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챠드 포스터의 저서 『돈, 섹스, 권력』는 사람이 모여 사는 곳에 존재하는 근원적인 욕구이다. 세 영역이 긍정적으로 분출하게 되면, 인간 사회를 훈훈하고 따뜻한 관계로 이어가는 축복의 통로이지만, 부정적인 측면으로 사용하게 되면 인간의 품성과 격조를 타락시키고, 파괴시키고, 오염시키는 도덕적, 사회적, 관계적, 경제적, 영적 주범이다. 오늘 한국교회의 아픔의 단면도로 본다면 세 영역의 타락에서 찾아오는 썩은 열매이다. 한국교회는 성숙보다 성장에 목말라했다. 그런데 성장의 후유증이 곳곳에서 동물 사체 썩은 냄새보다 더 고약하게 진동하고 있다. 성장이 곧 성숙이라고 착각했다. 이 대가를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에 혹독하게 치루고 있다. 2008년 이후로 한국 교회의 신뢰도가 계속 추락하고 있다. 가슴 아픈 현실이다. 성장과 성숙이 사이좋게 굴러가면 더 없이 좋으련만 현실은 하나님의 기대치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18일자 연합뉴스에 대한예수교장로교 합동 교단이 낸 ‘코로나 19 시대 한국교회 신생태계 조성 및 미래전략 수립을 위한 조사 결과 보고서’를 기사로 실었다. 설문 조사 대상 목회자(목사와 부목사) 600명 중 86.6%가 ‘한국교회에 혁신이 얼마나 필요한 가’라는 질문에 ‘매우 필요’라는 입장을 보였다. 한국 교회의 혁신이 ‘전혀‧별로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은 0.6%에 불과하다.
주요 개혁의 대상으로는 ‘목회자’라는 답이 32.8%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개별 교단‧총회‧노회’가 28.4%, ‘기독교 관련자 모두’23.2%, ‘기독교 기관‧연합단체’7.4% 등의 순이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불거진 한국교회의 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안 1위로는 ‘교회/예배의 본질 재정립’(43.7%)이, 2위로는 ‘교회 중심의 신앙에서 생활신앙 강화’(23.5%)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것이 한국교회의 현실이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 속에서 제임스 패커의 저서 [거룩의 재발견]은 오늘날 목회자들이 고민해봐야 할 소중한 주제를 담고 있다. 10년 전에 이 책을 완독하면서 큰 기쁨을 누렸는데, 최근에 다시 읽어가면서 마음에 담는 주제가 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도덕적, 영적으로 심각한 손상을 입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지금까지는 심각한 중환자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는데, 바로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중환자인 것을 성령님은 알려주고 계신다. 그러면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가? 점과 흠과 티가 없으신 어린양의 보혈의 피만이 우리의 도덕적, 영적 질병을 치료하는 유일한 특효약이다.
교회는 두 기둥으로 존재한다고 말한다. 바로 영성과 도덕성이다. 영성과 도덕성이 아치 모양으로 서있어야지만 교회는 건강하게 세워진다. 거룩한 영성과 거룩한 도덕성이 교회의 본질이다. 거룩은 하나님의 본성이며 또한 교회와 성도들이 지켜가야 할 영적 유산이다. 거룩함이 무너지면 교회는 타락하고 병들어 사회에 영적인 힘을 주지 못한다. 한국교회는 두 기둥 중에 한 기둥이 부러져 버렸다. 어쩌면 영성보다는 도덕성이 더 심각하게 무너져 내렸다고 볼 수 있다. 하나님은 한국의 기독교 지도자들인 목사와 장로들을 향해 꺽꺽 울며 통곡하고 절규하며 탄식하고 계실 것이다. 하나님의 학교에 입학한 모든 자녀들에게 있어서 거룩은 선택 과목이 아니라 필수 과목이다. 거룩은 하나님의 소원이다.
저자는 회개하는 생활을 ‘성장하기 위해 아래로 자라기’로 표현하고 있다. 너무도 절묘한 표현 방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성장은 회개이다. 철저하게 회개하는 만큼 성장은 기쁨의 열매로 다가온다. 회개가 전제되지 못한 성장은 곧 무너지는 바벨탑이다. 바벨탑은 아무리 높게 건설해도 한 순간에 무너지게 된다. 예수님은 천국보다 먼저 ‘회개하라’고 선포하셨다. 회개하면 천국이 도래한다는 것이다.
1517년 마틴 루터는 비텐 베르크 교회당 정문에 95개조에 달하는 반박문을 못 박았는데, 그 첫 번째 조항은 이렇다. “우리의 주님이시며 만유의 주인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회개하라’고 선포하셨는데, 이 표현은 신자의 삶 전체가 회개하는 삶”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습관적으로 회개하는 삶을 살도록 하나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았다. 회개는 건전한 성결의 삶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훈련이다. 만약 진정한 회개가 멈추면 진정한 영적 진보와 성장도 멈춘다.
영국 국교회의 기도서에 나오는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회개’는 성결한 삶에서 아래쪽으로 뻗는 성장이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회개가 멈춘다면, 거룩한 삶에서 나타나는 성장은 지속되지 못한다. 육체적 웰빙이 현대인들의 대화의 꼭 지점을 찍는다. 그러나 영적 웰빙이 인생의 의미와 행복과 기쁨을 주는 요소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영적 웰빙은 철저한 회개와 거룩한 습관의 반복을 통해서 주어지는 축복이다. 하나님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자라기를 원하신다. 부모도 자녀의 자라는 모습을 통해서 기쁨을 누린다. 자녀가 자라지 못한다면 부모는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마찬가지로 우리를 창조하신 하나님도 자녀들이 은혜가운데 성장하지 못한다면 그분 역시 깊은 상처와 아픔과 스트레스를 받으신다. 그리스도안에서 성장은 오직 철저한 회개와 거룩한 삶을 통해서만 주어지는 에너지이다. 주님의 장성한 분량까지 성장하고 싶다. 그래서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영광 받으시는 거룩한 교회요 거룩한 신부가 되고 싶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한국 교회는 철저하게 무너지고 부서지고 있다. 위로 성장하는 것만 목말라했던 우리들의 모습을 이제는 내려놓고 이제는 첫 사랑의 은혜를 다시 기억하며, ‘아래로 자라가는 거룩한 몸부림’이 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