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의 기도】 쪽방촌 삼계탕 나눔과 성도의 죽음

  • 입력 2021.07.29 10:53
글자 크기
프린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야교회 쉼터인의 간증 (38)

임명희 목사 / 영등포 노숙인의 대부로 알려진 임명희 목사(광야교회 담임)는 아세아연합신학대학, 합동신학대학원대학을 나오고 예장(합신) 광야교회 개척 후 34년째 목회하고 있으며, 교회 법인을 설립하여 무료급식소, 홈리스쉼터, 쪽방상담소, 돈키호테까페, 엘레오스치료원 사역을 이어오고 있다.
임명희 목사 / 영등포 노숙인의 대부로 알려진 임명희 목사(광야교회 담임)는 아세아연합신학대학, 합동신학대학원대학을 나오고 예장(합신) 광야교회 개척 후 34년째 목회하고 있으며, 교회 법인을 설립하여 무료급식소, 홈리스쉼터, 쪽방상담소, 돈키호테까페, 엘레오스치료원 사역을 이어오고 있다.

우리는 지난 주 화요일(20) 점심 때 중복을 맞이하여 ‘NH투자증권사의 후원으로 쪽방촌에 삼계탕 600개를 준비하여 나눠드렸다.

요즘 코로나 4단계 조치로 매일 급식도 할 수 없게 되었고, 쪽방촌 심방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쪽방촌은 열대야의 더위로 밤잠을 잘 수 없고, 지하철 신안산선 공사로 주변은 매일 쿵쾅쿵쾅 시끄러운 지경에 특별 삼계탕 나눔은 광야의 메추라기 같은 기쁨이 되었다.

그러나 이런 삼계탕이 배달되었는데도 먹지 못하고 쪽방 안에서 숨진 주민도 있었다. 낮에 쪽방 소장님이 삼계탕을 전해주기 위해 문을 두드렸으나 기척이 없어서 문을 부수고 열어보니 이미 엎드러진 채로 숨진 상태였다.

그는 70년 중반에 중동지방의 사우디도 갔다 오고, 들어와서는 건축업자로 일도 했지만 이혼 이후 술로 추락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가양동에서 월세로 살던 때에 심방을 하게 되었고 그때 "혼자 외롭게 사느니 교회로 들어 오는게 낫지 않은가요?" 라는 권면을 받아들여 10여 년 전에 교회 쉼터로 들어왔다가 2년 전에 수급자가 되어 쪽방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는 예배도 빠지지 않고 나오고, 헌금도 잘 했지만 물병에다 항상 소주를 물과 함께 타서 들고 다니며 물마시듯이 마시고 다녔다. 그러다 보니 고혈압, 당뇨로 시달려 오게 되었고 최근엔 섬망 등이 나타나 세면장에 대변을 서너 번이나 보고, 복도에 화장지를 쌓아놓고 라이타로 불을 지르기도 하고, 변기통을 화장지로 막는 등 이상행동도 하기도 했다. 또 같이 살고 있던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옆방 친구와 좁은 복도에서 부딪힌 후에 죽어라 하며 엎치락뒤치락 싸우기도 했다.

'저렇게 살 바에는 차라리 돌아가시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엊그제 샤워를 하기 위해 보일러를 켠 다음 스위치를 난방에 놓고 들어감으로 밤새 방에 불을 땐 것이다. 그 밤에 샤워는 했지만 자는 동안에 계속 덥혀진 방의 온도가 올라가 고열에 숨이 막혀 영원히 잠들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나는 코로나로 병원생활을 19일 정도 하고 나온 후 후유증으로 몸이 완전히 회복이 되지 않아 입관 예배와 함께 발인예배만 드리고 들어왔다. 나머지는 부목사님과 장로님께 부탁을 했는데 분골은 자녀들이 바다에 뿌렸다고 한다. 코로나19, 알콜, 폭염, 굶주림 등으로 이번 여름에는 또 얼마나 돌아가실까?

이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어서 빨리 복음을 전해야 할 텐데..... 현 상황이 빌립보 감옥처럼 사방이 막혀있어서 이 밤도 바울과 실라처럼 감옥 찬송과 기도를 드린다.

"한밤중에 바울과 실라가 기도하고 하나님을 찬송하매 죄수들이 듣더라.(16:25)"

폭염에 더운 쪽방에서 숨진 성도의 장례를 집례하는 임명희 목사
폭염에 더운 쪽방에서 숨진 성도의 장례를 집례하는 임명희 목사

<기도제목>

1. 하나님 아버지! 지금 코로나로 인해 밖에 노숙자들에게 매일 나누던 급식을 3주째 중단한 상태입니다.

어서 빨리 밥을 나눌 수 있는 조치가 취해질 수 있도록 은혜를 주옵소서!

2. 일을 하다가 지쳐버린 광야의 용사들에게 독수리처럼 뚫고 나아갈 수 있는 새 힘을 주옵소서. 이밤도 빌립보 감옥의 바울과 실라처럼 찬송하며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하옵나이다! 아멘!

 

저작권자 © 본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