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버스를 운전하고 관광 가이드하며 복음 전하는 김창환목사

  • 입력 2024.04.19 16:35
  • 수정 2024.05.02 14:36
글자 크기
프린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승훈 대기자의 자랑스러운 성결인을 찾아서(4)

서울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99학번 김창환동문

김창환 목사(제주 열린문교회, 제주이레여행사 대표)
김창환 목사(제주 열린문교회, 제주이레여행사 대표)

필자는 김창환 목사를 만나기 위해 지난 8월 초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초강력 태풍 카눈의 북상 소식을 접하며 김포에서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내일 귀환하는 비행기는 뜨기는 하는 걸까라는 약간의 불안감을 안고... 아니나 다를까 필자가 내린 후 두 시간 뒤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전 노선이 취소나 연기됐다. 김창환 목사의 안내를 받아 택시로 미팅 장소에 도착했다. 제주 시내여서 그런지 이국적인 생경한 느낌은 별로 없다.

 

제주 10년 만에 쓴맛을 보다

정말, 김창환 목사(제주 열린문교회, 제주이레여행사 대표)는 멋모르고 제주도에 내려왔다. 제주의 문화, 언어, 풍습, 토양 등 아무것도 모른 채..., 한 선배 목사님의 소개로 20여명 남짓한 작은 미자립교회에 부임했다. 1999년 고난주간의 일이다. 처음에는 그저 열정 하나 가지고 열심히 목회했다. 작은 목회적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김 목사는 너무도 제주를 모른 탓일까? 소소한 것으로부터 교우들과 부딪히기 시작했다.

한번은 수요 예배가 끝나고 한 집사가 아무개 성도의 소상(小祥)*1 날이라면서 목사님도 가야한다고 주장하는데, 김 목사는 갈 수 없다.’고 맞섰다. “나는 소상 날에 가서 할 일도 없고, 가서는 안 되는 성서의 가르침도 있고 못 간다.” 서로 양보가 없으니 충돌뿐이다. 제주에서는 망자의 일주기(一周忌) 추도식을 매우 성대하게 치르는 풍속이 있다. 그 풍속은 교회 내에까지 들어와 있었다. 심지어는 무당까지 불러 굿판을 벌이기 일쑤다. 이런 데를 김 목사가 갈 수가 있겠는가. 헌데, 이것이 발단이 돼 온 성도들의 마음이 돌아서 버리니 모두가 교회를 떠나고 말았다. 10년 만인데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실패한 제주 목회를 성공적으로 반전시킨 터닝 포인트는 무엇인가?

10년이 됐으나 아직도 낯선 제주, 지방회도, 감찰회에도 의논할 만한 분이 없다. 육지에 이력서를 몇 통 보내고 청빙 소식을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나 지루하고 할 일 없어 따분하기 그지없었다. 심방할 일도, 설교를 준비할 일도, 정말 아무것도 할 일이 없었다. 그리고 서운하기 그지없었다. 성도에 대한 원망, 지방회와 선배들에 대한 원망 등 모든 게 불평불만(不平不滿)뿐이었다.

할 일이 없으니 어느 날부턴가 그는 집안의 러닝머신으로 운동을 하면서 말씀을 암송하기 시작했다. 먼저 제일 암송하고 싶었던 갈라디아서를 붙들었다. 매일 5절 정도씩을 암송해 나갔다. 당시에는 핸드폰 앱도 없었으니 5구절씩을 코팅한 종이를 들고 달리며 암송을 하는데 같은 말씀인데 송이 꿀처럼 달게 느껴졌다. 어라? 갈라디아서를 넘어 야고보서, 베드로전후서, 요한일, , 삼서, 유다서를 비롯하여 계시록까지 달려갔다.

매일 성경 암송을 하며 보내던 시간들

 

그래서 성경을 읽고 무엇이 달라졌나?

하루에 한두 시간 이상을 운동하며 달린 성경 암송시간이 몇 달이 지나니 어느덧 대여섯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암송을 넘어 성경 말씀에 코를 박고 성경을 읽고 또 읽고, 반복을 거듭하였다. 창세기는 50, 출애굽기는 40, 레위기는 27, 민수기 36, 신명기 34, 여호수아는 24번 등 성경의 장() 수를 읽는 횟수로 삼아 깊이 있는 성경을 읽어나갔다. 적어도 한두 달이면 육지로 나간다는 가벼운 생각으로 시작한 성경읽기가 깊어지자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말씀에 심취하여 신구약 성경 1,189장에서 좋은 구절을 하나씩 뽑아 암송하는데 도 성공하였다.

 

진심 어린 회개와 용서, 그리고...

어느 날인가, 그날도 갈라디아서를 처음부터 암송해 나가는데 하나님께서 놀라운 음성을 들려주셨다.

“(어리석도다) 갈라디아 사람들아, 너희가 이같이 어리석으냐 성령으로 시작하였다가 이제는 육체로 마치겠느냐”(3:3). 무언지 모를 깊은 울림이 솟구쳐 올라온다.

어리석도다. 김창환 목사야, 성령으로 시작하였다가 육체로 마치겠느냐?”

어리석도다. 김창환 목사야, 성령으로 시작하였다가 육체로 마치겠느냐?”

가슴이 벅차올랐다 메말라 버렸던 눈물이 터져버렸다,.. 어느 새 두 뺨을 흘러내리기를 주체할 수가 없다. 2시간 이상을 대성통곡(大聲痛哭)하며 회개하였다. 하염없는 눈물을 쏟아내고 나니, 모든 게 용서되었다. 교우들이 용서되었다. 그렇게 미워하던 지방회도, 제주 땅도, 선배들도, 용서가 되었다. 자신의 잘못을 회개하고 말씀으로 거듭나니 온 제주 땅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고, 변질되어 버렸던 목회의 마음이 회복되었다.

 

그렇게 밉던 사람들이 용서가 되고

제주 땅이 아름답게 다가와

 

어떻게 해서 제주 선교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

언젠가 한 장로교 목사님의 손에 이끌려 우연히 이기풍선교기념관을 들러보게 되었다. 제주 선교는 3가지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첫째, 제주는 대한민국교회의 최초의 선교지이지요. 둘째, 제주도의 순교 형태는 순국자이면서 동시에 순교자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셋째 경우도 주목할 만한 일인데, 제주는 선교사가 당도하기 전 이미 예배공동체가 있었고, 그들이 선교사를 요청하는 편지를 써서 선교사가 오게 되었습니다.” 민경배 박사가 그의 책 한국교회사에서 주장한대로 선교 이전의 구도가 적나라하게 보여 지는 곳이 바로 제주였다. 그 뒤로 김 목사는 한국 기독교 선교 책을 수십 권을 읽어나갔다. 특히 제주선교 역사에는 더욱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제주도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김창환 목사
제주도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김창환 목사

 

설렁설렁 시리즈의 책을 2권이나 출판하였다

기독교 역사책을 보면 모두가 다 이론적이다. 학술적이고 너무 어렵다는 공통점을 발견한다.”고 김 목사는 주장한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선교는 이야깁니다. 선교는 하나의 사건입니다.” ‘선교는 이야기인데 그것을 그렇게 어렵게 써서 되겠느냐? 선교적 사건을 단순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쓰면 되는 것 아닌가? 나의 책은 그것이 포인트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의 책, 설렁설렁 읽는 제주선교 이야기(청교도출판, 2016)

『설렁설렁 읽는 한국을 사랑한 선교사』김창환 도서출판 청교도(2020)
『설렁설렁 읽는 한국을 사랑한 선교사』김창환 도서출판 청교도(2020)

 

설렁설렁 읽는 한국을 사랑한 선교사(2020)는 기막힌 책이다. 그의 열정이 쏟아놓은 작품이다. 필자의 전문가적 관점에서 볼 때 처음엔 설렁설렁 시리즈가 너무도 썰렁한 책처럼 보였다. 없는 재정에 책을 내고 싶었던 김 목사는 모든 것을 자작으로 했다. 스스로 컴퓨터 타이핑을 하고, 줄이고 줄여서 내킨 김에 도서출판 청교도라는 출판사까지 등록하고 거기서 책을 낸다.

'설렁설렁' '짤막짤막'

하지만 박진감과 감동의 연속

설렁설렁 읽는 제주선교 이야기

 

독자들이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내용의 박진감이나 순교 장면의 묘사, 예민한 4.3으로 인한 대립 등 선교 현장의 사실적인 이야기들을 짤막짤막하게 누구나 쉽게 읽고 접하기 좋은 감동들로만 구성했다는 데 그 의의가 크다.

그렇잖아요. 사건의 장소, 시간, , 어떻게 등은 인터넷 자료를 뒤지면 모든 게 나옵니다.”

그래서 그는 모든 것을 생략하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 중심으로, 감동적인 내용 위주로 글을 썼다. 커피 두잔 마시면서 한두 시간 할애하면 읽을 정도의 분량이지만 설렁설렁이 아니라 알짜배기, 진또배기*2)로 어디서나 잘 보이는 핵심내용들을 담았다.

 

제주의 언어와 풍속, 문화의 장벽이 그렇게도 컸는가.

이기풍 목사가 제주에서 복음을 전할 때 엄청나게 애를 먹었다. 헌데 이기풍 목사의 이야기로부터 김 목사 이야기는 한 세기를 지난 시점이다. 그런데도 시각차는 여전했고 매우 컸다고 김 목사는 말한다.

제주 사람들은 전라도, 경상도 사람들처럼 사투리가 별로 없어요. 언어의 수재들이죠. 육지 사람들이랑 말할 때는 모두가 표준어를 씁니다. 하지만 자기들끼리(괸당) 있을 때는 알아들을 수 없는 방언으로 말하죠. 거의 알아듣지 못할 정돕니다.”

예를 들면, “‘고등어 빛나요.’-고등어가 비싸다. ‘폭삭 속았수다.’-대단히 수고하였습니다. ‘감자 돌아요.’-감자가 달콤합니다.” 라는 뜻이다. 아직도 무당이 동리의 대소사를 주관하고 괸당들(친인척, 끼리끼리)을 움직인다. 뱀을 우상으로 섬기며, 옛날엔 딸이 시집을 갈 때 뱀이 든 신줏단지를 지참하고 갔다고 한다. 아직도 귀신 없는 구간인 신구간’*3)이 존재하여 1년 중 신구간한 주일만 이사를 하는 풍습이 남아있다. 필자도 실제로 해병대 생활을 할 때 제주 해병들의 말을 내무반에서 경험한 바 있다. 김 목사에게 더 말하여 무엇하랴.

 

제주에서 여행사를 차리게 된 것은 어떤 계기인가?

제주도는 국내 최고의 관광지 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최초의 선교지이며 순교자와 순국자가 있는 복음의 땅이다. 그럼에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제주도에 관광 오면서 한두 군데 정도는 선교지를 순례하면 어떨까? 감동과 재미와 은혜를 받는 제주가 될 수는 없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나의 사역의 현장이 되었다. 처음에는 10명 미만의 사람이 왔지만 점점 많은 숫자의 기독교인이 찾아옴으로 여행사를 차릴 수밖에 없었고, 결국은 차량을 구입해서 버스를 운전하며 가이드 겸 제주 선교를 이야기 하며 복음을 전하게 되었죠.”

 

버스에서 복음을 전해야겠다는 아이디어는 어디서 찾은 것인가?

예수님을 생각해보았어요. 예수님은 들에서, 산에서, 광야에서, 그리고 어부를 만나면 선상에서 복음을 전했더라고요. 지금 예수님이 제주도에 계시다면 틀림없이 버스에서 설교했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어 버스 안에서 제주 선교지를 소개하고, 간증 겸 설교를 하는 거죠.” 이것이 축복의 통로가 되어 간증집회, 부흥회, 헌신예배, 선교지 신학교 강의 등 하나님께서는 그의 지경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넓혀 주셨다. 다 하나님의 기적이다.

 

제주도에 예수님이 사역하셨다면...

김창환 목사, 그는 복음의 사람이다. 말씀의 사람이다. 감동의 사람이다. 감사의 사람이다. 그에겐 으스대는 허울은 전혀 찾을 수가 없다. 성도를 깊이 사랑하는 사람이다. 선교에 미친 사람이다. 30여명의 미자립 교회가 선교비로 사용하는 예산을 보면 무려 3천 여 만원에 달한다. “우와-” 재정의 쓰임은 그의 인물됨을 엿보게 한다.

 

<미주>

1) 소천하고 난 뒤 일주년이 되는 날, 실은 제삿날인데 제주에서는 그날을 매우 성대하게 기념하며, 부조를 다시 받고 무당을 불러 굿판을 벌인다.

2) (=진또베기) 솟대의 강원도 방언.

3) 손 없는 날이라고도 한다.

 

* 김창환 목사 : 경남 밀양 출생 (1967)

서울신학대학원 신학과 (2003), 국제영지대학교 명예선교학 박사 (2016)

설렁설렁 읽는 제주선교이야기 외 3(2014)

제주극동방송 : 설렁설렁 듣는 제주선교이야기, 대한민국 선교이야기

제주cbs방송설교, 서울신학대학교신대원 농촌목회학 강사

기독교대한성결교회 부흥사회, 농어촌선교위원회 이사

제주 선교지 관광 및 가이드가 필요한 분들은 직접 전화하시면 됩니다.

김창환 목사 (010-9898-2988),

 
저작권자 © 본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