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인 칼럼】 사별에 대하는 성별 차이

  • 입력 2020.04.1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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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별자 가족 돌봄 사역(8)

 

최종인 목사, 평화교회담임, 성결대, 중앙대석사, 서울신대박사, 미국 United Thological Seminary 선교학 박사, 공군군목, 성결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외래교수
최종인 목사, 평화교회담임, 성결대, 중앙대석사, 서울신대박사, 미국 United Thological Seminary 선교학 박사, 공군군목, 성결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외래교수

사별의 영향과 성차

건강에 미치는 사별의 영향을 논의할 때 주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인 중에 하나가 성별입니다. 성차에 따라 사별은 다르게 인식되고 남겨진 사람의 극복과제와 수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성별에 따라 다르게 구성될 수 있습니다. 서구의 연구들은 이미 사별이 남성에게 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남성의 경우 배우자 사별 후 여성에 비해 사망률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하며 사별 후 정신건강 측면에서 취약하고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 데 여성보다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입니다. 이는 결국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에 비해 사별에 대처하는 측면에서 취약한 위치에 있음을 의미합니다. 몇몇 한국의 선행연구들도 이와 유사한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따라서 노인의 우울수준을 비교하였을 때 사별이 남성의 정신건강에 더 부정적임이 발견되었고 노인에 초점을 맞춘 연구는 아니지만 사별과 이혼 등의 비혼 상태가 남성의 건강과 건강행위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합니다.

이러한 성차는 어떠한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는가? 사별의 부정적 효과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서 결혼으로 인한 혜택을 더 많이 본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합니다. 결혼이 남성에게 더 이로운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별은 곧 결혼생활로 인해 주어지는 혜택의 박탈을 의미하며, 이 때에 남성이 여성에 비해 더 큰 상실감과 부정적 감정을 갖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성은 배우자에게 가사노동과 돌봄의 측면, 섭식과 음주, 흡연에 대한 통제 등을 포함하여 의존적이며 이는 반대로 여성이 남성의 일상생활을 보조하고 돌봄을 제공하는 책임을 맡게 된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결혼생활에서 남성에 비해 여성의 역할과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과중하게 되므로 남성에 비해 여성의 부부관계와 결혼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낮을 수 있습니다. 즉 배우자 사별 후 남성은 어려움을 겪게 되며, 여성은 오히려 가사의 부담에서 벗어나는 해방감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남성, 특히 노년기 남성의 경우 자녀 및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데 여성에 비해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여성배우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성 역할에 대한 사회 규범의 영향으로 관계중심적인 성향을 갖게 됩니다. 실제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정서적, 감정적 지지(emotional support)를 제공하는 일에 수월하며, 가정 내에서 여성들이 주로 이러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더불어 여성들이 남성배우자에 비해 정서적 지지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자녀, 친구 등 외부에서 감정적, 정서적 지지를 잘 동원할 수 있습니다. 반면 남성은 그러한 역할을 담당하지 않아 왔기 때문에 배우자 사망 후 자녀를 포함한 타인과의 관계형성과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사별 후 남성이 여성에 비해 사별로 인한 정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원과 지지의 측면에서 취약한 위치에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혼의 질에 따른 사별영향

사별 후 겪는 부정적 정서 상태나 심리적 적응수준은 사별경험 여부만으로는 충분히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즉, 모든 사별경험이 동일한 수준의 결과를 낳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별의 영향은 남겨진 사람의 성별뿐 아니라 개인이 처한 환경이나 맥락적 요인(contextual factors) 또는 가용한 자원(resources)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배우자 사망 후 정서적 적응과정에서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의 수준이 높거나 많을 때 적응의 과정이 수월하며 슬픔, 그리움, 우울의 감정이 쉽게 해소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자원으로 자녀나 친구로부터 얻는 물질적, 정서적 지원 등이 중요하게 고려될 수 있으며 이는 자녀나 친구로부터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정신건강의 수준이 높다는 사실로 뒷받침됩니다. 사별한 사람들도 정서적, 도구적 자원을 획득할 수 있을 때 사별로 인한 정서적 어려움을 좀 더 쉽게 극복할 수 있습니다.

많은 연구는 배우자가 신체적 고통이 따르는 죽음을 맞이한 경우 남겨진 사람의 부정적인 정서상태가 증가한다고 보고하였습니다. 또한 배우자가 사망 전 심각한 건강상태를 갖고 있었거나 사망 당시 배우자의 곁을 지키지 못했을 경우 이후에 신체적 기능의 수준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더 떨어지기도 하였습니다(Lee and Carr, 2007). 더불어 사별 전 배우자와의 관계, 즉 결혼의 질이 사별 후 정서반응에 유의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발견되었고, 배우자와의 관계가 가깝거나 배우자에 대한 의존이 높을수록 사별 후 애도나 불안(anxiety)의 수준이 높아졌습니다. 사별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는 사별 전 부부관계의 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별 전 배우자와의 관계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정서적 친밀감을 느끼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사별 후 더 높은 수준의 정서적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또한 배우자와 문제나 갈등이 있다고 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사별 후 부정적 정서상태(distress)의 수준이 더 낮았습니다. 배우자와의 친밀감(marital closeness)이 높았을수록 배우자 사망 후 슬픔의 수준이 결혼생활에 만족했을수록 사망 후 우울의 수준이 높아졌습니다. 즉, 배우자와의 관계가 긍정적 이었을수록 사별 후 슬픔과 우울 등의 감정이 더 증가하는 것입니다. 결혼의 질이나 성격이 사별 후의 정서적 상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데, 부부 간의 관계가 친밀하고 긍정적일수록 배우자의 사망으로 인한 유대의 단절은 큰 좌절감과 슬픔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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