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대형병원에서 죽는 사망자 가운데 상당수의 죽음 원인은 암일 것입니다. 암은 전 세계적으로 사망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이며, 국내 전체 사망 원인 중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증가 추세에 따라 암환자 사별가족도 앞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암환자의 가족은 환자의 투병과정을 함께 경험하기 때문에 가족 스스로도 정신건강의 악화와 심리적 고통을 겪고, 사별 후에는 복합적 슬픔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슬픔은 사별에 따른 정상적인 반응이고, 대부분의 경우 시간이 경과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소됩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시간이 지나도 희석되지 않고 복합적 슬픔으로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암환자의 가족중에서 배우자는 다른 돌봄 제공자에 비해 주 돌봄제공자의 역할을 맡는 경우가 흔하고, 환자의 임종과정에서 더 큰 고통을 경험하며, 사별 후 복합적 슬픔 유병율도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암환자를 둔 가족들을 위해, 현재도 암 투병중인 성도들을 위해, 애도의 순간을 맞이할 장래의 사별 가족들을 위해 교회는 사역을 준비해야 합니다.
1) 복합적 슬픔(Complicated Grief)
사별 후의 깊은 슬픔은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치유되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사별 후의 슬픔이나 고통감이 일정 시간이 지나도 경감되지 않고 지속적인 정신적, 신체적인 손상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사별후의 애도 과정이 훨씬 더 복잡하고 고통스럽게 진행되며 오랫동안 지속되기도 합니다. 복합적 슬픔은 사별 이후 일상생활의 장애와 슬픔증상, 고인에 대한 극심한 갈망, 그리움, 죽음을 압도하는 느낌 및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회피 증상이 사별 발생 6개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경험하고 사별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오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복합적 슬픔은 증상이 우울, 불안, 후회와 유사한 형태로 나타나지만, 고인과 연관된 심리상태라는 점에서 구별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우울, 불안, 삶의 질 등으로 측정해 온 연구결과와 복합적 슬픔을 측정한 연구의 결과에 차이가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사별 가족의 복합적 슬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합니다. 복합적 슬픔을 사별에 따른 변화에 대한 일종의 부적응이라는 관점에서 사회적 지지와 사별대처가 복합적 슬픔에 중요한 영향요인으로 고려되어 왔습니다. 사회적지지가 낮을수록 사별준비가 부족하고, 복합적 슬픔의 유병률과 관련이 있으며, 사별 후 대처수준이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또한 사별 후 대처가 부정적이면 복합적 슬픔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그 외에 암환자의 말기치료의 질, 즉 말기상황에서 환자에게 제공된 의료서비스의 질은 임종의 질과 사별준비뿐 아니라 사별 후 적응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임종의 질은 말기시점에 개인의 기대와 가치관에 따른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영적 경험과 삶의 정리, 죽음에 대한 준비, 죽음 상황을 포함한 임종 경험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를 의미합니다. 말기치료와 임종의 질이 낮았다고 생각하는 사별가족의 경우 슬픔의 기간이 더 길고. 일상생활장애 정도가 더 큰 경향을 보인다고 합니다.
2) 사별대처(Coping with Bereavement)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상실을 경험합니다. 특히 죽음으로 인해 가까운 사람과 사별하게 되면 인간은 매우 급격한 심리적 변화인 슬픔, 분노, 좌절, 아픔, 공포, 혹은 수치심을 체험할 수 있으며, 위기가 지속되면 좌절, 분노 혹은 절망에 처하게 되고, 신체적으로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 배우자를 사별하는 경험은 인생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스트레스 사건 중의 하나입니다. 만약 가장인 남편이 암환자로 죽음에 이르게 된다면 한 가정에 매우 커다란 위기상황이며, 특히 현대의 핵가족 사회에서는 지지체계의 부족으로 배우자를 사별한 여성들이 긍정적으로 대처하기 매우 힘든 실정입니다. 이들은 주로 가정관리와 자녀출산 및 양육 전담자로서 역할을 수행해왔기 때문에 남편을 잃고 난 뒤 겪게 되는 정서적 문제, 자녀양육, 역할변화문제, 대인관계의 문제, 경제적 문제 등의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은 뻔합니다. 배우자를 사별한 여성들이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족들의 강인성, 관리자원, 문제해결 및 대응전략, 사회적 지지와 도움이 절실한데 이러한 지지가 부족할 경우 이들은 만성적인 우울증, 정신 및 신체적 기능장애 등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암환자 가족들은 사전에 사별대처의 과정을 가져야 고통을 줄일 수 있습니다.
3) 말기치료의 질(Quality of End-of-life Care)
말기치료의 질 척도는 의료진에 의한 신체적 치료, 간호사에 의한 신체적 간호, 정신·실존적 치료, 환자의 의사결정을 위한 의료진의 도움, 가족의 의사결정을 위한 의료진의 도움, 환경, 가족부담감, 비용, 이용가능성, 의료팀의 협동과 일관성의 요인으로 측정할 수 있습니다. 질 높은 말기치료는 생애말기에 인생을 돌아보고 정리할 기회를 제공하며, 가족의 용서와 화해를 돕고 연대를 강화하는 유익이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경험이 사별 후 배우자의 고인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을 증가시킬 수도 있습니다.
4) 임종의 질(Quality of Death and Dying)
사별 가족들이 복합적 슬픔을 줄이려면 암환자의 임종의 질이 중요합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誌) 산하 연구소가 2010년 OECD 3 개국을 포함해 세계 40개국을 대상으로 각 나라사람들의 '죽음의 질(Quality of Death Index)' 순위를 매겼습니다. 죽음에 대한 사회 인식, 임종과 관련한 법 제도, 임종 환자의 통증과 증상을 관리하는 치료 수준과 비용 부담 등 27가지를 지표로 얼마나 품위 있게 죽음을 맞는가 비교한 것입니다. 영국이 제일 높은 평가를 받았고 한국은 2016년에 18위이었습니다.(자료:KBS NEWS, 2016. 5. 11. “웰다잉, ‘죽음의 질’ 1위 비결은?”). 우리나라는 한해 25만 명이 죽음을 맞고 거의 대부분 병원에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그런데 의사나 환자나 환자 가족이나 치료에만 관심이 있지 어떻게 죽음을 맞을 것인가에 대해 얘기하길 꺼립니다. 환자의 목숨 연장에 관심을 두는 것을 넘어 그들의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5) 사회적지지(Social Support)
사회적지지는 한 개인이 가족지지, 친구지지, 의미 있는 타인지지와 같은 대인관계로부터 얻을 수 있는 모든 긍정적인 자원을 의미합니다. 주위로부터의 충분한 사회적 지지의 제공은 장기간의 투병과정 동안 암환자들의 적응적인행동을 격려하고 질병 극복에 동기를 강화함으로써 투병중인 삶의 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암환자에 대한 사회적 지지의 수준은 사별 후 남은 가족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어 슬픔의 강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주변사람들로부터 얻는 사회적 지지는 사별을 경험한 개인의 심리적 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변인 중 하나입니다. 사별을 경험한 사람들이 지각하는 사회적 지지는 사별로 인한 비애의 강도와 지속에 영향을 미치며 가족이나 친구 등으로부터 얻는 지지경험은 사별 경험 이후 개인의 긍정적인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갑작스러운 사별을 경험한 개인은 사회적 지지를 강하게 지각할수록 사별 경험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에 대하여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어느 집단보다 교회안에서 지원하는 사회적 지지는 그 크기나 강도가 사별자 가족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교회는 사별자 가족들, 특히 암환자 가족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지를 보내주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