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사별 노인의 지원

  • 입력 2020.06.17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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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별자 가족 돌봄 사역(16)

 

최종인 목사, 평화교회담임, 성결대, 중앙대석사, 서울신대박사, 미국 United Thological Seminary 선교학 박사, 공군군목, 성결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외래교수
최종인 목사, 평화교회담임, 성결대, 중앙대석사, 서울신대박사, 미국 United Thological Seminary 선교학 박사, 공군군목, 성결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외래교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인한 심리적 어려움에는 전문적 손길이 필요한가에 관한 논의는 “돕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과 “도와야 한다”는 입장으로 나뉘어 치열하게 격론을 벌여왔습니다. 먼저 “돕지 말아야한다”는 입장은 주류 정신의학계를 위시한 그룹의 주장으로, 사별 후 심리적 어려움은 모든 사람이 자연스럽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이 과정에 개입하게 되면, 인간의 자연스러운 심리적 회복력을 해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주목해볼 만 한 점은, 이들의 주장이 “도와봐야 별효과가 없다”가 아니라 “돕지 말아야 한다”라는 상당히 적극적인 반대의 입장이었다는 것입니다. 즉, 사별 후 자연적인 심리적 적응에는 나름의 치유의 효과가 있으니, 이 과정에 개입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치유 과정을 방해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실로 우리 대부분은 이러한 자연적 치유과정을 통해 상실의 고통을 극복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위의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 있게 개진되었습니다. 또한 사별 치료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수행된 분석의 결과에서도 개입프로그램이 사별 후 심리적 적응에 효과를 미치지 못하고, 심지어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결과가 보고되어 개입 반대의 입장을 지지하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개입 찬성의 입장입니다. 개입 반대의 강한 주장과 과학적 검증 결과에도 불구하고, 사별 후 심리적 적응을 돕기 위해서는 전문적 도움을 제공해야한다는 그룹의 주장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들의 주장은 주로 임상현장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했습니다. 즉, 사별을 경험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정 기간의 시간이 지나면 심리적으로 적응하긴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심리적 적응을 하지 못하는 클라이언트의 사례가 의료 및 사회복지 현장에서 적지 않게 보고되었다는 점을 통해 이들의 주장이 강하게 지지되었습니다. 이 복잡성비애(Complicated Grief)라는 사별 후 심리장애를 제안하면서 이러한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되었습니다.

복잡성비애의 증상은 고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함, 환청·환시 등의 경험, 고인을 생각하는 일에 사로잡혀 평소에 잘 수행해오던 일을 하지 못함 등이 속합니다. 이후 복잡성비애와 우울증상이 다른 것인가에 관한 질문이 제기되었지만, 사별 후 우울증을 대상으로 한 약물치료와 인지치료가 복잡성비애 증상의 완화에는 효과적이지 못했던 점, 다수의 요인분석에서 복잡성비애가 우울증과는 다른 심리적 개념이라는 분석결과가 제시되어, 사별 후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심리적 증상의 하나로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복잡성비애 개념에 관한 연구는 개입 찬성의 입장을 자연스레 지지하게 되었는데, 미국 사회복지학계를 중심으로 복잡성비애의 감소를 위한 특별한 인지행동치료프로그램인 복잡성비애치료(Complicated Grief Treatment)가 개발되어 그 효과성이 보고되었습니다. 특히 2013년 미국정신의학계가 5판으로 개정한 정신장애진단통계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DSM)에 사별 후 심리적 증상으로 지속복합사별장애(Persistent and Complex Bereavement Disorder, 부록2)3)가 수록되면서 사별 후 심리적 안정을 위한 개입의 필요성이 더욱 지지되었습니다. 이는 사별 후 심리적 안정을 위한 개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개입 부분적 찬성입니다. 위처럼 사별 후 심리적 개입의 필요성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논의는 현재에까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몇 가지 연구결과는 개입 찬성의 입장에 좀 더 힘을 실어 주고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연구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러 국가에서 수행된 복잡성 비애의 유병률 조사 결과는 대체로 사별을 경험한 이들 중 약 5-10%가 복잡성비애를 가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사별을 경험한 대부분(90-95%)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안정적인 심리적 적응을 하게 되지만, 소수(5-10%)는 불안정하고 다소 병리적인 적응 형태를 보인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이런 결과를 개입 필요성의 견지에서 따져보면, 사별 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심리적 개입이 필요하지 않고, 약 5-10%의 사람들에게는 적극적인 심리적 개입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잠정적 주장을 지지하는 연구결과들이 있습니다. 사별 후 심리적 변화과정을 추적한 종단연구들은 심리적 변화가 여러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음을 밝혀냈고, 심각한 수준을 유지하는 소수의 그룹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이 사별 후 심리적 개입프로그램에 대한 메타분석의 결과는 사별 후 심리적 적응에 개입프로그램이 효과가 없다고 보고했는데, 한 연구에 따르면 “사별 후 심리적 도움을 필요로 한 (소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메타분석결과에서는 개입프로그램이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위와 같은 연구결과들은 사별 후 심리적 적응의 양상이 상당히 이질적이고, 이 중 소수의 그룹에게는 개입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후 이어진 논의에서, 최소한 이들 소수에게는 전문적 도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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