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암산(大巖山)은 강원도 인제군과 양구군에 걸쳐있는 높이 1,310m의 산이다. 대우산과 함께 대암산·대우산 천연보호 구역으로 지정되었으며, 지정된 지역은 분지·습원등 지형적으로 다양한 특징을 지니고 있고, 기후조건이 특이하고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대암산은 용늪을 품고 있을 뿐만아니라 군사보호구역 이여서 인터넷으로 예약, 허가를 받아 가이드와 함께 용늪과 정상 출입이 가능하다. 대암산은 큰 바위산이라는 뜻이다.
등산코스: 대암산 용늪 생태안내소(서흥리)-갈림길-큰 용늪입구-용늪-용늪관리소-대암산 정상 -갈림길-대암산 용늪 생태안내소(6시간)
대암산을 가기 위해 악우들과 함께 아침 일찍 서울을 출발했다. 대암산은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용늪을 품고 있어 인터넷으로 예약, 허가를 받아 일정 금액(5,000원)을 지불하고 반드시 가이드와 함께 오를 수 있는 산이다. 쉽게 올 수 있는 산이 아니라서 더 설레임이 생기고 기대가 된다.
악우가 4시간을 운전하여 임시 탐방지원 센터에 도착했다. 길을 헤매다가 약속 시간보다 늦게 도착하여 신분증 확인 및 출입증 배부 철차를 생략하고 곧바로 대암산 용늪 탐방 지원센터(서흥리)로 향했다. 자동차로 비좁고 오불고불한 길을 7km를 운전하여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미 팀이 출발한 뒤였지만, 우리 팀도 입산 허가를 받아 가까스로 트레일에 진입할 수 있었다. 왼쪽 데크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나왔다. 울창한 숲사이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시원스럽고, 물 흐르는 소리가 계곡을 경쾌하게 진동시키고 있다.
조금 가파른 언덕을 오르니 임도가 나온다. 오른쪽 계곡에서 힘찬 물소리가 울려 퍼지고 사시나무, 다릅나무, 황칠나무를 지나 걷는 길섶 양옆에 야생화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나래바위에 도착했다. 너른 바위 위를 물줄기가 몇 갈래로 나뉘어져 미끄러져 내리며 여울져 흘러가는 모습이 장관이다. 휴식을 취하며 악우들이 준비해온 도시락을 맛있게 나누어 먹었다.
나래바위 위에 위치한 출렁다리를 향해 가는데, 길가에 모시대가 무리지어 피어있다. 다른 산에서 쉽게 만나기 힘든 꽃이 여기서는 흔하기 흔하기만 하다. 본격적으로 산길에 접어들었다. 돌이 많은 길을 양쪽으로 풀과 숲이 우거지고 야생화들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돌길이 끝나자 육산의 길이 시작되고, 이윽고 용늪 표지석과 안내판이 서있는 곳에 도착했다. 큰 용늪으로 가는 데크길을 조금 걸어가니 용늪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에 도착했다.
“이렇게 높은 곳에 어떻게 습지가 생겼을까?”
“그러게 말이야. 두 산이 만나 생긴 펀치볼 모양의 구릉지에 낙옆들이 썩지않고 1m정도로 쌓여 이탄층을 이루어 생긴 것이라고 해.”
“습지에 어떤 식물이 살까?”
“물매화, 비로용담같은 꽃과 끈끈이 주걱, 개통발같은 식충식물이 산다고 해.”
“그래? 휘귀한 식물들 같구나.”
“그래서 생태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것 아니겠어?”
대화를 나누면서 습지를 가로지르는 데크길을 조심스럽게 걸어 습지를 통과하게 되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습지에는 물풀들이 빽빽이 자라고 있고, 군데 군데 물이 고여있는 모습도 관찰되고, 갈색의 이탄층이 널리 퍼져 있는 모습도 보인다.물매화,비로용담이 피어있고 개통발이라는 식충식물이 물 속에 신비스럽게 떠있는 모습도 보인다.
산에 다니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자연의 힘은 위대하고 신비스럽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다. 습지를 지나 능선에 도착했다. 오른쪽에 용늪 습지보호 관리소가 있다. 정상을 향해 능선길을 걷는데 길옆으로 지뢰매설 표지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철조망 너머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라 투구꽃, 모시대 같은 야생화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지뢰밭에 피어있는 꽃들이라니! 꽃들은 인간들이 만들어놓은 지뢰밭에서 너무나 태평하고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피어있었다. 마치 인간사에 무심이나 하듯이.
한 참 걸어가니 바위로 된 대암산 정상이 보인다. 정상 삼거리에 도착했다. 정상으로 가는 길은 디딤 사다리, 밧줄이 있는 바위를 오르는 험난한 길이다. 바위를 오르니 또 다른 바위가 나타난다. 마지막 바위를 용을 쓰며 기어오르니 드디어 정상이다. 공간이 없는 바위가 정상이라 정상 표지판이 바위에 새겨져 있다. 표지판 옆 좁은 공간에 버티고 서서 인증 사진을 찍었다. 바로 옆에 정상에 비견할만한 바위로 옮겨가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위(四圍)가 막힘이 없다. 북쪽으로 작은 대암산이 그 오른쪽으로 군사분계선도 보이고, 동쪽으로 설악산이, 그 왼쪽으로 금강산이 구름 아래 아스라이 보인다. 금강산은 금단(禁斷)의 산이라 더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삼거리로 돌아와 본격적인 하산을 시도했다. 조금 경사가 심하고 미끄러운 길이다. 돌이 많은 길을 걸어 내려와 조그만 계곡을 건너게 되었다. 길옆에는 눈개승마, 야생화들이 많이 피어있다. 하얗고 작은 수많은 꽃들이 모여 큰 꽃봉우리 한 개를 만들어 높이 솟아있는 모습이 청초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또 연달아 만나는 계곡에서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으며 더위를 식히는 망중한을 즐기기도 하며 내려왔다. 아침에 만났던 삼거리에 도착하여, 올라왔던 길을 걸어 내려와 용늪 생태 안내소로 회귀하여 산행을 마무리 했다.
대암산 코스-산행 절차가 까다롭긴 했지만, 생태계적 보호 가치가 있는 용늪과 다양한 야생화를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큰 2개의 바위군으로 구성된 정상이 인상적이고, 정상에서 바라다본 금강산 전망도 압권이었다.
*용늪-대암산 남서쪽 사면의 1,280m 구릉지에 형성된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고층습원. 희귀 동·식물, 빼어난 경관 때문에 습지보호 지역(환경부,1999년)으로 지정되었고, 람사르 협약에 등록된 습지임. 면적 7,490m², 길이 약 275m, 폭 210m²의 타원형 습지로 큰 용늪, 작은 용늪, 애기 용늪으로 이루어짐
대암산의 별꽃들
조성연
대암산 오르는 길섶에
하늘에서 별들이 내려와
별꽃들이 피었네
투구꽃, 모시대, 용담, 마타리, 물매화, 눈개승마 .....
투구꽃은 1등성으로 빛나고
모시대는 2등성으로 환하고
용담은 3등성으로 반짝이고
눈개승마는 은하수로 흐르고
별꽃들이
산객에게 몸을 흔들며
손짓을 하고
말을 걸고
미소를 짓는
대암산은
별꽃들이 춤을 추는 천상의 화원
별꽃들이 수런대는 지상의 낙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