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인 연재】사별자 가족에 대한 목회적 이해

  • 입력 2020.03.18 08:43
  • 수정 2020.03.18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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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별자 가족 돌봄 사역(4)

 

최종인 목사, 평화교회담임, 성결대, 중앙대석사, 서울신대박사, 미국 United Thological Seminary 선교학 박사, 공군군목, 성결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외래교수
최종인 목사, 평화교회담임, 성결대, 중앙대석사, 서울신대박사, 미국 United Thological Seminary 선교학 박사, 공군군목, 성결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외래교수

목회적으로 경험하는 장례예식의 아쉬운 점

목회를 하다보면 성도들의 장례식을 보며 몇 가지 아쉬움을 갖게 됩니다. 특별히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사별하는 남은 가족들이 혼란스러워하지 않도록 정비되어야할 부분이 있습니다.

첫째는 장례식장에 대한 아쉬움입니다. 한국의 대부분의 장례는 전문장례식장에서 진행되는데 일부 장례식장의 서비스는 열악한 부분이 남아있고 우후죽순 생겨나는 상조업체들의 폭리로 남겨진 유가족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조문에 대한 아쉬움입니다. 필자가 그동안 목회하면서 수백여 가정의 장례를 집례하거나 장례에 참여했습니다만 통일되었거나 정중하게 진행할 수 있는 기독교 조문예절이 없습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래도 가정마다 다르고, 상조회사들마다 달라서 유가족들이 당황해 하거나 궁금해 하는 일이 많은 것을 봅니다. 대부분 상조회사나 장례지도사들이 집례자와 적극 협조하여 은혜롭게 장례를 치루게 됩니다만, 간혹 교회와 가족들의 형편을 고려하거나 배려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복잡한 것을 싫어하고 조문조차도 형식적으로 간단하게 치루려 합니다. 그러나 장례란 기본적으로 복잡하고 심오한 절차입니다. 간단하게 접근할 수 없습니다. 장례예식을 통해 죽은 자와 살아있는자, 조문자, 세 집단에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게 합니다. 또한 장례는 살아있는 자가 생활하는 공간에서 죽음의 세계로 진입하기까지의 중간단계로 매우 중요한 의식입니다. 조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별자 가족들은 크게 위로 받기도 하고, 때로는 안타깝지만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조문을 잘 해야 참여자들에게 은혜가 되고 유가족들에게도 힘이 됩니다.

셋째는 장례 이후입니다. 교회에서 찾아가 장례를 집례하고 난 후 상을 치른 가정들이 교회에 답례하고 싶은데 어찌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것입니다. 여기에 사별애도와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윌리암 워든(William Wordon)이 지은 책, 『유족의 사별애도 상담과 치료』에서 좋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참고가 됩니다.

넷째는 교회의 지원입니다. 장례 이후 사별자 가족들이 애도과정을 겪게 되는데 교회의 세심한 지원이 부족한 것입니다. 따라서 이 ‘사별가족 돌봄사역’이라는 주제의 연재는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장례를 통하여 믿음안에서 회복되고 더욱 성장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재되는 것입니다.

살다보면 가까운 이들의 죽음소식을 듣고, 나이가 들면 점점 죽음과 가까운 것이 우리들 인생입니다. 일생을 통해 늘 크고 작은 만남과 이별을 경험하지만 아마도 일생에서 가장 크고 서운한 이별은 죽음으로 인한 '사별'일 것입니다. 누가 뭐라고 하든지 미우나 고우나 가족은 사랑의 대상입니다. 그토록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은 남아있는 가족이나 친구, 이웃들에게 중요한 변화를 가져오게 됩니다. 고인이 사망한 후 남은 이들은 크나큰 상실의 슬픔으로 인해 건강이 나빠질 뿐 아니라 고인을 대신해서 해야 할 역할 변화에 당황스러워하며 힘겨워 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중요한 순간에는 자칫 치명적인 육체 건강뿐 아니라 심리 정신적 건강악화에 빠질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만나게 됩니다. 사별 가족 돌봄은 이런 어려운 시기에 있는 성도들을 도우며, 사별 후 변화에 대해 잘 대처하여 적응하게 도와줌으로써 건강하고 충분한 삶을 유지하도록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나아가 사별 가정을 지원하는 것은 그들 가정에서 새로운 창조적인 시작이 될 수도 있고 더 나은 삶을 추구하기 위한 기회를 맞도록 돕는 것이기에 중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목회자들은 사별 가정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사별 가정의 가족들이 충분한 목회적 돌봄을 받지 못하거나 적절한 애도 과정을 갖지 못할 때에, 상실과 관련된 슬픈 감정을 왜곡하고 잘 표현하지 못하며, 상실의 현실 자체에 대하여 무감각해짐으로 방어하고, 성격의 부정적 변화와 병리적 행동을 보일 수 있습니다. 목회자는 슬픔의 감정이 정체된 채로 고통을 받고 있는 애도자에게 슬픔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며, 그리고 애도자가 치유적 공동체 안에서 더 나은 만남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 가도록 도와야 합니다.

사별자 가족이 느끼는 아픔과 과정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이들도 있지만, 장례예배나 의식을 집례하든지 또는 위로 예배를 드리거나 목회적 돌봄의 기회가 있을 때 먼저 용어를 잘 알고 사용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사전적 의미에서 사별자 가족들을 지원하기 위한 연구로 단어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사별(死別, bereavement): 중요한 사람을 죽음으로 상실한 상태를 말합니다.

2) 상실(喪失, Loss): 앞에 인용한 것처럼 일적으로 물건, 지위, 위치, 능력, 태도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소유하는 이와의 관계 강도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고 표현되기도 합니다.

3) 슬픔(Grief): 죽음으로 사랑하는 이를 잃었을 때 나타나는 반응입니다. 정서적인 반응이 일차적으로 나타나지만 다양한 심리적(인지, 사회-행동)과 신체적(신체-somatic) 증상과도 연관되고 있습니다. 즉, 슬픔은 상실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이며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영적인 측면에서 총체적으로 경험하는 것입니다.

4) 애도(Mourning): 상실에 대한 반응으로 사회나 문화집단에서 수행하는 슬픔의 사회적인 표현과 행동입니다. 예를 들어 장례와 상례와 관련된 관습이나 의식, 슬퍼하기 위한 일정한 기간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사별 가족들의 슬픔을 이해하기 위해 사별의 단계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별 가족들의 아픔은 다양하게 나타나게 됩니다.

첫째, 초기 회피단계: 초기 회피 단계(쇼크, 급성 슬픔기, 충격과 멍한 상태 : 수주 또는 수개월), 사별에 대한 충격으로 쇼크를 받아 슬프기 보다는 멍한 상태입니다. 쇼크로 인해 실신하거나 숨쉬기 어렵고, 비명을 지르는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죽음이라는 현실을 마음속 깊이 수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애도행사(임종,장례식,49재,100일,기일 등), 개인적인 고인에 대한 추모를 통해 충분하게 슬픔을 표현하도록 합니다. 누군가 함께하도록 하며, 도움을 받아드리게 해야 합니다. 이때는 심리적(비현실감, 집중력저하, 무감각, 명한 상태, 무기력), 신체적(구강건조, 자주 한숨 쉬는 것, 몸이 떨리는 것, 쉽게 놀라는 것, 구역질, 수면장애, 식욕부진) 이상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정상반응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또한 고인에 대한 추억과 임종 시 장면이 끊임없이 떠오르고, 신이나 자신, 가족, 의료진에게 원망과 분노가 일어나며 죄의식에 사로잡힙니다. 이러한 것들을 판단 없이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마음 터놓고 얘기하거나, 편지나 일기쓰기, 자조모임 등이 도움이 됩니다.

둘째, 사별의 중간단계: 사별 초기의 각종 애도 행사가 끝나고 나면 주변의 친지나 친구들도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 가족들만 남게 되면 진짜 슬픔이 시작되어 심해지는 분들이 많습니다. 슬퍼할 만큼 슬퍼하도록 따뜻하게 대해주어야 합니다. 스스로에게 슬픔의 고통이 겪어나갈 수 있도록 허용해주어야 합니다. 어렵지만 이러한 슬픔을 직면하고 겪어내야만 또다른 삶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고통의 현실을 인정하십시오. 고인을 떠나보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자신을 인내롭게 기다려주십시오. 잊으려 노력하기보다 잘 추억하십시오. 고인에 대한 추억들은 고인과 함께 했던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과정이오니 억지로 잊으려하지 말고 편안한 사람에게 얘기하거나 글로 쓰십시오. 정서적으로 불안정할 수 있습니다. 감정조절이 잘 안되고 격한 감정과 매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정상적인 반응으로 시간이 지나면 점차 감소합니다. 가족들 개개인이 다른 방법으로 슬픔을 겪어내고 있어 서로를 돌보지 못해 가족 간에 갈등이 생길 수 있으니 서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교회나 복지관 등에서 열리는 지지모임에 참석하여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면 도움이 됩니다.

셋째, 사별의 적응단계: 끝날 것 같지 않던 사별의 고통이 점차 감소하면서 아래로부터 뭔가 힘이 솟아나며 고인이 없는 새로운 세상살이를 시작할 수 있는 회복의 시기가 옵니다. 보통 2년에서 3년이 이상이 되면 점차 고통이 감소되고 새로운 역할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커지고 정상적인 삶으로 회복되는 적응 성숙 단계가 옵니다. 슬픔의 강도나 간격이 자주 발생하지 않게 됩니다. 다시 내면세계에서 힘이 생기는 것을 느끼게 되면 이제 슬픔이 끝나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고인과 관련된 고통스러운 상념들을 떠나보내고 고인이 기쁘고 건강했을 때 누렸던 행복 한 때의 기억들로 자리를 채울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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