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대신 ‘소금 한 꼬집’? 커피 쓴맛 잡는 신풍조, 오래된 전통에서 재발견

  • 입력 2025.10.20 11:52
  • 수정 2025.10.20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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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부는 ‘소금 커피’ 트렌드

검은 커피를 따르는 모습. 최근 미국에서는 커피에 소금 한 꼬집을 더해 쓴맛을 줄이고 감칠맛을 높이는 이색 ‘소금 커피’ 팁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별한 시럽이나 고급 원두 없이도 소금만 있으면 커피의 쓴맛을 부드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인기 비결이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바이럴된 이 간단한 요령은 설탕이나 크림을 넣지 않고도 커피 본연의 풍미를 살려준다는 경험담이 속속 공유되고 있다.

미국서 부는 ‘소금 커피’ 트렌드

미국 폭스뉴스는 최근 퍼지고 있는 소금 커피 활용법을 상세히 소개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커피를 추출하기 전이나 후에 아주 적은 양의 소금을 가미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방식들이 추천된다:

●원두에 뿌리기: 커피를 내리기 전에 분쇄 원두에 소금 한 꼬집을 뿌린다. 원두와 함께 추출되면서 자연스럽게 쓴맛을 줄여준다.

소금물 타기: 뜨거운 물에 소금을 약간 녹여 소금물 몇 방울을 커피 추출 과정에 섞는다. 커피를 우리는 물 자체에 염분이 들어가면 맛이 한층 부드러워진다.

●완성 후 첨가: 이미 내린 커피에 직접 소금을 한 꼬집 넣고 저어 녹인다. 즉석에서 쓴맛이 줄고 단맛이 도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로 소금 한 꼬집만 넣어도 커피의 쓴맛이 줄어들고 단맛이 도는 것을 체감했다는 이용자들이 많다. 설탕이나 크림 없이도 맛이 개선되니 칼로리 걱정도 없고, 커피 본연의 향미는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에서 이 ‘짭짤한 커피 레시피’가 각광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금을 적절히 사용하면 음식의 맛을 균형 잡아주듯, 커피에서도 쓴맛을 중화하고 단맛을 자연스럽게 강화해준다”고 설명한다.

쓴맛을 잡는 과학적 원리

소금을 넣으면 왜 커피 맛이 좋아질까? 이는 미각과 화학의 상호작용 덕분이다. 소량의 소금을 넣으면 커피의 특정 쓴맛 화합물에 대한 감각이 둔해지고 단맛에 대한 지각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식품과학 컨설턴트 에드 매코믹에 따르면, “소량의 나트륨 이온이 커피의 쓴맛을 내는 키닌(quinine) 유사 화합물의 작용을 억제해 쓴맛을 눌러준다. 특히 다크 로스트 커피에서는 단맛을 증폭시킨다”고 한다. 그는 또 “소금이 미각 수용체를 활성화시켜 쓴맛과 바디감을 부드럽게 하기 때문에 별도로 설탕이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소금이 쓴맛 신호를 차단하고 단맛 신호를 강화하여 전체적인 맛의 균형을 잡아준다는 것이다.

미각 메커니즘으로 보면, 쓴맛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쓴맛 수용체와 소금을 느낄 때의 짠맛 수용체가 동시에 자극되면 뇌에 전달되는 신호에 변화가 생긴다. 소금 덕분에 쓴맛 신호는 약해지고 대신 단맛 등 다른 맛이 두드러지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금을 곁들이면 신맛이나 단맛의 향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마가리타 칵테일 잔의 소금 테두리가 라임의 단맛을 끌어올리는 효과와 유사하게, 커피에 한 꼬집의 소금이 쓴맛을 억제하면서 본래의 단맛을 북돋워주는 역할을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국 바리스타 챔피언을 두 차례나 수상한 헤더 페리 역시 아주 소량의 소금만으로 미뢰에 영향을 주어 뇌가 쓴맛을 덜 느끼게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단 짠맛이 도는 수준이 되도록 많은 양을 넣어서는 안 되며, 말 그대로 ‘한 꼬집’ 정도의 미세한 양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페리는 신선하고 고품질의 원두를 사용할수록 커피 본래의 맛이 좋기 때문에 굳이 소금을 더할 필요가 없지만, 취향에 따라 적정량을 넣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라고 덧붙였다.

흥미롭게도 소금으로 커피 맛을 개선하는 비법은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다. 미국의 유명 푸드 전문가 앨턴 브라운은 이미 2009년 방송에서 “커피 물 한 컵과 원두 두 스푼당 소금 반 티스푼을 넣으라”고 권하며, “소금은 쓴맛을 잡아줄 뿐만 아니라 오래 저장된 물의 퀴퀴한 맛까지 부드럽게 해준다. 연구에 따르면 쓴맛 중화에는 설탕보다 소금이 더 효과적”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이는 당시에도 큰 화제가 되었고, 이후 이 팁은 일부 커피 애호가들에게 ‘앨턴 브라운의 트릭’으로 불리며 회자되었다. 최근 들어 이 오래된 조리 지혜가 다시 각광받게 된 셈이다.

세계 각국의 ‘소금 커피’ 문화

알고 보면 커피에 소금을 타 마시는 전통은 전세계 여러 문화권에서 예전부터 찾아볼 수 있다. 현대에 와서야 미국 등지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인식되지만, 사실 선조들의 지혜 속에 그 뿌리가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튀르키예: 터키에서는 신랑 측 가족이 신부 집을 방문해 결혼 승낙을 구하는 전통 예식에서 소금을 넣은 커피를 내오는 풍습이 있다. 과거 신부가 마음에 들지 않는 구혼자에겐 커피를 짜게 타줌으로써 거절의 의사를 표현했고, 오늘날에는 오히려 장난스럽게 신랑의 사랑과 인내심을 시험하는 의미로 소금을 넣기도 한다. 신랑이 이 짠 커피를 내색 없이 다 마시면 좋은 남편감으로 여겨진다.

베트남: 베트남 중부 휴에(Huế) 지역의 명물인 카페 무오이(cà phê muối), 일명 소금 커피가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 에스프레소에 가당 연유를 섞고 그 위에 소금을 넣은 크림 토핑을 올린 이 음료는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독특한 풍미로 인기를 끌었다. 현지 카페에서 시작되어 전국으로 퍼진 이 레시피는 베트남의 대표적인 커피 별미로 자리잡았다.

대만: 대만에서도 바다 소금 커피’(sea salt coffee)가 몇 년 전부터 카페 인기 메뉴로 떠올랐다. 이는 보통 아이스 아메리카노 위에 소금을 넣은 거품 우유(폼 밀크)를 듬뿍 올린 음료로, 단맛과 짠맛이 조화를 이루는 색다른 맛을 선사한다. 대만의 유명 카페 체인 등에서 처음 선보여 화제가 되었고, 이후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주어 소금 맛 크림이 얹어진 커피 트렌드가 확산되었다.

북유럽 및 해안 지역: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비롯한 북유럽 일부 지역과 바닷가 인근 국가들에서는 예로부터 커피에 소금을 넣는 습관이 전해 내려온다. 특히 지하수에 미네랄과 불순물이 많아 커피 맛이 씁쓸해질 때, 약간의 소금이 그런 쓴맛을 중화시켜주는 전통 요령으로 쓰였다. 실제로 노르웨이와 스웨덴 등에서는 커피를 끓일 때 약간 짭조름한 염수(바닷물이나 소금을 탄 물)를 사용하는 방식도 있었고, 해군 선원들 사이에서도 배 위에서 커피를 끓일 때 소금을 넣는 것이 오랜 관례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카페 업계의 도전과 전문가 조언

이 같은 소금 커피의 인기가 높아지자, 카페 업계도 새로운 맛 실험에 나서고 있다. 올해 초 뉴욕의 수제 음료 체인 마망(Maman)은 ‘솔티드 타히니 라떼’라는 독특한 메뉴를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는데, 에스프레소에 참깨 페이스트와 소금을 조합한 이 라떼가 입소문을 타면서 매장에 손님이 몰렸다. 마망 측은 이후 대부분의 수제 시럽 레시피에 소금을 가미하는 등 소금을 활용한 메뉴 개발에 힘쓰고 있다. 마망의 음료 책임자 케이틀린 버크는 “짭짤하거나 달콤한 요리에 소금을 넣으면 맛이 한층 강해진다. 커피의 풍미 역시 기존보다 더욱 풍부하고 증폭된다”면서 “이 소금의 매력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음식 전반에서 단짠 조합이 유행하는 흐름과 맞물려, 커피에서도 소금의 활용이 계속 각광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모든 이가 소금 커피를 마셔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커피 맛의 기본은 결국 좋은 원두와 올바른 추출”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적절한 소금 활용이 한 가지 옵션이 될 수 있음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헤더 페리는 고품질의 갓 로스팅된 원두 본연의 풍미를 즐길 때에는 소금 첨가를 자제하라고 조언한다. 소금을 넣으면 로스팅 전문가가 정성 들여 구현한 섬세한 풍미를 덮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커피는 개인의 취향”이라며, 맛을 좋게 느낄 수 있다면 어떤 방식이든 잘못은 아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좋은 원두를 즐길 때는 소금을 뺄지라도 진하고 쓴 커피를 탈때는 소금 한 꼬집으로 내 입맛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해도 괜찮다는 의미다.

건강 측면에서의 주의 사항도 있다. 영양 전문가 자넬 보버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한 꼬집의 소금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미미한 양이지만, 고혈압이나 신장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작은 추가 염분도 피하는 편이 좋다고 경고한다. 만성 질환자에게는 나트륨 수치가 엄격히 중요하기 때문에, 커피에 소금을 조금이라도 넣는 습관이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일각에서 제기된 “소금을 넣으면 전해질 보충이 되어 커피의 이뇨작용을 상쇄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보버는 “커피의 이뇨 효과가 워낙 커서 소금 조금으로 상쇄되지는 않는다”며 근거 없음을 일축했다. 다만 소금을 활용하면 칼로리를 늘리지 않고 맛을 낼 수 있으므로, 당이나 지방 섭취를 줄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설탕·크림 대용으로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전통적인 지혜현대적인 미각 과학이 만난 이번 소금 커피 열풍은, 커피 애호가들에게 새로운 맛의 가능성을 제시해주고 있다. 평범한 한 잔의 커피에 소금 한 꼬집을 더하는 작은 변화로도 맛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결국 커피를 어떻게 마실지는 각자의 취향에 달려 있지만, 적절한 소금 사용은 쓴맛을 잡고 단맛을 살리는 마법 같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실험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 한 식품 전문가는 “소금을 넣는 커피는 틱톡 신상 놀이라기보다 오래된 culinary chemistry의 재발견으로, 할머니 세대의 트릭이 유효함을 증명해준다”고 평했다. 오늘 아침, 기왕 커피를 마신다면 한 번 소금 한 꼬집을 살짝 더해보는 것은 어떨까. 의외로 쓴맛 없이 풍부한 한 잔을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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