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사별노인의 경제적 문제

  • 입력 2020.06.03 09:35
  • 수정 2020.06.0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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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별자 가족 돌봄 사역(14)

 

최종인 목사, 평화교회담임, 성결대, 중앙대석사, 서울신대박사, 미국 United Thological Seminary 선교학 박사, 공군군목, 성결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외래교수
최종인 목사, 평화교회담임, 성결대, 중앙대석사, 서울신대박사, 미국 United Thological Seminary 선교학 박사, 공군군목, 성결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외래교수

한국사회가 고령사회로 발전해 나가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노인문제 중 사별은 매우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입니다. 노인들의 수명이 연장되면서 사별로 인해 배우자 없이 생활하는 노인들이 증가하고 동시에 사별 후 배우자 없이 홀로 생활해야 하는 기간도 길어질 것입니다. 이러한 경향이 반영되어 2011년 통계청 자료에서도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중에서 40%가 사별로 배우자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노년기의 배우자 사별은 노년기 발달과정에서 경험하는 자연스러운 사건이라고 인식되어 사람들의 관심 영역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또한 배우자 사별과 관련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Bowlby는 배우자와의 친밀한 유대관계가 강할 경우 사별 이후 슬픔의 과정이 따라 온다고 밝혀 부부간의 유대관계의 친밀함 정도가 사별 후 적응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보았습니다. 노년기 생활만족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친밀감은 서로 의존하고, 개방적인 의사소통을 하며, 건설적으로 갈등을 해결하고, 정서적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이끌어 나가는 개인의 능력을 말합니다. 배우자 사별은 생존자가 ‘배우자로서의 역할과 정체성(결혼생활과 부부로서 하던 일들)을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가장 지지적인 친밀함의 상실을 뜻합니다. 이것은 평생 경험하는 것 중 가장 광범위하고, 강렬하고, 피하기 힘든 생애사건이면서 파괴적이고 심각한 불안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모든 생활 전반에 걸친 재조정을 요구하는 극단적인 생활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인들은 이미 일터에서의 은퇴, 배우자 및 친구들 사별, 건강 상태의 악화, 자녀의 출가 등을 경험하면서 다양한 상실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 배우자 상실은 그 충격의 여파가 오래하고 진동이 심합니다. 특히 수 십 년간 함께 살아온 배우자와의 사별과 같은 심각한 1차적 관계의 단절 위기를 경험한 노인의 경우에는 노년기라는 발달단계에서 경험하게 되는 신체적 변화 등과 같은 다른 위험요소들과 동시에 노출되기 때문에 보다 많은 관심이 요구됩니다.

고령자의 특성상 상실로 인한 부정적 정서, 즉 상실감은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것이지만 이를 원활하게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 심리, 사회적인 부적응을 겪을 수 있습니다. 상실의 경험을 겪는 누구나 상실감으로 우울해 지지만, 고령자인 노인들의 경우 심한 정신적 고통으로 남을 수 있어서 교회와 성도들은 교회안의 배우자 사별 노인들에게 특히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배우자 사별 노인의 경제문제

배우자를 사별한 노인들이 모두 문제를 겪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 노인들의 경우 사별 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그것은 특히 남성 노인보다 여성노인들이 경험하게 되는데, 여성 노인의 경우, 첫째로 막연하게 “남편과 자녀가 내 노후 문제를 책임져 주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적극적으로 노후 대책을 세워놓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자식들의 교육과 결혼, 주거문제 등으로 정작 자신들의 노후 소득 보장의 혜택으로부터 소외되었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배우자의 간병 문제로 경제적 손실이 컸기 때문입니다. 주로 80대 이후에 질환들은 뇌졸중이나 치매와 같이 돌봄의 손길이 필요하거나 장기간 요양이 필요한 질환들입니다. 오랜 간병 기간 동안 경제적 파탄을 겪는 이들이 많습니다. 셋째로 남성들은 배우자 사별 이후 약 9년, 여성들의 경우 배우자 사별 후 15년을 생존하게 됩니다. 긴 15년의 생존 기간 동안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여성 노인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사별로 인한 여성 가구주의 증가는 곧 빈곤의 증가로 이어집니다. 많은 노인들이 배우자와 사별 이후 홀로 살면서 극빈층으로 전락하게 되어 사회 국가적인 문제로 대두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과정에서 경제적 곤궁과 사회적 소외감을 느끼게 되고 극단적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노년층 빈곤문제는 심각합니다. 노후 대책 없이 노년기를 맞이한 한국의 노인들은 쉽게 가난의 늪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전체 노인 중 중위 소득 미만에 속하는 노인의 비율)은 45%로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단연 1위입니다. 일본(22%), 그리스(23%), 미국(24%)의 두 배에 달하고, 한국에 이어 노인 빈곤율 2위인 아일랜드(31%)보다 14% 포인트나 높습니다. 한마디로 한국이 가난한 노인이 가장 많은 것입니다. 문제는 상당수 노인들이 배우자 사별 이후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만다는 것입니다.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린 노인정책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노인문제는 백화점식 노인 복지정책과 예산 확대로 간단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노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을 재정립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교회도 이 같은 지적을 외면하지 말고, 배우자 사별 노인들의 경제 문제에 관심을 갖고 돌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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