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사별 노인의 우울
많은 연구들이 배우자 사별 노인이 높은 우울증상을 보이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실제 2015년 동아일보에 나온 기사 내용에 따르면, 212명의 배우자 사별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에서 대개 12% 정도의 배우자 사별 노인들이 배우자 사망 이후 우울증상을 보이고 있었음을 보고 하였습니다. 또한 이러한 배우자 사별 노인의 우울증이 다른 일반 노인들에 비해 더 높게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하였습니다. 배우자 사별을 경험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 차례의 조사(2개월 후, 7개월 후, 13개월 후)에서 각각 24%, 23%, 16%의 높은 우울증상을 발견하였고, 이러한 높은 우울증상은 일반 노인들과 비교할 때 약 4% 이상 높게 나타났습니다. 또한 배우자 사별 노인의 높은 우울증상이 많게는 30%에 달하고 있다는 것을 관련 연구 검토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배우자 사별 노인이 그렇지 않은 일반 노인들에 비해 훨씬 높은 우울증상을 보인다는 사실은 국내의 연구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배우자 사별 노인의 높은 우울증상은 대체로 살아남은 배우자로 하여금 정서적 외로움을 경험하게 되면서 나타납니다. 비록 사별 직후에 느끼는 정서적 충격이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하지만 외로움, 공허함, 슬픔은 사별 후 몇 년이 지난 후에도 가장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어려움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체로 사별에 대한 연구들은 사별 후 1, 2년 사이에 사별자들이 새로운 지위에 적응하고 익숙하게 된다고 보고 있으나 개인에 따라 장기경험으로 이어지기도 하며, 16년 동안 혼자였던 사람들에게서도 초기 이별에서 나타난 외로움과 불행감이 지속되기도 합니다. 1985년부터 1993년까지 8년 동안 배우자 사별 여성 노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도 배우자 사별 이후 높아졌던 우울 증상은 유지되고 있음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배우자 사별 노인의 높은 우울증상은 대체로 과거 배우자가 담당했거나 배우자와 함께 분담했던 역할을 대신하게 되는 역할수행의 어려움을 경험하게 되면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배우자 사별 후 남성은 식사준비, 집 청소, 장보기 등의 역할을 새롭게 수행하게 되며, 여성은 집수리, 돈 관리 등을 사별한 배우자를 대신하여 직접 하게 되는데, 이들은 이러한 일상적인 역할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이것이 배우자 사별 후 우울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배우자 사별노인의 우울과 관련하여 주목하는 부분은 비록 많은 노인들이 그들의 배우자를 사별한 이후에도 심각한 우울증상에 힘든 노년을 보내게 되지만 앞의 연구들에서 알 수 있듯이 모든 배우자 사별 노인에게 공통적으로 반드시 나타나는 증상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인생에 있어서 배우자 사별이라는 매우 중대한 스트레스 사건을 경험 하면서도 어떤 노인들은 전혀 우울증상을 보이지 않거나 비교적 낮은 정도의 증상을 보이는가 하면 배우자 사별 경험의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심각한 우울증상도 점차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별노인의 적응 유연성
배우자 사별 노인에게 있어서 적응유연성이 갖는 의미는 매우 중요합니다. Richardson에 의하면 적응유연성을 갖는 노인은 그렇지 못한 노인들에 비해 죽음에 대한 수용 정도가 높고, 보다 더 외향적이며, 감정적 측면에서도 보다 안정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노인의 우울증과 적응유연성이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보고하면서 노년기에 맞이하게 되는 다양한 부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고 적응하는데 적응유연성이 매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배우자 사별 이후 적응유연성이 하나의 보호 자원으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노년기 생애만족 정도에 긍정적 기여를 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배우자를 사별한지 한 달 이내인 55명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노인들이 갖고 있는 적응유연성이 그들이 인지하고 있는 배우자 사별 스트레스와 그 결과 사이에서 중재(mediating)와 완충(moderating)효과를 보인 것으로 보고하였습니다.(김신열. 김순규. 서효정, “배우자 사별 노인의 우울증과 적응유연성: 사회적 지지의 매개효과 검증”, Health and Social Welfare Review, 제31권 3호, 2011, 165-196.)
이러한 적응유연성은 크게 두 가지 개념으로 설명되는데, 하나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기능적으로 행동하는 결과로서 적응유연성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과 사회적 차원에서의 위험요인과 보호요인 사이에서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과정으로서 적응유연성입니다. 특히, 결과로서 적응유연성은 분명한 위험상황을 전제로 그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극복하는 특성으로 정의되고, 과정으로서 적응유연성은 위험 상황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과정에서 변화되는 특성으로 정의됩니다.
노인의 배우자 사별과 사회적지지
많은 연구들이 노인들에게 있어서의 사회적 지지가 그들의 안녕에 중요한 영향요인 가운데 하나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사회적 지지에 대한 정의는 학자들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사회적 지지와 관련한 선행 연구들을 검토해 보면, 사회적 지지를 개인의 사회적 관계의 유형(type)이나 정도(quantity)로 파악되는 구조적 차원(structural aspect)과 개인의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하는데 필요한 정서적 내지 정보적 지지를 제공하는 기능적 차원(functional aspect)으로 구분하면서 이들 사회적 지지가 특히 노인들의 정신적 건강상태에 주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사회적 지지를 위해 전문가들의 조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사별 후 아픔을 이기기 위해서는 고립을 탈피해야 합니다. 먼저 오랜 기간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을 피합니다. 동료, 좋아하는 사람을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는 모임에 참여하는 것이 좋습니다. 말을 참지 않고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우울한 감정을 억제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말하면 경감될 수 있다고 합니다. 어려운 책보다는 가벼운 소설이나 잡지를 읽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배우자가 죽었으니 아픈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정신질환이 생긴 후에 방치하다 뒤늦게 병원에 갔다가 치료가 늦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Richardson은 이러한 노년기 사회적 지지의 역할은 일반 노인들뿐만 아니라 배우자 사별 노인들에게는 그들의 안녕(well-being)에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하였고, Wallace은 특히 지지 가운데 가족 구성원으로부터의 지지가 적응 유연성의 근원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노년기 개인의 인성을 예측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기능함을 밝히고 있습니다. 배우자 사별 노인의 경우 사회적 관계망에 의한 양적 혹은 질적 차원에 있어서의 원조관계가 남아있는 노인의 삶의 의미를 높여주는 효과가 있음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들과의 개인적인 관계 형성이나 그들로부터의 지원은 배우자를 사별한 노인에게 자신들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언제나 도움이 가능할 거라는 믿음을 주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도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대면접촉이나, 전화, 편지, 혹은 이 메일 등 다양한 접촉 기제를 통한 사회적 접촉은 사회적 고립감이나 고독감 등을 방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