 있는 사로잡힌 중에 이르시더니 내가 보는 이상이 나를 떠난지라”(겔11:23).

다가올 심판을 깨닫지 못하는 백성을 향한 거침없는 선포

에스겔이 48장에 걸쳐 하나님께 받은 계시의 말씀을 성령의 역사에 따라 에스겔서에 선포한다. 선포된 에스겔의 말씀을 그 후에 제자들이 편집했을 것이다. 예레미야서는 시간의 순서에 따라 편집하지 않고 말씀의 구조에 따라 그 말씀이 나중에 경전으로 편입될 수 있도록 한다. 반면 에스겔서는 비교적 바벨론 포로지에 연대적 순서에 따라 본 환상을 이야기한다. 에스겔서 전반부 1-24장은 심판 예언에 대하여 말하고, 후반부 25-48장은 희망의 예언을 하고 있어서 대별되는 예언서 구조의 특징을 잘 균형 있게 편집된 것을 보여준다. 에스겔 두루마리의 기록은 에스겔서 4-24장의 주제를 간접적으로 예상하게 한다. 그리고 직접적으로는 미래에 독자들에게 주어질 선포된 미래의 결과를 보여준다.

주전 597년부터 바벨론 포로로 붙잡혀 와서 그발 강가에서 보는 환상은 곧 남 유다가 멸망한다는 비극적 사실을 선포하고 있다. 그 메시지는 고국의 백성들에게 편지를 통해 전파되어도 거짓 예언자의 말이 하나님의 말로 들리고 있는 현실이었다. 에스겔은 멸망하는 조국의 마지막 몇 해를 바라보며 그 대재난의 현실을 그리며 심판의 거친 메시지를 전한다. 에스겔은 회상하며 초기 문서예언자들이 선포했던 심판 메시지를 선포한다. 그는 보다 비판적인 형태와 때때로 심지어 더 과장되게 메시지를 전한다. 에스겔의 메시지는 새로운 형태로 환상(겔8-11장)과 상징적 행동(4장, 12장, 21:19)과 예언 담화로 보여준다. 에스겔은 나라의 ‘종말’과 예루살렘의 ‘끝’이라는 말을 지시한다.

“여호와의 말씀이 또 내게 임하여 가라사대 인자야 내가 네 눈에 기뻐하는 것을 한번 쳐서 빼앗으리니 너는 슬퍼하거나 울거나 눈물을 흘리거나 하지 말며 죽은 자들을 위하여 슬퍼하지 말고 조용히 탄식하며 수건으로 머리를 동이고 발에 신을 신고 입술을 가리우지 말고 사람의 부의(賻儀)하는 식물을 먹지 말라 하신지라”(겔24:15-17). 사람의 죽음, 장례식에서 슬퍼하지 말라는 이 말은 비극적 상황인데도 비극이라 말하지 말라는 뜻과 매한가지며 비극의 상황을 깨닫지 못하는 현실을 비유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 주 여호와가 말하노라 화 있을찐저 피를 흘린 성읍이여 내가 또 나무 무더기를 크게 하리라”(겔24:9). “그러므로 주 여호와 내가 말하노라 내가 수풀 가운데 포도나무를 불에 던질 화목이 되게 한 것 같이 내가 예루살렘 거민도 그같이 할찌라”(겔15:16). 에스겔은 예루살렘 주민을 불에 넣을 화목같이 포기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임박한 심판이 다가오는데 사람들은 자신에게 닥치는 위험을 알지 못하고 그만 무딘 감각으로 인해 판단력이 없어서 심판을 당하게 되는 것을 본다. 우리 주위에 영적으로 어두운 사람들이 자신의 비극을 모르고 그만 죄악의 올무에 묶이고 자신의 어둔 육적 세계에 갇혀서 심판이 도래하는 것을 모르고 평범한 일상 속에 매몰되어 살아가는 군상(群像)이다.

 

우상으로 더럽혀진 성전은 하나님의 임재도 떠나

“너는 이스라엘 족속에게 이르기를 주 여호와의 말씀에 내 성소는 너희 세력의 영광이요 너희 눈의 기쁨이요 너희 마음에 아낌이 되거니와 내가 더럽힐 것이며 너희의 버려 둔 자녀를 칼에 엎드러지게 할찌라”(겔24:21). 하나님의 영광이 예루살렘 성전에서 떠난 것을 말하고 있다. 거룩한 성전과 거룩한 성소에서 하나님의 임재가 떠나는 것은 곧 심판을 의미하는 것이다. 왜 그런가. 바로 하나님의 성전을 더럽게 하였기 때문이다. “볼찌어다 내가 나의 성소를 더럽힐 것이다”(겔24:21). 성전에서 하나님의 영광이 사라지는 것을 본다(겔11:23). 하나님의 영광이 그룹에 머무는 것을 본 에스겔이 이제는 떠나는 것을 보는 것이다(겔10:18-19). 하나님이 오히려 이 성소를 더럽게 하겠다고 선포하고 있다. 하나님은 이미 우상숭배로 더러워진 것을 심판하여 그곳을 훼파하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그 결과 이방 강대국의 침공으로 멸망당하게 되는 심판의 시계가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여호와의 말씀이 내게 임하여 가라사대 인자야 너는 바벨론 왕의 칼이 올 두 길을 한 땅에서 나오도록 그리되 곧 성으로 들어가는 길 머리에다가 길이 나뉘는 지시표를 하여 칼이 암몬 족속의 랍바에 이르는 길과 유다 견고한 성 예루살렘에 이르는 길을 그리라”(겔21:18-20).

 

하나님을 떠나 세상을 의지하는 자는 더욱 참담해져

에스겔은 바벨론에 의해 실행될 심판을 피하기 위해 애굽과의 협정을 맺으려 하는 유혹에 반대한다. 이는 에스겔이 확고한 입장을 취한다(겔17장; 23장). 마치 예레미야나 이사야 선지자가 취하던 것과 유사하다. “애굽의 모든 거민이 나를 여호와인줄 알리라 애굽은 본래 이스라엘 족속에게 갈대 지팡이라 그들이 너를 손으로 잡은즉 네가 부러져서 그들의 모든 어깨를 찢었고 그들이 너를 의지한즉 네가 부러져서 그들의 모든 허리로 흔들리게 하였느니라”(겔29:6-7). 세상은 우리를 항상 유혹하고 바라보게 하지만 우리는 하나님만 바라보고 세상의 힘과 부와 권력에 의지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세상이냐 하나님이냐? 우리는 항상 이 두 길의 길목에서 선택을 요구받는다. 나와 우리 집은 오직 여호와만을 선택하겠다는 결단이 오늘 우리에게도 요구되는 것이다.

“나의 계명을 가지고 지키는 자라야 나를 사랑하는 자니 나를 사랑하는 자는 내 아버지께 사랑을 받을 것이요 나도 그를 사랑하여 그에게 나를 나타내리라”(요한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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