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7일 홍정길 목사님께 드리는 공개 서신을 통해서

(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은 지난 2월 17일 홍정길 목사님께 드리는 공개 서신을 통해서, 지금 한국 사회와 교회에는 “이념을 초월한 복음”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는 "이제까지 선거는 좋은 사람과 정책을 가진 정당을 뽑는 것이었다면, 이번 4.15 선거는 체제를 선택하는 선거인 것이 더 분명해져 가고 있다"는 홍정길 목사의 설교에 대한 공개서신이다.

홍정길 목사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이사와 이사장으로 오랫동안 섬겼던 분이라는 것을 모두에 적시한 이 공개서신은 기윤실이 어떤 단체로 변했는지를 보여준다. 기윤실은 이 공개서신에서 홍정길 목사의 설교에 대해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사회주의 체제나 전체주의 체제로 가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러고 규정하고 있다. 언제부터 기윤실이 문재인 정부의 대변인이 되었는가?

기윤실은 "경하하는 홍목사님, 많은 성도들이 충격을 받았던 목사님 설교의 마지막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오히려 한국교회 성도들이 충격받은 것은 기윤실의 공개서신 때문이다.

이는 기윤실 설립자인 손봉호교수는 기윤실의 공개서신을 보고 즉시 기윤실 자문위원장을 사임햇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뿌린 씨앗을 어찌하랴! 그가 지난 2017년에 발간한 자신의 책 <주변으로 밀려난 기독교>에서 동성애문제를 '낙타'의 문제가 아닌 '하루살이'의 문제로 취급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손장로는 그의 책에서 동성애는 "하나의 가시"에 불과하다고 했고, "동성애 반대는 과유불급"이라 했다. 

손본호 장로는 지난해 6월 18일 김영주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원장, 전명금 전 총회장,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원로), 민영진 목사(대한성서공회 전 총무), 박경조 주교(대한성공회 전 의장), 신경하 감독(기독교대한감리회 전 감독회장) 등 9명과 함께 전광훈 목사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한 바 있다. 이들은 모두 문재인 정권을 지지하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분들이다. 

무엇보다 기윤실은 국가보안법폐지를 목표로 한 소위 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참가단체이다. 따라서 왜 기윤실이 이런 공개서신을 냈는지 그 의도를 알 수 있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참가단체 가운데 기독교 관련 단체는 다음과 같다. 

(사)우리신학연구소, Kncc인권위원회, 기독교도시빈민선교협의회,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기독여민회, 기장생명선교연대, 영등포산업선교회, 예장민중교회선교연합, 인권목회자동지회,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제3시대그리스도연구소, 중교회선교연합, 크리스챤아카데미사회교육원, 통일맞이늦봄문익환목사님기념사업, 한국교회여성연합회, 한국교회외국인노동자선교협의회, 한국기독교농민회,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한국기독교사회선교협의회,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 한국기독청년협의회,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한국여신학자협의회, 한국YMCA전국연맹, 함께가는감리교여성회 등이다.

 

홍정길 목사님께 드리는 공개 서신

 

목사님, 지금 한국 사회와 교회에는 “이념을 초월한 복음”의 능력이 필요합니다.

존경하는 홍목사님, 그 동안 잘 계셨는지요?

지금은 대부분의 직책에서 물러나 계시지만 그동안 홍목사님께서 목회자이자 기독운동가로서 한국 교회와 사회에 끼쳤던 선한 영향력들은  든든한 자산으로 남아 있고, 지금도 많은 성도들이 목사님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한국 교회가 개교회 안에 갇혀 있을 때 목사님은 많은 해외선교단체들과 학생선교단체들, 선교한국과 KOSTA를 비롯한 연합 운동들이 세워질 수 있도록 물질적 지원과 중심을 잡아주셨습니다. 한국 교회가 북한에 대한 미움과 증오에 빠져 있을 때에도 목사님이 앞장서서 한국 교회가 북한 동포들을 사랑으로 품을 수 있도록 대북지원에 앞장서셨고, 밀알학교를 통한 장애인 사역 등에도 앞장서 오셨습니다.

무엇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이사와 이사장으로 오랫동안 섬겨주셨음에 감사드립니다. 목사님의 귀한 섬김이 있었기에 기윤실이 복음에 합당한 윤리적 삶, 신뢰받는 교회,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운동을 흔들림없이 감당해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최근 한국 사회가 극단적 이념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것을 보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이념 대립을 하나님 나라의 가치와 복음으로 상대화하며 사랑과 화해의 중보자 역할을 해야 할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신앙의 이름으로 특정 이념을 합리화할 뿐만 아니라 극단적 이념의 선두에 서 있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기윤실이 2020년 표어를 “이념을 초월한 복음, 사랑으로 실현하는 정의”로 세우고 노력하는 것도 목사님의 가르침과 삶의 모범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월 12일(수)에 개최된 “말씀과 순명” 첫 기도회에서 목사님이 전한 설교 내용으로 인해 많은 성도들이 크게 놀라고 걱정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물론 한국 역사 가운데 임하셨던 하나님의 은혜와 그 은혜에 합당한 삶을 사는데 실패했던 아픔들,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이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한 내용은 충분히 공감 했습니다. 그러나 설교의 마지막 부분에 집권 민주당이 사회주의 정책과 체제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는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지킬 것인가 사회주의 체제로 갈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는 요지의 말씀은 많은 성도들을 당황하게 했습니다. 이 내용은 사죄의 은총을 강조하신 전체 설교의 흐름과도 잘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사실 관계에 있어서도 논쟁이 필요하고,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말 것을 호소하는 선거 개입의 요소가 농후했기 때문입니다.

집권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여러 정책에 불만과 비판의식을 가진 국민들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도덕적 문제가 드러난 사람을 공직자로 임명하는 일들이 많았고, 부동산 폭등으로 인해 수많은 서민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고, 양극화의 문제나 일자리 문제, 입시고통의 문제 등 고질적인 우리 사회의 병폐들을 해소하는 일에 많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평생 한국 교회와 사회를 위해 헌신해 오신 목회자로서 목사님이 현 시국에 대해 가지고 있는 염려 또한 남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을 가지고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사회주의 체제나 전체주의 체제로 가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많은 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이번에 목사님께서 첫 설교를 맡은 “말씀과 순명” 기도회는,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목회자들이 극한 이념대립으로 치닫는 한국 사회와 이념으로 나뉘어 하나가 되지 못하는 한국 교회의 현실을 말씀의 능력으로 극복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모임입니다. 많은 성도들이 특정 이념을 신앙의 이름으로 합리화하고 있고, 성도들을 정치적인 집회로 선동하며 본인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악마화하는 거짓된 지도자들에 대해 염증을 느끼고 있는 현실에, 건강한 복음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모임이라는 기대를 했습니다. 홍 목사님도 이러한 취지에 동의하셨기에 초청인이 되어 주셨을 것이고 또 첫 설교를 잘 이끌어주셨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이에 벗어나 더욱 아쉽습니다.

존경하는 홍목사님, 많은 성도들이 충격을 받았던 목사님 설교의 마지막 부분은 목사님의 일관한 생각이 아니라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넘쳐서 발생한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목사님, 목사님의 설교로 인해 충격을 받았던 후배 성도들을 위해, 그리고 “말씀과 순명” 기도회가 원래의 취지대로 한국 교회를 이념의 수렁에서 이끌어내 막힌 담을 헐고 둘로 하나되게 하신 복음의 능력을 나타내는 모임으로 쓰임 받도록 하기 위해, 이 부분에 대한 해명을 해 주시길 감히 부탁드립니다. 그리하여 나라를 사랑하는 목사님의 마음이 전체 한국 교회가 이 나라를 위해 진정으로 기도하고 올바르게 섬기는 방향으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소원해 봅니다.

2020년 2월 17일

(사) 기독교윤리실천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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